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을 울리며 대형 굴착기가 강에 들어가 모래를 긁어내고 줄지어 늘어선 덤프트럭들이 강에서 파낸 모래를 실어가고 있었다. 황강은 대형 굴착기와 덤프트럭으로 점령돼 있었다. 3월 20일 찾은 낙동강 제1지류 황강에서 만난 모래 준설 공사 현장이었다.
낙동강 제1지류 황강에서 만난 제2의 '4대강 삽질' 현장
합천군 청덕면 청덕교에서 바라본 황강은 지난 16년 전 바로 저 아래 낙동강에서 벌어졌던 '4대강 삽질'의 현장 그대로였다. 그것도 황강의 일부 특정 구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황강의 최상류 합천댐 직하류에서부터 낙동강과 합류되는 지점까지 50km에 달하는 황강의 전 구간에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까? 더욱이 4대강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했지만 지금의 황강은 환경부가 벌이는 사업이라 충격이 더 컸다. 하천 관리를 국토교통부에 더 이상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하천 관리를 이관한 것이 지난 22년 초의 일이었다.
환경부로 하천 관리를 이관해 놓으면 적어도 4대강 사업과 같은 생태 파괴 공사는 하지 않으리라는 국민적 기대의 발로로 물관리일원화법이 통과되면서 하천 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된 것인데, 어떻게 그 환경부가 4대강 삽질을 다시 벌일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날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청덕교에서부터 황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서 하천 공사 현장과 아직 삽질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을 함께 둘러봤다. 상류로 올라가서 바라본 현장도 청덕교에서 본 현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 대형 굴착기와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강 곳곳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모래를 파헤치고 나르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
황강 죽고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강 안으로 들어가 현장을 살폈다. 황강을 기준으로 강 우안에 서서 강 좌안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장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형 굴착기 두 대가 강 가장자리에서 모래를 긁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긁어 올린 모래를 줄지어 늘어선 덤프트럭들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16년 전 낙동강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던 바로 광경이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보면 완충지역이라고 강과 이격 거리를 충분히 둬서 공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강 안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삽질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뭐하고 있나. 도대체 관리 감독을 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