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농민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4월 국회 비준이라는 마지막 절차만을 남겨 두고 있다. 지금
우리 농업은 신자유주의적 개방의 가속화로 고사 직전에 놓여 있고 이른바 '선도농'이라는 농민마저 작금의 암담함을 견디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FTA체결 후에도 농업을 보호할 충분한 대책이 있다는 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지난 UR협상과 WTO협상의 결과가 낳은 지금의 농촌을 되돌아보면 그 대책의 실효성은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화, 개방화라는 기조 하에 대책없이 전개된 규모화
기업형 농업육성의 결과는 개별 농민을 감당할 수 없는 부채의 늪으로 빠뜨렸고, 철저히 국내 독점자본과 국경없는 초국적
자본의 살만 찌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특히, 이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9월의 WTO협상과 내년의 쌀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 1,080여 개에 이르는 품목 관세 철폐를 포함하고
있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비준된다면 관세 감축을 집중 논의
하게 될 WTO협상은 사실상 초국적 자본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꼴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국익이라는 말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귀를 틀어막는 지난 정권의 구태를 반복
하지 말고 생존의 벼랑에 선 농민과 농업의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국회는 우리 농업이 처해 있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농민이 동의하는 선행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한-칠레 자유
무역협정 국회 비준을 거부하여야 한다.
농업의 죽음은 곧 민족에 대한 사망 선고이다.
지금 농촌에서 들려 오는 한숨을 넘은 피울음을 국회는 외면
하지 말고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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