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30억 뇌물범을 무죄선고한 고의영 판사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최근 뇌물사건에 대해 법원의 무죄 선고가 잇따
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검찰이 금품수수와 대가성 사이의 연관성을 엄밀하게 입증 못하
는 등 수사 및 공소유지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상당부분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뇌물사
건의 속성상 법원의 엄격한 증거주의는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
오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2일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청
탁 대가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으로 통해 진승현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에 대해 무죄
를 선고했다.

권씨를 유죄로 인정할 증거는 김씨와 진씨의 진술 밖에 없는데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당시 상황에서 청탁과 수용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
제 금품수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

뇌물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
과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두 가지.

일례로 법원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민주당 당료출신 최택곤씨를 통해 진
승현씨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과 패스21 전 대주주 윤태
식씨에게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남궁석 의원에 대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
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신구범 전 제주지사 역시 관광지구 지정청탁과 함께 업체로 30억원의 뇌물을 받
은 혐의로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금품 수수와 대가성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뇌물사건에서 무죄 선고가 빈번한 것은 무엇보다 주로 현금을 통해 수수행위가
이뤄지기 때문에 계좌추적 등을 통한 객관적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또 증거도 진술에 의존한 경우가 상당수인데 재판부가 당사자간에 서로 엇갈리
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질 가
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뇌물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결론으로 마
무리되는 경우가 발생하는가 하면, 심지어 받은 사람은 무죄가 났음에도 준 사람은
유죄로 인정되는 웃지못할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사건은 당사자 진술이 유력한 증거일 경우가 많은데 공여자
의 진술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뇌물사건을 유죄로 인정받는 데 상당한 어
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그러나 "의심이 들더라도 유죄로 인정해 기소할 수 있는
곳이 검찰이라면 의심스러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라며 "뇌물사건이라고 해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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