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법조 비리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수감중인 기업체 대표가 ‘옥중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변호사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뒷바라지를 하다 적발됐다. 판·검사에게 로비를 한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의뢰인들한테서 뒷돈을 받기도 했다. 법 정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할 변호사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아무리 돈도 좋지만 이런 사람들은 법조인으로 자격이 없다.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없다.
구속된 어떤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던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씨와 몇달간 몰래 휴대전화기와 증권 단말기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현행법상 구치소에 수감중인 사람에게 휴대전화기 등을 건네는 것은 불법행위다. 증거를 인멸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문제의 변호사가 불법으로 건네준 휴대전화기 등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가 하면 기업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다.
게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한마디로 신출귀몰할 지경이다. 과연 사실이라면 이씨 역시 걸맞은 쌍 처벌을 받아야 한다. 변호사는 변론이 아닌 접견만을 전문으로 하면서 주로 경제사범들을 뒷바라지해 ‘집사 변호사’로 불린다고 한다. 변호사 업무의 본말이 전도된 셈이니 이런 비아냥 거림의 소리를 들어도 싸다.
이러한 불법을 저질렀으니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기만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추한 모습의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 법조계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이 이런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법원은 무거운 벌을 내려야 한다. 변호사업계도 자존심을 지키려면 스스로 적극적인 정화노력을 펴야 할 것이다. 교정행정의 빈틈도 메워야 한다. 접견권 자체는 계속 확대하되, 이번 수사로 드러났듯이 이를 악용할 수 있게 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변호사가 사무장으로 고용한 브로커들을 통해 사건 수임을 하고 거액의 알선료를 주거나,사무장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고용 변호사’는 법조 비리의 고전적 형태다. 고도의 직업윤리와 명예를 존중하는 변호사로서 금기되는 일임은 물론이다.한 걸음 더 나아가 변호사가 보석,벌금형 선고 등을 미끼로 의뢰인에게 돈을 뜯어 낸 사기 수법은 범죄행위 그 자체다.
구치소.교도소를 드나들며 범죄자들의 감옥 수발 하는 ‘집사 변호사’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에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변론 대신 범죄의 증거 인멸과 재소자의 재산관리 등 하수인 노릇을 한 당사자가 과연 자신을 법조인으로 생각할까.대전,의정부 법조 비리 사건으로 법조계가 윤리의식 고양을 다짐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이번 사건은 법조윤리 수준이 그 당시에 비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변호사 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로 이 같은 파렴치 행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우리의 법조 훈련 과정에서의 윤리.도덕교육 부재와 법무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낳은 결과인 것이다.올초 대한변협이 예비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법조윤리 시험에서 ‘집단 부정 컨닝행위’가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는 법조인들이 윤리교육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법 기술에 치중하는 사법연수원 교육과 형식적인 법조인 보수교육에서 구체적인 윤리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법조 윤리를 별도의 시험과목으로 할 정도로 중시하는 외국의 사례가 무엇 때문인지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법조단체의 자정 노력은 특히 중요하다. 솜방망이라는 평을 듣는 현행 변호사징계위원회(협회 징계권을 법무부로 이관 징계권 강화)징계 강도를 대폭 수정 구성원들의 비리(특히 검사출신 변호사의 형사사건) 조폭,마약,조건부 수임에 대해 엄정한 감시자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이강문/대구경제복지연구소,소장(011.813.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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