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회견문
저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김선일씨의 죽음과 관련한 제반 법률적인 조력을 해 온 이은경 변호사입니다.
사실 유족들은 그 동안의 장례 과정을 통하여도 이미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면, 김선일씨의 죽음이 이라크 현지에서의 우연한 억류 과정 끝에 그저 억울하고 부당한 최후를 맞이한 것 혹은 전쟁이 낳은 가혹한 희생 중 하나쯤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고 이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고인이 평소 지녔던 뜻이 깊이 각인 될 수 있는 충분한 의미가 부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라크 현지에 김선일시의 죽음을 기념하는 교회를 건축할 뜻을 피력하기도 하였던 그 부친의 말씀에도 알 수 있듯이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선교의 듯을 두었던 고인의 평소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열정이 이 죽음으로 더욱 더 큰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고, 향후 그 뜻을 이루려는 의지 또한 무척 강합니다.
사실 변호인은 유족들과 사이에 보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는 않았습니다만, 유지를 받들 뿐 아니라, 고인의 죽음을 기리는 방편으로라도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더욱이 김선일 씨가 섭씨 50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21일동안 겪어왔던 죽음에의 공포, 차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처참한 죽음의 과정, 그리고 사후에도 동영상 등을 통하여 김선일 씨의 인격적인 존엄성이 훼손된 것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유족들이 받았을 어마어마한 정신적인 고통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까지 질곡과 고통의 삶을 살아온 유족들에게 이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유족을 대리하여 정부 측과 몇 차례 협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유족을 대리한 본 변호인과 정부 측과의 협상 결과는 결국 결렬디고 말았는데, 협상의 모든 과정과 절차에 관해서는 정부 부처 그리고 정부측 관계자에게 누를 끼칠 것이 우려되므로, 이 자리에서는일체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유족들은 그 동안 그 누구에게도 드센 목소리로 항의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고 각종 단체들과 정치권의 갖가지 제안을 거부하고, 유족들에게 돌라 올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모두 포기한 채 조용히 기독교 가족장을 치를 것을 결심하였고,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본 변호인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선일 씨의 유족을 대리할 변호인단을 새롭게 구성하여 국가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유족의 권리를 소송을 통하여 실현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족의 입장에서는 보상금에 대한 협상 논의를 장례 일정과 연계함으로써 김선일 씨의 죽음의 의미가 추호라도 퇴색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조속히 장례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족들은 김선일 씨의 죽음을 불러온 이라크에 대한 모든 원망을 접고 사랑의 메시지를 선포하였듯이 정부에 대해서도 보상 및 예우에 관한 섭섭함과 모든 원망을 접고, 다만 변호인을 통하여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이를 간절히 호소하고자 합니다.
이제 진정 마지막으로 유족 대표의 말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유족 대표는 정부와의 협상 결렬을 알리고, 추후 장례 일정의 진행과정을 묻는 본 변호인에게 '저희는 조속히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장례 일정과 관련하여 보상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선일이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욕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선일이의 죽음과 장례 과정을 통하여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 하나로 만족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2004. 6. 28
유족 자문 변호사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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