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죽이기 1막 3장 [21] http://www.hopark.net/
이종택(yijt) [2010-02-27 11:27:35]
작금의 세종시 수정안은 박근혜 죽이기 1막 3장 중 2장이다. 1장은 대권을 잡자마자 공천권을 이용한 친박 죽이기였는데 박 전 대표의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 한마디에 풍비박산, 애꿎은 우군의 시체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대선에서 500만 표 이상을 이겼다는 자만심이 부른 착각이 낳은 비극이다. 경선에서 사기를 당해 표 줄 곳을 잃고 방황하던 보수가 그렇다고 차떼기 장본인이나 노무현의 잔당에게 표를 줄 수도 없는 처지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던져 준 표를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착각했던 정권의 비극이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그 때 벌써 민심의 향방을 알고 화합의 정치를 시작했으련만 자만의 꿈이 너무 길어 정신을 못 차린 탓인지 집요한 박 전 대표 죽이기는 미디어 법 강행에 이어 세종시 수정안 내밀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신뢰라는 명분에 금성철벽 같이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의원 총회로까지 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 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제 느닷없이 중진 협의체를 만들어 해법을 찾자는 말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친이, 친박 간의 감정대립 격화를 방지하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날로 늘어나는 원안 찬성 지지율에 대세가 이미 기울었음을 친이 주류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초선의원들을 시켜 박 전 대표를 맹렬히 공격하고 심지어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던 친이가 별안간 태도를 바꾸고 느닷없이 중진 협의체 구성을 만들자고 제의한 배경을 생각하니 몇 가지 추리가 나온다. 일단 세종시 수정안을 이용한 박 전 대표 죽이기는 실패한 작전이라 버리는 게 상책이다. 다만 체면 때문에 공식적으로 손을 들 수는 없는 일, 중진 협의체에 넘긴다는 구실로 보류한다는 소리다. 1막의 막장 개헌을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수조건인데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보다 못한 이명박이 제한적 개헌이라는 명제를 내밀며 일깨우자 화들짝 놀라 중진협의체를 만든다는 구실로 일단 철수했다.
대체 대통령이 무슨 권한으로 헌법에 제한을 둘 수 있으며 온전한 헌법은 뭐고 제한적인 헌법은 무엇인지 우둔한 머리로는 이해난망이지만 잘난 국회의원과 학자들이 언론에 나와 떠들 테니 곧 알게 되리라. 아무튼 박근혜 죽이기 1막 3장 개헌 쇼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난 민심을 다독여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원리를 생각 하면 왜 현 시점에서 세종시 논란을 굳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혀야 하는지 이해가 된다.
정운찬을 내세울 땐 잘 만 되면 여세를 몰아 개헌까지 한달음에 도착할 작정이었는데 수정안 지지율이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악재가 터지는 바람에 잘못하면 4대강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조기 레임덕을 부를 위기에 처했다. 설이 지나면 오를 줄 알았던 수정안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치고 요긴할 때 써먹으려던 김무성은 정체가 탄로나 더 이상 써먹을 카드가 못된다. 단숨에 정면 돌파로 승부를 보려던 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박 전 대표의 요구가 더 큰 호응을 얻고 신동아에서 정부 문건을 폭로하는 바람에 일이 더럽게 꼬였다. 그 바람에 김무성을 이용한 회유 교란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제 2의 작전, 장기전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세를 보니 시간을 끈다고 해결 될 문제도 아니고 어물어물 하다가 지방선거를 망치면 개헌 작전까지 망치고 만다. 그리 되면 당장 레임덕에 빠지게 됨은 물론, 당권이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가고 친이는 멸종을 면치 못한다. 그러니 우선은 세종시 수정안을 물밑으로 밀어 넣고 선거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종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친이 일색으로 공천을 할 수도 없고 친박을 공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중진 협의체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 나름의 고육책, 그래서 표면상 항복이 아닌 보류다. 3장 개헌 쇼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필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한 명분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장 2장의 연달은 실패로 국민이 연극의 목적을 알아 버렸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친박 교란은 실패했고 저격수 5인방은 낙선운동 대상으로 찍혔다. 중립 지대 의원 회유 작전도 먹히질 않는다. 내심 쓴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표 찍어 내리기를 멈추면 내가 죽는다는 강박관념, 피해망상을 고칠 의사는 대한민국에 없다. 1막 1장, 2장은 실패했지만 아직 3장이 남아있고 그마저 실패하면 2막 3막으로 넘어갈 것이다.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고 믿는 피해망상 환자의 비극이고 그런 환자에게 권력을 잘 못 쥐어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그러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게 박 전 대표 테러 사건이다. 사건 직후 범인이 술에 취해 있었다고 감싸던 경찰, 배후는 없다고 하루도 안 돼 발표한 검찰, 형식적인 유감 표명으로 부랴부랴 사건을 덮었던 노무현 정부, 그리고 정권이 바뀐 후에도 재수사는커녕 박 전 대표 사찰이나 하는 이명박, 그때부터 한통속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까지 든다. 노명박 소문 속에 국민적 절대적 지지를 받던 박근혜, 적어도 그 두 사람에게 공동의 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 이유에서 앞으로의 박근혜 죽이기는 더 악랄하고 무자비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날이 갈수록 시간 여유는 없어지고 증세는 더 심해질 터이니 말이다.
1막의 마지막 카드는 분명 개헌론이다. 그러나 2막 3막은 예측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이대로 물러설 이명박은 절대 아니다. 그걸 안다면 국민 모두가 1막의 마지막 카드 개헌론을 결사 저지함은 물론, 친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만일의 경우, 목숨이라도 버릴 각오로 박 전 대표 보호에 나서야 한다. 그 길만이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선진조국을 자손에게 물려줄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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