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 전 보성 회장 검찰진술, 노대통령 핵심측근들 곧 소환


구속중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하순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공적자금비리수사본부에 소환돼 "99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안희정씨에게 2억원, 염동연씨에게 5천만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구속중인 김씨를 소환 조사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3월17일 청와대에서 가진 법무부 업무보고때 "나라종금 사건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언급한 바로 다음주였다.

검찰은 그 동안 "김씨를 최근 소환한 것은 맞지만 이전과 다른 특별한 진술은 없었다"고 말해왔다. 김씨가 검찰조사에서 안씨, 염씨 등에게 돈을 줬다고 시인한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주고받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두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 전 정무특보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회장 "동생이 안씨 생수사업에 투자하자고 해 돈 줬다"

김호준 전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2억원이 안희정씨에게 건네진 것은 사실이지만 내 동생(김효근)과 안씨가 절친한 사이였고, 동생이 안씨가 하던 생수사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해 2억원을 건네준 것"이라면서 "나라종금 퇴출로비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염동연씨에게는 내가 직접 5천만원을 수표로 줬다"면서 "절친하게 지내던 고교선배가 실업자 신세로 있어 용돈으로 쓰라고 줬을 뿐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호준 전 회장은 검찰이 "그럼 왜 작년 수사 때는 부인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때는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있는 시절이었고, 이 사건을 한나라당이 노무현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이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면서 "'내가 이 건을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죄가 안되지만 그러나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노무현 후보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4월4일 밤 김호준씨의 변호사 이재화씨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한편 안희정씨도 최근 여권 관계자에게 "내가 돈 2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생수사업에 투자를 받은 것이며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재화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구속중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이 최근 비밀리에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은 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종금 사건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 지난 3월17일일인데, 그 다음주였다."

-당시 김호준 회장이 안희정씨에게 2억원을 건네준 경위에 대해 다 이야기했나.
"그렇다. 있는 대로 다 이야기했다. 자신의 개인 돈 2억원이 안희정씨에게 건네진 것은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건네줬다기보다는 안씨의 친구인 동생(김효근)을 통해서 건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회장의 돈이 건네졌는데, 실제로는 동생이 준 것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보성그룹 회장 김호준씨와 안희정씨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다. 안희정씨가 잘 아는 사람은 김 회장의 동생인 김효근씨다. 안희정씨는 고려대 철학과 83학번이고 김효근씨는 고려대 노문어과 82학번인데 서로 운동권이었기 때문에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다. 김호준 회장은 학교다닐 때 '너희들 왜 데모 짓 하느냐'고 말했던 '우익'이었기 때문에 안희정과는 코드도 달랐고 안면이 없었다."

-그런데 왜 김호준씨의 개인돈이 안씨에게 건네졌나.
"안희정씨가 99년3월에 선배인 김효근씨를 찾아가 '내가 생수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여유가 있으면 투자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김효근씨가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효근씨는 자기 개인 돈이 없으니까 사업을 하는 형 호준씨를 찾아가 '내 후배가 생수사업을 하는데 도와주고 싶다'면서 2억원을 달라고 했다.

당시 김효근씨는 의류업체 N사의 사장이었는데 캐주얼생수(청바지에 차고 다니는 생수)사업을 구상하고 경기도 전곡리에 답사까지 하고 다녔던 차였다. 효근씨가 형 호준씨에게 '지금 (안희정씨가 하는) 생수사업에 투자하면 나중에 영업부분에서 지분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득해 형이 '그렇게 하자'고 해 보성그룹 돈 2억원을 대준 것이다."

"나라종금 퇴출 논의 두 달 전에 돈 전달, 로비대가 아니다"

-돈은 언제 누가 전달했나.
"99년6월에 전달했다. 원래는 김호준 회장의 자금관리인인 최은순씨가 노보텔호텔에서 김효근씨에게 2억원을 건네면, 그 돈을 받아서 김씨가 안씨에게 건네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 김씨가 너무 바쁜 일이 연달아 생겨서 최씨가 직접 안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 동안 일부 보도를 보면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지하주차장이 아니라 노보텔 로비 커피숍에서 전달했다. 안씨의 차는 지상 주차장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2억원이나 되는 돈을 현금으로 전달했나.
"현금으로 줄 것인가 수표로 줄 것인가는 자금관리인인 최은순씨가 알아서 한 것이다. 전달 한 후 안씨가 자신의 명함 뒷면에 영수증을 써줬다."

-한나라당에서는 그 돈이 대가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왔는데.
"한나라당에서는 그 돈이 나라종금(보성그룹이 당시 2대주주) 퇴출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로비자금이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전혀 아니다. 돈을 전달한 시점은 99년 6월인데 나라종금 퇴출이 논의되던 시기는 2000년 1월이다. 나라종금이 제법 잘 나가던 때였는데 무슨 퇴출저지로비가 있었겠는가. 또 당시에 정치인 노무현은 일개 국회의원(종로)일 뿐이었다."

-어쨌든 돈 2억원을 못 갚은 것 아닌가.
"2000년도에 생수사업에 실패한 안희정씨가 김효근씨에게 '미안하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망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자 김효근씨가 '잘해보려고 그런 것인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둘은 1,2년 아는 사이도 아니고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운동권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에 그런 양해가 가능했을 것이다."

-염동연씨에게는 김호준 보성그룹 회장이 직접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렇다. 염동연씨는 김호준씨의 중동고 선배이고 서로 절친한 사이였다. 염씨가 수자원관리공사 감사를 하다가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갔다온 후인 99년8월경 김호준 회장을 찾아갔다.

염씨가 '실업자 신세가 됐다. 내가 당신 회사에서 도와줄 일이 없겠느냐'고 하자 김 회장이 '선배님이 무슨 할 일이 있겠습니까, 어려울 때 용돈이나 쓰시라'고 수표로 5천만원을 건넨 것이다."

-김호준씨가 2002년 5-6월경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는 안희정씨나 염동연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검찰에 다시 불려갔을 때도 '왜 작년에는 부인했느냐'는 질문을 김호준씨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호준씨는 '그때는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있는 시절이었고, 이 사건을 한나라당이 노무현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이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씨는 '내가 이 건을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죄가 안되지만 그러나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노무현 후보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전달한 돈이 비자금 230억원의 일부라고 하는데.
"아니다. 김 전 회장 가족 중에 청각 장애자가 있다. 김 전 회장은 청각장애자들을 치료하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별도로 230억원 정도의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돈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 일에 필요할 때는 그 돈을 쓰기도 했다."

그래도 남는 의혹들....왜 현금으로 전달했나

그러나 이런 김호준씨 변호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첫째, 떳떳한 생수사업 투자자금이라면 왜 2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현금으로 줬는가 하는 점이다. 보통 투자자금의 경우 은행거래를 통해 주고받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영수증을 안희정씨의 명함 뒤에 적어줬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정식 투자라면 정식 영수증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셋째, 영업지분을 받기로 하고 투자를 한 것이라면 지분약속을 명기한 어떤 서류가 존재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점이다.

김씨 측은 "후배사업을 도와준 것일 뿐 꼭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정식 투자계약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그리 높지는 않다.

이 사건 수사에 관계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사실대로 말하면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김대중 정부의 옷로비사건 수사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만으로 작은 사안에도 국민들의 의혹은 의외로 크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신: 3일 오후 4시] 노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 등 출금될듯

검찰이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재개를 선언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4일 "이번 인사에서 공적자금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새 수사팀이 나라종금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사중지됐던 사건을 다시 재개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대검의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팀은 보성그룹사의 자금담당 이사였던 최아무개씨와 김호준 보성그룹 전 회장의 동생 등 5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나라종금 수사 재개"



▲ 안희정씨와 염동연씨


최씨는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99년 8월 서울노보텔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민주당 국가전략문제 연구소 부소장)에게 2억원을 줬다고 진술했으며 염동연씨에게도 5천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중국에서 귀국한 최씨를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안씨와 염씨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 동안 검찰은 금품로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있던 유아무개 보성그룹 자금담당 부회장이 미국에 도피해있는 상태인 데다, 새로운 진술이나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 사건에 대해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나라종금 사건 등 의혹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3일 취임한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도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천명하면서 검찰이 수사를 재개하게 됐다.

현재 수감중인 김호준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4일 "금품로비가 있었다고 하는 99년 8월에는 나라종금 퇴출에 대한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때"라며 로비의혹을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김호준 회장과 안희정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면서 "염동연씨와 김호준 회장은 친한 사이지만, 돈을 건넸다고 하는 시점에는 염씨가 출옥한 직후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검찰이 금품로비 진술 확보하고도 수사 덮었다"

한편 청바지 '닉스'로 유명한 보성그룹 계열의 나라종금이 여권인사들에 대해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공적자금 관련 비리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불거졌다.

지난 2001년 12월에 출범한 공적자금 비리 특별수사본부 합동단속반은 지난해 4월20일 보성그룹 계열사 최아무개 이사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230억원대의 '비자금'을 23개의 차명계좌에 넣어 운용한 내역이 담긴 컴퓨터 파일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6월13일에 김호준 회장을 구속한 것을 시작으로 사법처리에 나서 보성그룹과 나라종금의 임원 5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렇게 해서 나라종금 관련사건은 세간에서 일단 잊혀졌다.

16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13일 <조선일보>는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 이 나라종금의 퇴출을 막기 위해 계열사 이사인 최아무개씨를 시켜 여권인사 A씨와 Y씨에게 2억5000만원을 제공했다는 단서를 검찰이 잡고도 수사를 중단했다'고 폭로하면서 사건이 다시 살아났다.

<조선일보>는 "최씨가 '99년 8월쯤 강남소재 N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로비명목으로 현금 2억원을 여권 주변인사인 A씨에게 건넸으며, 공기업 간부를 지낸 Y씨에게도 5000만원을 제공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성그룹 계열사 이사 "안희정씨에게 2억원 전달했다" 진술

공적자금비리 수사팀 관계자들도 "이런 진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김호준 회장이 로비사실을 부인하고 돈이 현금으로 전달돼 계좌추적도 실패함에 따라 내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12월15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6월 나라종금 퇴출로비 저지를 수사하던 검찰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최측근인 안아무개씨와 염아무개씨 외에도 민주당 최고위간부 15억원, 또 다른 간부에게 10억원, P의원에게 2억원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법원에는 수사기록 중 이 내용이 포함된 20여 쪽을 빼고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검찰이 압수한 비자금 사용내역서와 안아무개씨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받은 명함도 법원제출 장부에서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법원에는 수사기록 일체를 넘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 다음날인 16일 한나라당은 나라종금의 퇴출저지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 사건에 연루된 노무현 후보의 측근 두 명은 염동연 전 정무특보와 안희정 전 정무팀장(현 민주당 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자 염 전 특보는 "내가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부끄러운 일로 구속돼 있을 때인데 어떻게 돈을 받느냐"고 일종의 알리바이를 들어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의 한 수사 관계자는 "염씨가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본인 자신이 잘 알 것이다"고 일축했다.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거론되는 염 특보는 김호준 보성그룹 회장과 동향(전남 보성)이다.

당사자들 로비의혹 부인

2억원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안희정 부소장은 올해 1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99년도에는 내가 지방자치연구소 사무국장으로서 재정 사업의 일환으로 (주)오아시스라는 생수 판매 회사를 차려서 생수사업을 할 때다. 나는 그 때 그런 일들에 대해서 로비를 받을 만한 지위에 있지도 않았고, 로비를 할 만한 실력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99년 8월에 노무현 대통령은 새정치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종로 지구당)으로서 부총재 겸 경남도지부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을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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