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수임 계약서라는 것
사실 생각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닌가.
특히 50~60대 인생의 절정에 달한 “일류 변호사”가
건 당 몇 천 만 원 또는 몇 억 원에
다시 성공 보수 몇 억 원을 받기고 하고
대기업이나 일류 금융기관의 주요 사건 변론을 위임받는
계약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 아닌가.
왜 그 변호사 수임계약서라는 걸 폐기했나?
그것도 아주 오래지도 않은 최근 5년치를왜 폐기했나?
사실 이 행위야말로 범죄 의심을 받아 마땅한 게 아닌가.
앞에서 나는 “대단하다”는 말을 했지만
우리들 보통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도
그 수임계약서들로 따로 앨범을 만들거나
아니면 표구를 해두거나 아니면 이건 어떨까
조금은 속물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대단할 것 같은데...
그 울긋불긋한 계약서들을 표구해서 병풍으로 만드는 것이다.
명명하여 [수임 계약서 병풍]
자손대대로 그 병풍을 주요 행사 때 마다 꺼내보면서
“5대 조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단다.
약관의 나이에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각급법원 판사를 두루 거치시고
대법원장을 지내셨는데
저건 그 할아버지가 변호사시절 사건 수임 계약서라는 거란다.
할아버지가 맡기만 하면 이기시거든...
그래서 모두 할아버지에게 사건 변론을 맡기려고 했지...
여기 봐라! 이 계약서는 특수 재질의 종이란다.
물에 담궈도 젖지 않고 불에 대도 타지 않는단다.
금액이 얼만지 아니? 10억 원이란다.
쌀 한 가마니에 24만원 할 때이니까 그 쌀 5,000 가마니를 살 수 있는 돈이란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자랑할 수 있는 “위대한 문서”가 아니던가 말이다.
우리들 보통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개근상장도 때로는 벽에 붙이고
웅변대회 장려상,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하여 인기상장과 상패도 벽에 걸어놓고 자랑하거늘
그 인생 절정에서 체결한 변호사 수임계약서는
야구선수가 받는 골든글로브상과 같은 게 아닐까.
박태환이 아시안 게임에서 받은 금메달같은 게 아닐까.
우리 양궁선수가 받은 올림픽 금메달 같은 게 아닐까.
주요 문서 파기는 범죄행위다
개인의 문서라고 함부로 파기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나는 본다. 그것 자체가 범죄행위라고 나는 단정한다. 아니, 그런 취지의 입법을 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예컨대, 변호사의 수임 계약서는 그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소한 “5년간 보관”하게 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다. 그 관계들은 신분과 지위가 상승할수록 그야말로 “관계의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갈등과 분쟁의 요소들이 축적된다. 따라서, 사회의 각계각층의 상층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 활동과정에서 주요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할 사회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요 문서나 기록을 파기 또는 폐기하는 관행이 사회 각층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면? 예컨대, 이 아무개 변호사가 기록을 파기하고, 그에게 사건을 위임햇던 기업이 관련 서류를 폐기하고, 역시 이 아무개 변호사가 변론했던 사건의 재판자료가 폐기되면 이 사회는 “완전 공동화”된다. 이런 일이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면 “문명 자체가 붕괴하고” 말 것이다.
다시 한번 촉구하거니와 이번 일을 계기로 “문서의 기록과 보관에 관한 일반법”이 제정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이 문명을 충실히 기록하고 보관하게 해야 한다. 그 기록들이 재판과 같은 분쟁 해결의 증빙 자료로서의 가치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조사자들과 학자들의 연구에 제공되어 우리의 후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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