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호사, 김팀장 그리고 변호사의 윤리
노인수 변호사(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최근 삼성그룹의 법무팀장 등으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리 폭로로 인해 대한민국이 뜨거워지고 있다. 먼저 이 글은, 이 나라 경제의 막강한 권력자이며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 걸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에 대해, 감히 그 비리와 진실을 정의에 대한 필사의 각오로 세상 빛으로 나오게 한 김변호사의 용기와 결단에 찬사를 보내며 시작하고자 한다.
한편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쓰나미를 위해 변호사의 윤리가 시험받고 있는 듯 보인다. 즉 동업자인 변호사로서 필자의 마음속에는 한 가닥 켕기는 것이 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모든 것(비리든 악의든 선의든)을 듣고 그들의 올바른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처럼 의뢰인인 삼성의 잘못이 크다고 하여 그 의무를 저버린다면, 과연 변호사가 가진 법적 전문성을 신뢰하여 마음 놓고 속마음을 내보였던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었던 전문가로서의 변호사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하는 우려를 금할 길 없다.
물론 김변호사는 삼성그룹에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 고용되어 법률 전문영역이 아닌 재무팀등에서 일했으며 또한 변호사법에 의한 의뢰인으로부터 정상적인 위임계약을 맺고 수임을 한 사람 역시 아닌 것으로 안다. 이처럼 대기업의 일개 고용인에 불과한 그에 대해 변호사로서의 정체성과 윤리를 논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당연히 내부자 고발의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른바 사내 변호사는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겸직 제한등 조치로 소송수행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김변호사는 일찍이 유능한 검사였고 그 검사로서의 능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이른바 스카우트된 경우라 생각된다. 이 경우 대기업의 판단에 그의 검사로서의 실적과 능력에 전제된 통상 변호사로서의 잠재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그의 변호사로서의 윤리 역시 한번쯤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헌법 제12조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형사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되어 있다. 또한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임하도록 되어 있고, 변호사법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형법은 변호사가 그 업무처리 중 지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처벌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삼성 비리 폭로라는 사건에서, 적어도 변호사라면 국민들의 알권리 그리고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들과 어떠한 의뢰인이더라도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누설 금지 의무’ 등의 법적인 보호를 받으며 누릴 수 있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중 무엇이 우선시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변호사의 삼성 내 역할이 헌법과 관련 법률이 정한 변호사의 권리와 의무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일개 고용인의 업무에 속하는지에 대한 한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김용철씨가 변호사의 직함으로 불리며 진행되는 이 사건에서, 변호사의 한사람으로서 본인이 사건의 뜨거운 열기에 모두가 간과할 수 도 있을 문제를 짚고 넘어 가고자 한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국민들은 변호사의 정체성을 구별하여 단순히 변호사증을 가진 고용인인지 아니면 법률에 의해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인가를 구별하여 자신들의 보호를 구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변호사를 하는 필자의 현실적인 두려움은 이 사건으로 인해 변호사에 대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가 줄어들고 그로인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본인의 의뢰인이 되었던 혹은 되어줄 국민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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