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聖體), 사랑빵

-박춘식

억 년 억 년 전에
하느님은 눈부신 빛살로

만 년 만 년 전에
하느님은 넓고 깊은 소리로

천 년 천 년 전에
하느님은 구름기둥으로 불기둥으로

백 년 백 년 전에 하느님은
새 길을 만들면서 거룩으로 희망으로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무시로 오시는 분,
이제 이 곳에
하늘떡 복떡 생명떡으로
눈물빵 웃음빵 하얀빵 사랑빵으로
우리 마음 깊숙이 들어오시는

그분이
빵떡 안에 숨어 묵묵 미소지으신다

<출처> 박춘식 반시인의 미발표 신작 시 (2011년 6월)

사랑하는 이에게 깊숙이 들어가는 방법으로 특별히 창안한 성체성사는 사랑의 먹이가 되어주는 놀라운 신비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으로서 그 이상 다른 재주를 부릴 수 없는 정도, 그 무한하신 정도가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그리고 성체성사는 겸손의 극치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하신 말씀의 중심에는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성체성혈대축일에 이 보잘 것 없는 시를 드리면서 다시 한번 하얀 감실 앞에 머리를 깊이 숙입니다.

 나모 박춘식/야고보. 경북 칠곡 출생으로 가톨릭대학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선교 및 교육활동을 하였고 신일전문대학에서 퇴임한 뒤, 현재 스스로 반(半)시인이라고 부르며 칠곡군 작은 골짜기에서 기도와 시에 단단히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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