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한나라 지방선거 압승뒤 구태 재연 ‘집권야당’?

‘집권 야당’이라는 말이 4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한나라당이 2002년 지방선거 승리 직후 사실상 정권을 잡았던 것과 같은 분위기가 재현되는 느낌”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50%에 육박하는 당지지율과 차기 대선주자들의 인기도 고공행진, 지방선거 압승에 따른 지방권력 장악 등은 2002년 여름의 재판이다. 여기에 2004년 탄핵 주도 인물들의 당 복귀 움직임과 구시대·비리 정치인들의 7·26 재·보선 무더기 공천 신청, ‘킹 메이커’를 염두에 둔 당대표 쟁탈전의 혼탁 등 이미 권력을 손에 잡은 듯한 퇴행적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당 일각에선 2007년 대선 가도에 적색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내놓는다. 한나라당의 7·11 전당대회 레이스는 ‘소지역주의’ ‘대선 지상주의’ ‘줄세우기’ 등 고질병이 다시 도진 전장(戰場)으로 변질되고 있다. “5·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받들어 전당대회와 재·보선을 변화와 쇄신의 계기로 삼겠다”던 당초의 다짐은 실종돼 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5·31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 관계자들의 비리가 최근 잇따라 적발됐지만 당은 유감 표명조차 없다. 선거 전 공천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김덕룡·박성범 의원을 고발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겠다”던 이재오 원내대표의 약속도 사학법 재개정에 발목이 잡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대표 후보들은 제1야당 대표로서 국가와 당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선거 공학’에만 매달려 있다. 대구가 지역구인 강재섭 의원은 ‘TK(대구·경북) 역할론’을,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쪽은 “박근혜·이명박 등 예비 대권주자가 모두 TK 출신이니 대표는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수도권 대표론’을, 대전 출신의 강창희 의원은 ‘충청도 대표론’을 거론한다. “누구는 강재섭 사람, 누구는 이재오 사람”이라는 등 의원, 당직자의 줄세우기나 줄서기 양상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7월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선 ‘한나라당 공천=당선’의 오만이 빚어낸 백태가 난무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던 전직 의원들을 포함해 구시대 인물들의 복귀 시도는 물론 당 원로·중진들의 ‘내 사람 봐주기’ 요구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측근인 이흥주 전 특보의 서울 송파갑 공천을 부탁하고 있다. 2004년 탄핵때 의사봉을 잡았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당이 나서서 상임고문 자격으로 당에 복귀시킨 것도 일련의 ‘집권 야당’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한나라당 일색인 부산에서 구청장으로부터 해외 출장비와 명절 떡값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아온 혐의로 두 의원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전당대회나 공천은 비전과 인물로 국민과 소통하는 무대인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지역과 인연을 앞세우는 등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지금 같아선 (지방선거 압승후 대선에서 패배했던) 2002년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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