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부추연성명서 > <b>윤용(부추연 상임대표)의 양심선언(투표함바꿔치기)

부추연 운영진이 군사독재 시절에 침묵했다고 헐뜯는 사람들이 있어 윤용 부추연 상임대표의 과거 활동을 소개합니다.
윤용 교수는 당시에 구로구청사건 피해자 20여명을 직접만나 조사하고 목숨 걸고 이 성명서를 실명으로 발표하였고 윤용 교수는 그로부터 2년 후에 고려대에서 해직 당하였습니다.
(1987년의 투표함 70여개 바꿔치기 규탄)

공개서한 24

1987년 12월 18일 아침 서울 구로구청에서 최소한 70여명이 학살당했습니다 (이것은 구로구청 학살 장면을 직접 목격한 25명의 증언을 듣고 작성한 것임)

윤용(고려대학교 신문방송과 교수 전화:925-4381 교환372)

1987년 12월 18일 새벽 6시25분 타타탕탕 ...살인작전이 시작되었다. 농성자들이 이곳 저곳에서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노태우를 부정당선 시키기 위한 보물상자(부정투표함)를 빼앗으려는 살인작전이었다.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오물까지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새까맣게 도열한 로마병정들의 손가락이 쉴사이 없이 최루탄 발사기의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시커면 최루탄 덩어리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건물 안으로 날아들어와 사람과 기물을 닥치는 대로 파괴해 버렸다.

"최후의 발악" 그것은 최루가스를 마시며 초인간적으로 움직이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발악할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산소를 들이마시는 대신에 최루가스를 들여마시고 있었다. 숨통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연속적인 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상당수가 죽었고 상당수가 발악을 계속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몸을 바람이 통하는 곳까지 필사적으로 끌고가 창문밖 시원한 공간을 향하여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2초 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가속도가 붙은 몸이 시멘트바닥을 때리며 납작하게 뻗어버렸다.

백골단은 사냥꾼이었다.
그들에게 양원태군은 사람이 아니고 토끼였다.
농성자들은 산비탈에 걸쳐있는 돌멩이에 불과하였다.
"탁'한번 내려치면 옥상 절벽에서 5층 벼랑길에서 떼구르르 동작하나로 시체로 변해 버렸다. '퍽' '퍽'내려치면 뻘건 물이 솟아나는 수박처럼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 나동그라졌다. 피가 흥건한 토끼.하얗게 쭉 뻗은 토끼, 뻗어 버리는 대로 차곡 차곡 쌓이는 토끼사냥 ---그날 애국자들은 모두 토끼였다.

백골단들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살인마가 왔다!" 92부대한테 맛좀 봐라, 모두 죽여서 파묻어 버리겠다!며 대들었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살인백골단이었다.
세상에 사람을 전문적으로 죽이는 훈련을 받는 부대가 있다니!
사형수는 기소되고 재판에 회부되어 까다로운 법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살인백골단은 지휘부의 명령한마디면 사람을 개구로 잡듯 현장처형을 해 버리니 법은 어디가고 법을 지키는 자들은 어디 갔는가? 살인백골단은 '살인원격조정장치'에 의해 작동되는 살인기계였다.

살인백골단이 거머 쥔 쇠파이프는 난반용 쇠파이프였다. 그것은 간편하고도 강한 일품 살인무기였다. 그 살인무기가 무고한 동포들을 빨갱이로 몰아 급소를 후려치고 있었다. 최루탄으로 이미 초죽음이 된 사람들을 송장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때리고 또 때려 피로 목욕을 시키고 있었다. 어떤 피는 솟구쳐 올라왔고 어떤 피는 바닥에 흥건히 깔렸고 어떤 피는 엉크러져 피범벅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듯 하얀 최루가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쌓여갔다. 그 위에 뿌려지는 붉은 선혈. 반항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군사독재의 율법이 흰 바탕에 붉은 글씨로 쓰여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오직 한 가닥의 희망- '지옥행'뿐이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 이해관(24세)군은 새까맣게 들이 닥치는 백골단에 밀려 가까스로 3층 복도에 발을 디뎠다. 뒤에서는 계속 맞아 넘어지고 최루탄이 미친듯이 쏟아지는데 필사적으로 눈꺼풀을 열고 숨을 곳을 더듬는데 손에 문 고리가 잡혔다. 열고 보니 사무실이었다. 거기에 이미 대학생 차림의 남자 2명이 와 있었다. 이군은 잽싸게 문을 안으로 잠그고 2사람 쪽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쇠파이프로 문을 난타하는 소리가 들렸다. 앗차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그때 2명중 한 사람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뛰어 내리자!"고 소리쳤다. 상대방이 미처 대답할 틈도없이 쇠파이프 난타 소리가 바로 정면에서 들리고 있었다.

몇초 후면 이 방도 살인함락될 참이었다. 이때 한 사람이 다리 하나를 창문 밖에 밀어 넣고 내려 뛰었다. 그리고 두번째 사람이 뒤를 이었다. 연거푸 악!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창고의 슬레이트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떨어지는것은 곧 바로 죽음을 의미하였다. 이군도 뛰어 내릴 자세를 취하는 찰라 와당탕하는 소리와함께 문이 열리면서 화이바와 방독면을 착용한 5~6명의 살인백골단이 돌진해왔다. 그들의 쇠파이프가 일시에 이군의 몸 전체를 사정없이 난타했다.

이해관군은 곧 이방 저방으로 끌려다니면서 다른 백골단들에게 인계 될 때마다 계속 맞으면서 의식을 잃었다. 심한 통증에 깨어보니 군화발이 옆구리를 차고 있었다. 아마 진압이 다 끝난 모양이었다. 모두를 건물 밖으로 끌어내는 대열에 섞여 이군은 또 쇠몽둥이 세례를 당했다. 이해관군의 얘기는 아비규환 속의 한 예에 불과하다.

구로구청 위로 올라가면 지옥도 있고 천당도 있었지만 지하실은 특히 지옥에 가까웠다.
운이 나쁜 사람들은 피치 못하게 지하실로 뛰어 내려가 변을 당한듯 하다. 지옥은 기록을 남겨두지 않기 때문에 지옥행의 명단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있다.
오직 하늘만이그들의 명단을 갖고 있으리라. 지하층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최소한 100여명이 된다고 하는데 그들의 행방은 아직도 묘하다.

닥치는대로 때려 죽였고 닥치는대로 떨어뜨려 죽였기 때문에 구로구청의 인간사냥 작전에서 거둔 전과가 어느 정도인지 사냥꾼들마져 헤아리기 어려웠을것이다. 사냥꾼들은 시신을 암매장했거나 화장해버려 죽음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녹화기보다 정확한 목격자들의 기억력이 존재하는 한 살인만행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25명이 사건직후에 필자에게 학살 목격담을 들려 주었고 아직도 필자는 그 기록을 보존 하고있다.

통일민주당원 박선규씨(경기도 광주군 동부읍 덕풍리)는 2명이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경희씨(서울시 영등포구 신길5동)는 진압당할때 남자대학생이 동맥을 끊었고 옥상의 물탱크에서 여러 사람이 추락했고 옥상에서 2~3명이 "차라리 죽자"며 비장한 각오를 하는 것을 목격했고, 안청자씨(서울시 노원구 상계동)는 시체를 담요로 싸서 끈으로 묶어 들고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관이 나온다!"고 소리치니 전경이 "전경도 13명이나 죽었어!"라고 소리 지르며 떠다 밀었다고 증언했고, 김경환군(서울공업고등학교 3학년)은 고려대학교 본인의 연구실로 찾아와 30분동안 12명이 추락 혹은 투신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 중 5명은 함께 스크럼을 짜고 투신했다고 증언했고, 최한규씨(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3가)는 구로경찰서 쪽으로 전투경찰들이 관을 4번째 들고 갈때 "관이 나간다!"고 소리쳤는데 그 광경을 함께 보던 구로고등학생 황승욱군이 누가 던진 돌에 맞아 쓰러져 황군을 황급히 고대 구로병원에 옮겼다고 말했고 이수영군(인하대 1년 휴학)은 구로구청에서 보건소 4층 건물 옥상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백골단이 경비를 보던 10명을 쇠파이프로 떠밀어 그 중 7명이 아래로 추락하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고 잠시 후 구로구청옥상에서 2사람이 껴안고 "으악!"하며 아래로 투신했으며 곧이어 "쿵"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상의 증언은 필자가 직접 들은 것으로서 그들의 표정이나 정황으로 보아 사실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증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번지는 제외 제외 시켰음)

필자는 지난 11월14일에 국회청문회에 출석하여 이상의 증언을 토대로 "구로구청에서 70여명이 학살당했다."고 증언했는데 오히려
민정당은 위증죄로 고발하려 하였고 야당마저 말꼬리를 딴데로 돌려 의혹을 자아내게 하였다. 국회의원들이 "학살" 얘기가 무서우면
최소한 당시의 처절했던 진압상황이라도 "한말씀" 하셔야지 수많은 야당 피해자와 희생자들에게 면목이 설 것이 아닌가?
필자는 민정당과 야당이 구로구청 학살을 불문에 붙이기로 합의하지 않았나 하는 강한 의혹을 품게 되었다. 이번 국회청문회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해준다. 청문회에서 구로구청사건 얘기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구로구청에서 최소한 70여명을 학살하고 출범한 제6공화국은 정통성이 있는가? 그러나 그 비정통성과 싸워야할 야당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참으로 헛심 빠지는 꼴이 되었다. 구로구청 학살은 제2의 광주학살이다. 그것은 5공비리이며 또한 6공비리이다.
야당은 서열 3번째에 구로사건을 놓고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특히 구로동에서는 김대중후보의 모금함속에 평생 모은
재산을 바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우리는 반드시 그날 시체를 실어 나른 청소차의 운전기사, 앰블런스 운전기사,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전투경찰 및 백골단의
양심선언이 머지않은 장래에 있을 것이라 기대해보자. 구로학살 만행은 반드시 밝혀야 하고 밝혀질 것이란 확신을 갖자.
보수대연합에 의해 가리워지는 구로학살의 진상을 기필코 밝혀내자.

(1988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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