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비서실장·민정수석,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입력 : 2007.09.13 22:47 / 수정 : 2007.09.13 22:52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13일 변양균씨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비서들 문책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과오가 없는 참모를 문책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구체적·개별적 잘못 있다면 그때 가서 문책한다는 것이 대통령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비서실장, 전해철 민정수석 같은 사람들이 청와대로 계속 출근한다는 얘기다. 지금 이 두 사람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과오는 검찰 수사를 기다릴 것도 없이 다 드러나 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노 대통령과 그 비서들뿐이다.
전 민정수석은 변씨 관련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힐 일차적 책임을 진 사람이다. 변씨가 과테말라에서 제3자를 거쳐 장윤 스님과 연락했다 해도 전 수석이 변씨 통화 기록만 철저히 조사했으면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일이었다. 전 수석은 변씨와 신정아씨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무성했는데도 신씨의 청와대 방문 기록조차 떠들어보지 않았다. 한 번만 출입명부를 들춰봤더라도 이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청와대 민정 기능은 죽은 것이다.
전 수석을 지휘하는 사람이 문 비서실장이다. 문 실장은 지휘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천 대변인은 조선일보가 변씨 의혹을 첫 보도한 8월 24일 바로 그날 “변 실장과는 관계없이 청와대 차원에서 (조선일보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문 실장 책임 아래에서 이뤄진 조치다. 비서실장이 이러는데 그 아래 민정수석이 다른 무엇을 챙겨볼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이들이 이제 와서 “청와대 자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한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깜도 안 되는 의혹” “소설 같다”고 비아냥댔는가. 신문 보도가 나오자마자 몇 시간 만에 신문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는가.
노 대통령이 그래도 당분간 이들을 그냥 두겠다는 것은 어차피 내달 2∼4일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또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할 계획이었고 그때 한꺼번에 인사를 하겠다는 생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때 내년 총선에 출마할 비서들을 내보내 준비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비서들 출마를 위해 다섯 달짜리 비서실을 새로 또 짠다는 것이나, 그때까지 변씨 사건에 대한 문책을 미루겠다는 것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 또 그런다고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문 실장, 전 수석 두 사람도 뻔뻔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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