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라는 정치실험, 이래저래 볼 것이 많다

'박근혜'라는 정치 실험  [메아리/7월 3일]

우연히 국회에 들렀다가 직접 본회의 연설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예상을 깨고 그가 직접 세종시 수정안 반대토론에 나선다는 소식이 확인된 순간 표결보다 그의 말에 관심이 쏠렸다.

좀처럼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과 어조에, 특별한 제스처도 없었지만 압도적 무게가 느껴졌다.

약 50명의 현역의원을 이끄는 정치 실력자가 5년 2개월 만에 행하는

연설이라는 형식적 의미와 군더더기 없는 연설 내용이 결합돼 진실성이

보강된 결과였다.

가령 "세종시의 성공적 건설 책임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는 말은 그의 입에서 나오면서 비로소 특별한 함축을 가졌다. 세종시 건설의 대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차기 정부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판이나 주문을 넘어 어느 정도 자기 다짐의 성격을 띠었다.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애국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며

 "오늘 표결을 끝으로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접자"는 말도 여운이 길었다.

중심 가치로 내세운 신뢰

물론 그가 가장 크게 힘준 것은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현재의 권력과 분명한 선을 긋는 차별화의 핵심 잣대로 신뢰를 내세 웠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사건이다.

미래의 권력을 향한, 결코 순탄하지 않을 행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것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든, 순간적 직관에서 비롯한 것이든,

그가 앞세운 신뢰라는 가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자기 구속력이 강하다.

약속을 잘 지키자는 동어 반복적 약속에서 빠져 달아날 구멍은 없다.

일거수일투족의 사소한 어긋남도 크게 확대해 보여줄 오목거울이다. 다른 수많은 검증 절차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신뢰에 작은 금이 갈 경우 곧바로 자격을 잃게 되는 치명적 다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그의 다짐은 개인의 모험이자 한국정치의 발전성과에 기댄 정치 실험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그때마다 국민 요구에 부응한 지도자를 배출해왔다. 집권 당시에는 눈에 띄지 않고 결점이 두드러졌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들 나름대로 사회발전과 개혁에 기여했다. 오랜 권위주의 통치가 무너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