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축(嚬蹙)이란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릇된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뜻하는데 점차 남들로부터 받는 비난(非難)이나 미움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서시(西施)는 월(越)나라의 저라산 근처에서 가난한 나뭇꾼의 딸로 태어났으나 용모만은 절세미인이었다. 오(吳)나라에 패망한 월왕(越王) 구천의 충신 범려는 미인계를 쓰려고 호색가인 오왕(吳王) 부차에게 서시를 바쳤고 부차는 첫눈에 서시의 미색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서시는 어릴 적부터 가슴앓이 지병이 있어서 아플 때마다 본능적으로 눈살을 몹시 찡그렸다. 그런데 그녀의 찡그리는 모습은 오히려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자태로 나타나서 부차도 그 모습에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였다.
이 소문이 전국에 널리 퍼지자 어느 시골의 아주 못생긴 여인이 자기도 눈살을 찌푸리면 남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을까 하여 항상 눈살을 몹시 찌푸리고 다녔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못생긴 여인의 찌푸린 모습이 더욱 추해보여서 모두 이사를 갔다고 한다.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사는 돌보지 않고 사치와 환락의 세월을 보내던 부차는 무섭게 복수의 기회를 노려오던 월나라에 의해 마침내 패망하였고 이로부터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효빈(效嚬)이라 하고, 자기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 때문에 남들로 부터 비난이나 미움을 받는 것을 빈축(嚬蹙)을 산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지금 이회창씨가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못 생긴 얼굴에 눈살을 찌푸려서가 아니라 2002년 대선패배 다음날 눈물을 흘리며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하며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올해 1월에도 “그동안 말한 대로 현실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재확인했던 그가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나고 온 국민이 정권교체의 열망에 들떠있는 마당에 아닌 밤중에 홍두께 격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니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통령 병(病)’이라며 비난했던 이씨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의 출마의 변이 어떠한 미사여구로 장식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만이 좌파에 의해 침몰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살릴 수 있다는 시대정신과 역사적 당위성을 허물지는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칙을 그토록 내세워 온 이씨가 설마 그러겠느냐고 했지만 결국 이씨 마음속에 들어 있었던 것은 원칙이 아니라 욕심이었던 셈이다.
이씨가 출마할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한나라당 경선에서부터 나왔어야 한다. 이씨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경선은 피하고 경선이 끝난 뒤 그 후유증을 이용해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이인제씨 말처럼 “나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가 진실한 평가일는지 모른다. 똑똑한 머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뒷면에는 대선잔금으로 협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 것인지 모를 일이다. 2002년 장세동씨가 무소속으로 나오면서 중도하차는 없다고 큰 소리 쳤지만 결국 중도하차하여 무효표를 대량 발생케 하여 이씨의 낙선에 도움을 준 것 같이 한나라당 후보의 낙선에 일조하는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씨는 ‘順天者는 興하고 逆天者는 亡한다.’라는 만고진리를 어겨 국민들로부터 빈축(嚬蹙)을 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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