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만 19세가 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휴전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전에 소위 "신체검사"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신길7동 산159-1번지에 위치한 서울지방병무청 제1검사장에서 그 "신체검사"라는 것을 받았다.
병무청 건물에 들어서자 신성한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되신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짤막한 글들을 보았다. 순간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특히 환영한다는 단어 덕분에 나는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제1검사장에 들어서서 처음에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고 내부에 들어가서 간단한 신고 절차를 거친 후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곳에서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학력, 자격증과 면허증 취득 사항에 대해서 관계자의 지시를 따라서 자신이 직접 입력했다. 그리고 365문제의 "예", "아니오"로 답하는 인상검사(?)를 작성했다.
인상검사는 정신과에서 선별한 문제를 푸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병역 의무자에 대한 정신상태를 검사하는 그런 테스트인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검사를 작성하면서 도중에 먼저 온 순서대로 탈의실에 들어가 그곳에서 제공하는 간소한 옷을 걸치고 2층으로 올라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X-ray로 흉부를 촬영했다. 그 후에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았다. 다음에 다시 1층으로 가서 인성검사를 하면서 또 차례를 기다리고 다시 2층으로 가서 혈압검사를 받았다. 뭐 여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지만 역시 관계자들 중에 더러 무뚝뚝하고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메인 코스는 3층에서 종합검사를 받을 때였다. 3층에서는 안과,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피부과, 신경과, 정신과, 치과 등으로 나눠진 칸막이에서 4명씩 조를 짜서 움직였다. 뭐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사를 받으면서 내내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미소를 보이면서 검사를 진행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둘째 치고라도 검사자들의 강압적이고 명령투의 어감이 상당히 불쾌했다.
정말로 충격적인 것은 안과 칸막이에서 어떤 한 관계자는 칸막이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듣기 거슬리니까 말하지 말라는 지저분한 말을 했다. 아니 그런 말을 굳이 그런식으로 말할 필요까지 있나? 내가 직접 당한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 내내 짜증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각 칸막이에는 분야별 전문의들이 배치돼 피검사자들이 가서 신체에 관한 문제 사항이 있으면 말하면서 상담하는 것이었는데 무슨 말을 하기가 무섭울 정도로 몰아부친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역을 치루는 것에는 상관없다"는 식의 말을 내뱉었다. 그 인간들은 사람들 사이에 대화할 때 기본을 모르는 것인가? 아님 개념이 부족한 것인가?
내 딴에는 검사자들이 피검사자들 전부를 병역기피자로 간주하고 경멸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대략 그 정도로 그 검사자들은 무례했고 대화예절이 엉망이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개념을 잡아줄 국민 교과서 개념원리를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솔직히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불친절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고 무례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불친절한 검사자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친절하게 맞이하는 검사자도 있었다. 그리고 숫자는 얼마 안됐지만 대체로 여자 검사관들이 훨씬 친절하다면 친절한 편이었다.
무덤덤하고 무뚝뚝하긴 해도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는 보여주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3층에 있는 남자 검사관 중 거의 절반 이상은 수준 이하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소명의식이 있긴 한건가? 그들은 시민과 국토를 지키는, 병역 의무자를 위한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는가? 그런 몰상식한 태도가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받으러 온 병역의무자들을 "환영"하는 태도인가? 공공기관의 대인 서비스는 과연 이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가? 검사과 모두 끝나고 친절여부에 관해서 피검사자들이 평가를 내리는 곳이 있었다. 친절, 보통, 불친절 3개의 통에 자신이 처음에 신고절차를 밟으면서 받았던 카드를 집어 넣는 것이었다. 나는 두말없이 불친절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불친절 통을 보고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불친절 통에는 안과, 내과, 외과 등의 명칭이 붙어있고 각각 따로 평가를 하게 되어 있었다. 카드는 하나 밖에 없는데 어디에다가 넣으란 말인가?
도대체 불친절한 데가 한두군데 였던가? 아주 병역의무자들을 우습게 알아도 한도가 있는 법이지 그런식으로 무례를 범해놓고 평가는 형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를 하라면서 바로 옆에서 담당자가 보고 있는 센스는 도대체 뭔가? 그러면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뭐 불친절 통에다가 넣으면 한판 하자는 건가 뭔가?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불친절 통에는 카드가 하나도 없고 거의 전부 보통 통에 있는것 같았다. 그러한 행정은 당사자를 기만하는 거만한 태도가 아닌가? 그러한 평가제도에 신뢰성과 장래성은 보장되는 것인가? 과연 그들이 평가를 제대로 받아서 징계를 당한다면 그런 태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서울지방병무청 제1검사장의 친절도는 형편없었다.
개중 몇몇 친절한 검사자들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불친절, 권위적, 강압적, 비상식적인 검사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들이 과연 한 나라의 수도에서 앞으로 병역의무를 지게 될 사람들의 검사를 하기에 적합한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인가? 이런것이 병역의무자들을 환영하는 태도인가? 그 말과 행동이 다른 어처구니없는 센스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왜 이런 일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는가? 각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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