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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무풍지대'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작년 100억원 가까이 집행했는데 구체적 사용내역 공개안해 의원 1인당 평균 3200만원꼴…영수증 요구에"악용소지"거부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입법 지원 및 정책개발비’ 제도가 100억원 가까운 국회 예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구체적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검증 무풍 지대’가 되고 있다 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정책개발비 횡령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회 사무처는 구체적 사용내역 공개를 꺼리는 데다 정책개발비가 실제 어떤 정책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평가시스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일에 가려진 국회의원 정책개발비=세계일보는 지난달 1일 국회 사무처에 ‘2005년 정책개발비 결산내역’의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하면서 각 의원실에서 제출한 정책개발비 사용 영수증 열람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각 의원실에 입금돼 ‘떡값’ 지적을 받았던 600만원의 영수증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향후 선거에 악용될 수 있으므로 알려줄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상대편 후보가 총선에서 정책개발비 사용 내역을 갖고 흑색선전을 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이지현 팀장은 20일 “국민 혈세가 100억원이나 들어가는데 감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운영실태, 집행기준, 사후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정책개발비를 신규 책정하면서 ‘외부인사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의원의 의정활동 실적을 평가하고, 실적에 따라 합리적 배분기준을 만들어 정책개발비를 차등배분’하는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6월이 돼서야 지급규정을 만들었고, ‘평가위원회 구성’ 조항은 빠졌다. 이 팀장은 “국회 내부인사들만으로 ‘지원위원회’를 구성, 정책개발비 100억원의 집행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은 투명한 예산 집행을 막고 ‘나눠먹기’ 식 운영이라는 비난을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쓴 의원의 정책개발비 내역 들여다보니=지난해 정책개발비를 가장 많이 ‘타 낸’ 의원의 정책개발비 집행내역은 ▲토론회 7회 ▲세미나 3회 ▲간담회 4회 ▲여론조사 등 정책연구용역 2회 등 총 16회로 4600여만원이 사용됐다. 여기에는 자료집 발간비, 초청장 인쇄비, 전문가 사례금, 식대 접대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구체적 영수증 열람이 안 돼 실제 어떤 내용의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이 내용이 관련 법안 발의나 정책 지원에 활용됐는지를 추적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용액은 천차만별로, 가장 적게 쓴 의원의 정책개발비는 348만원에 불과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당 핵심당직자나 상임위원장직을 맡아 일정이 바쁜 의원들은 공청회 개최 등 정책 개발에 대한 활동이 저조해 청구비용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정책개발비 전체 액수는 94억여원. 김원기 국회의장과 국무위원을 겸직하고 있는 국회의원 등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일인당 약 3200만원이 돌아간 셈이다. 박은주 기자 [email protected]

2006.02.20 (월)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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