내가 농부라고 스스로 칭하는 것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경험했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반응이 다소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7년전 쥐꼬리만큼 가진 돈 다 털고 융자까지 얻어
대곡리 750번지 890평을 사서
하루에 몇시간씩 땀흘려 일해 키운 채소를
이웃과 나누어 먹는 일을 해오고 있지만
나의 그런 순수한 愛農의 마음에 대해
대곡리 주민중 몇명은 그게 무슨 농사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임은 물론
한때는(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해미면 직원들도 설마 무슨 농사를 지으랴 하며
그곳에 일부러 찾아와 확인을 하기도 하였었다(실제 경작 확인차)
내가 농사꾼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 저변에는
나의 농사짓는 행동 그 자체를 의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농민들이 겪고 있는 사회심리적 불만에서 해방되어
취미삼아 그러면서 농민행세하는데 대한 불쾌감 표현일 것이다.
농사지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한 가난한 농민들앞에서
지어도 그만 안지어도 그만 잘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인
그저 부담없는 마음의 상태에서
정말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 보란듯이
뭔가를 과시하고 동등해보이려고 하는 허황된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그런 감정은
힘들게 살아가는 전업 농민들이
사무직에 있으면서 농업을 가볍게 여기는 한량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내가 월급이라는 것을 규칙적으로 받아본지 11년되었다.
처음에는 공무원 생활을 잠시 하다가 생각한 바가 있어 그만두고
이역만리에서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공사판, 식당, 농장, 남의 집 허드렛일 등등을 4-5년을 했고
다시 한국에 와서는 그저 불규칙한 떠돌이 생활을 3-4년간 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부모님 품을 떠나 8-9년 동안
이것 저것해서 돈벌이 하면서 지내다가
남들한테 소위 주민등록증 이외의 신분증이나 그럴듯해 보이는 명함을 보이고
꼬박꼬박 월급받는 생활을 10년여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것저것 하며 떠돌던때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뭔가 내가 이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나 이런저런 직함을 가진 누구다라고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끔 무슨 연구소나 시민단체 같은데서 봉사활동하면서
**연구소 **위원 혹은 **단체 **장 하는 명함을 가져보기도 했는데
그럴때 가끔 접하게 되는 공무원(서울시청이나 국립연구소)들이
내 명함을 들고 아주 비웃듯하는 웃음을 지으며(괜히 내가 그리 느꼈을수도 있음)
여기서 하는 일이 뭐죠? 월급은 받나요? 등등을 물어보다가 간혹
그러니까 그냥 취미삼아 하는 일이군요~ 하고 말할때는
내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그러는 그 공무원이 너무 야속했다.
혹 친척들 다 모인 명절때는 누군가 요즈음 나 어디서 뭐하냐고 물을때
그런 명함을 보여주면
친척들이 그게 뭐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내가 자존심상할까 지레
어머님이 옆에서
딱부러지게 하는 일 없이 이것저것 하는데 남보기 뭐하니까 그냥
명함이나 만들어 다니는거지 뭐 하고 말할때엔
내 어머님까지 야속하기도 했었다.
내가 뭔가 남이 좋게 생각하는 자리에 있다고 하여
남이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할일없으니까 괜히~ 라는 듯한 뉴앙스를 풍기는 것은
공직자들이 해서는 안되지만 간혹은 무심코 실수로 하여
남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실수는
누군가 따지고 들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며 되풀이하면서
점점 더 깊이 빠지는 늪과 같은 것이다.
서산의 상징새를 신중하게 연구하는데
누군가 개의 머리를 한 새를 제시한것은
그동안 시민들이 뭔가 노력하는데 대해 무심코 실수로라도
대수롭지 않게 대한 데 대한
하늘의 따끔한 일침이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미면 대곡리 750
I S Lee
대곡리농부
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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