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과가 만족스럽다고는 하여 그 일이 모두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그 결과에 대한 과정이나 동기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요는 동기부여가 순수했느냐 아니냐가 관건인 것이다. 지난날 반정(反正)혁명이 백성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권력다툼 이전에 폭정(暴政)에 대한 항거라는 순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순수성이 배제된 모반이나 반역은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고, 단지 생각만을 했어도 걸렸다가는 삼족(三族)을 멸하여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는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삼성비자금 사건도 그렇다. 결론을 놓고 보면 삼성의 기업구조라든가 투명성이 훨씬 오래 전에 만천하에 공개되고 밝혀졌어야 했고, 소위 이 나라의 재벌기업군 중 이런 저런 구실로 법망에 걸려들지 않은 예가 없는데 오직 삼성만이 그 법망을 용케도 피해 왔던 것이 결국 비자금조성에 그 근거를 둔다면 진작 세상에 들어나고 치도곤을 맞은 뒤 경영을 해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천동지할 비리가 세상에 밝혀진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7-8년을 그곳에서 녹을 먹은 놈이 어느 날 갑자기 제 주인의 뒤통수를 내려친 격이다. 놈이 아무리 양심고백이니 어쩌니 정의로움을 가장해도 패륜(悖倫)적 행위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결국 이런 놈의 거사(巨事?)는 동기불순이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이런 놈들 언제고 천벌 받는다.
차마 목불인견의 참상이다. 어제는 현 정권의 실세 중의 한 사람인 전 경남지사 김혁규가 이회창옹을 지지한다며 배신 때리기를 했다. 이런 인간이야 이미 자신을 몇 차례씩이나 도백(道伯)에 앉혀 준 당을 박차고 나가 권력에 빌붙은 전력이 있으니 원래 그런 인간으로 치부 하더라도, 참으로 아연(啞然)하고 가관인 것은 자신을 황태자로 키워준 정권을 향해 오만하다며 고래고래 악을 쓰는 인간도 있다. 사실 오만(傲慢)하다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않은가. 지난 5년간 청와대의 오만함은 하늘까지 뻗히고도 남음이었다. 그 오만함의 대가가 황태자를 위시한 소위 범여권의 지지율을 가을바람 낙엽 뒹굴듯 땅바닥에 떨어져 오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리 권좌에 앉고 싶어도 그렇지 오늘날의 그가 있도록 한 상전을 향해 독설을 뱉어 내는 것은 모반이요 반역이며, 그야말로 옛 날 같으면 멸문지화를 당할 만큼 반인륜적이요 패륜적 작태인 것이다. 그 오만한 청와대와 함께 호의호식하며 권력을 향유하다가 이제와 오만에 대한 고발을 하고 대갈일성으로 양심선언을 해보지만 동정할 놈 그 몇몇이던가. 이토록 바른 말을 하고도 감흥을 일으키지 못하고 저주에 가까운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는 것은, 역시 삼성비자금 사건처럼 동기가 불순하고 명분을 얻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부연 한다면 이런 것도 자칫 천벌 받을'깜'이 될 수도 있으니 하늘을 두려워 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 판단으로 솔직히 오만스런 놈이 더 나쁜 놈인지, 패륜아가 더 나쁜 놈인지 잘 모르겠다. 그 놈이 그 놈 같기도 하고....오만과 패륜을 연말연시 이런 저런 모임의 술 잔 권하듯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같아 꼴사나워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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