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제 작년 10월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육군으로 보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정말로 어이없고, 황당한 일을 당하여 고민 끝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젯밤 10시 남자친구로부터 부대에서 쫓겨났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신다 구요?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장난을 한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넘겨 버리려고 했습니다. 부대에서 군인을 쫓아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 말은 사실이었고, 더욱더 저를 황당하게 한 것은 남자친구가 부대에서 쫓겨난 이유였습니다.
제 남자친구는 B형 간염 보유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 B형 간염 보유자는 10%를 차지하고, 간염에 걸린 상태가 아니라 일반인에 비해 간염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B형 간염 보유자의 상당수가 평생을 살면서 아무런 이상 없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군 면제 대상에는 포함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제 남자친구도 당당히 육군에 입대하게 되었구요..
어쨌든 몇 일 전 남자친구가 군대에서 헌혈을 했습니다. B형 간염 보유자는 헌혈을 해봐야 피를 못 쓰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지만 제 남자친구는 그냥 했나봅니다. (그 부분은 저도 이해가 안됩니다.)
어쨌든 그래서, 어제 헌혈한 곳에서부터 남자친구가 B형 간염 보유자라는 사실을 부대로 통보했나 봅니다.
그것이 남자친구가 정확히 15개월을 생활한 부대에서 쫓겨난 이유입니다.
말 그대로 짐을 싸게 해서 부대 밖으로 쫓아내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병사들이 많은 PX에서 "너 간염이라면서 아직도 안 갔냐! 우리부대에선 너를 안 받아준다" 라는 식으로 면박을 주면서 말입니다.
이게 정말 말이나 됩니까? 처음 신체검사 받을 당시 보유자라는 사실이 발견되었을 때도 아무 문제없이 나라에서 받아줬는데, 지금에 와서 나가라니요. 그럼 처음부터 나라에서 면제를 시키지 왜 받아줬답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더구나 멀쩡한 사람을 전염병자 취급해서 쫓아냈다는 사실이 더욱 화가 납니다. 그리고 그 부대의 간부들의 지적 수준이 의심 스럽구요. 그거야말로 자신이 무지한 것을 티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다행히 제 남자친구는 파견병이었기 때문에 복귀할 부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복귀하지 못하고 그 근처 회관에서 지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제 쫓겨났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러다 들여보내겠지 했는데, 한 달 동안 회관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정말 어이없지 않습니까? 설령 정말 무슨 전염병이라도 걸린 사람이라 해도 병원에 보내거나 보호를 해 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군대에 B형 간염 보유자가 한 둘입니까? 분명 남자친구의 부대에도 밝혀지지 않은 보유자가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은 알아서 헌혈을 안 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 구요. 어쨌든 이런 식으로 군인을 비참하게 만드는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부대를 이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부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아직 제 남자친구가 9개월 가량의 군복무기간이 남았고, 그래서 그 파렴치한들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 파견병이라는 이유로 밥 먹는 것도 눈치를 주고, 하계휴양에 갈 때도 다른 군인들이 타는 차가 아닌 짐차에 태워서 보내며 사사건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 왔었습니다. 누가 파견병을 하고 싶어서 했습니까? 나라에서 시키니까 그 뜻에 따른 것뿐입니다. 저는 같은 병사들끼리 괴롭히고 구타하는 것은 들었어도, 하사나 상사정도나 되어서 그런 짓을 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한 가정의 사랑하는 아들이고 한 여자의 사랑하는 남자친구입니다.
사회 있으면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훌륭한 청년이구요..
그런 사람을 군대라는 곳에서 완전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탈영하고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9개월 뒤 남자친구가 전역을 하고 나면 부대이름과 간부들의 이름을 올리겠습니다. 더 이상 제 남자친구와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군대에 있는 간부들이 불쌍한 병사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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