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오전 9시 30분 국정감사를 감시하는 사명을 띄고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법원 입구건 건물 입구건 국정감사를 한다는 표지판이 한 개도 없으니... 한참 헤매다가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도착했지만 역시 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고 무전기를 든 사람만 서서 안내하고 있었다. 역시 법원은 높은 데구나!

4층 국정감사장에 도착. 오전 10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꾸역 꾸역 몰려들었다. 여당의원, 야당의원, 법관, 취재 기자, 법원 직원 그리고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임원과 회원들...

시계가 10시 반을 가리키자 탁탁탁...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국정감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둘겼다. 이어서 기라성 같은 법관들(서울고등법원장, 서울중앙법원장, 행정법원장, 형사수석부장판사, 인사국장, 형사국장 등)이 소개되고 소속 법원의 자화자찬식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업무보고인지 국정감사인지 헷갈릴 정도. 국정감사 때마나 나오는 천편일률적인 변명.. 노력을 하였으나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송구스럽고 어쩌구 저쩌구...

드디어 국정감사가 볼론에 들어가나 했는데 웬걸 화살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민주노동당 노희찬 의원이 손을 번쩍 들고 다음 국정감사에 삼성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훈수를 두고... 그러자 한나라당 주성현 의원이 받아쳤다. 잘하고 있는 기업인을 우리가 부를 자격이 있느냐? 그러자 노희찬 의원이 맞받아쳤다. 주성현 의원은 자격이 안 될지 모르지만 나는 자격이 된다며 이건희 회장의 증인채택을 주장.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고, 민주당 조순형 의원까지 반대하자 증인 채택을 안 하는 쪽으로 결론.

이건희 논쟁을 벌이는데 40분이 날아갔다. 국정감사 받으러 왔다가 의외의 싸움 구경을 하게된 12개 법원장과 법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드디어 국정감사의 본론이 시작됐다. 감시원들의 첫번째 관심사는 어느 국회의원이 자리를 비웠나 였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과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보이지 않았다. 오전 내내. 어디 갔을까?


임종인 의원: 국정감사 준비가 충실했다. 그는 서울고등법원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매년 2~3만명이 벌금을 못 내서 몸으로 때운다(옥살이). 옥살이 하는 피고의 임금은 하루에 6~7만인데 왜 옥살이 몸값은 5만원인가? 수원, 인천 지방법원은 하루 몸값이 3만원 밖에 안된다. 왜 법원마다 몸값이 들쑥날쑥 한가? 서울고등법원장이 동문서답식으로 얼버루린다.


이주영 의원(한나라당): 몇가지 질문을 했지만 특이한 사항이 없고 구체성도 없고 질문이라기 보다는 자기 코멘트. 준비 미숙.


조순형 의원(민주당): 법관들의 부도덕성을 힐란하게 지적하여 장내를 싸늘하게 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고 있는데 반국가적 행위라고 포문을 연 후 경찰, 검찰, 법관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판단한 것을 사면으로 무너트리다니 큰 문제다. 대통령의 사면권으로 일선 판사들이 참담함을 느끼고 있는데 법원장들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 사면권을 줄일려면 국회의 노력 만으로는 안된다. 사법부도 함께 노력하자고 역설.

법원은 비리를 저지른 법관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법관의 비리가 발생하면 얼른 사표를 받고 처벌은 안하고.. 이래서는 안된다. 지난번 비리 저지른 판사가 사표 내니까 대법원장이 15분 내로 수리하더라. 처벌을 한 후 사표를 수리해야지 이래서는 안된다. 의정부 법조비리, 대법원 법조비리 때도 뼈를 깍는 사죄를 했는데 법원은 뼈를 너무 깍아서 뼈가 안남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병렬 의원(연린우리당): 검찰,법원이 공무원 범죄에 대하여 솜방망이다. 공무원 범죄 실형율이 5~6%밖에 안된다. 공무원에 대한 법원의 실형률은 검찰의 4.5배나 낮다. 공무원 유죄 판결은 검찰대 법원이 6:1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나? 춘천지법은 공무원 범죄 실형율은 7% 이고 일반범죄 실형율은 무려 39.6% 이다. 공무원에 대하여 솜방망이가 아닌가?

춘천지방법원장의 답: 실형을 내리면 연금을 못받는다든가 명예가 놓여있어서 이런 판결을 한다... 어쩌구 저쩌구...

선병렬 의원: 재정신청이 거의다 기각 되는데.. 재정신청을 안 받아주면 억울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최병국 의원(한나라): 20억을 먹은 바다이야기 범인에게 벌금 150만원이 뭐냐? 10억원 먹은 바다이야기 범인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다니 말이 되느냐? 왜 이렇게 형이 들쑥날쑥 하고 파격적으로 낮으냐?

항소를 하면 양형이 50% 낮아진다. 항소심은 형을 낮추는 수단이 되고 있지 않은가?

변호사를 쓰면 기각율이 7%에서 35%로 증가한다. 돈이 없어 변호사를 못 쓰는 사람은 억울하지 않은가?

이상과 같이 최병국 의원의 질문은 정곡을 찔렀다. 노력이 돋보였다.


노희찬 의원(민주노동당): 대전지역 변호사 1인당 평균 보석사건 수임건수는 2.4건에 불과한데 전관예우 변호사는 1인당 29건씩 수임하는 등 차이가 무려 12배나 된다. 청주지역 전관예우 변호사도 1인당 33건을 수임하여 1인당 3.1건을 수임한 일반 변호사보다 무려 11배 많은 보석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혀를 찼다.


---------------------- 중식 후(14:40) ------------------------

나경원 의원(한나라당): 오전 내내 결석했다가 오후 2시 40분에 나타나서 면식이 있는 판사들에게 부지런히 인사를 하고는 약 5분간 앉아있다가 다시 이석. 들어왔다 나갔다를 6번이나 하는 불안한 몸가짐을 보여 주었음.


이종걸 의원(열린우리당): 역시 오전 내내 결석했다가 오후 2:40분에 나타났고 준비가 부족한 질문 몇마디 하고는 끝나기 40분 전에 퇴장.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 법관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서울중앙법원 직원의 비리가 법원 전체의 22%나 된다. 그 중 금품수수는 총 44%나 됐다. 그런데도 해임.파면이 3명뿐이었다. 이래도 되는가?

수원지방법원은 6개월 이상 해결을 안한 형사사건이 무려 1,200건이나 된다. 너무하지 않은가?

박세환 의원(한나라당): 판사하다가 옷벗고 법원 건너편에서 변호사 사무실 차려 거액 수임료를 받아먹는 전관예우에 대하여 대책이 있는가? 어떤 전관예우 변호사는 한 건에 60억원을 받았다. 친구가 판사면 판결이 달라진다. 친구나 친지의 판결을 자진하여 기피한 사례가 있는지 대답하라고 따지자

서울 고등법원장: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전관예우는 고질적 병폐가 되고 있다며 해결 방법은 제시 못함.

법관들을 따끔하게 훈계하는 발언은 좋았지만 준비가 미흡했음.


이상민 의원(열린우리당): 고양지방법원 정진경 부장판사가 검사를 비판하는 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은 중대한 사건인데 의정부지원장이 몰랐다니 말이 되느냐?

의정부지법원장 : 더듬으며 우물쭈물 궁색한 답변


이종걸 의원(열린우리당): 오후에 나타났기 때문인지 오전에 다른 의원들이 질문한 공판중심주의 등 질문을 재탕. 이 의원은 14:50분에 들어와서 성의 없는 몇마디 질문을 한 후 다시 퇴장, 입실을 거듭.


나경원 의원: 대법원장의 공판중심주의 발언후 영장기각율이 13.5%에서 21.4%로 급증했고 어느날은 34.4%까지 급증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질문


김동철 의원(열린우리당): 법관은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여야 한다며 전관예우 병폐의 개선을 요구. 동부지법 판사였던 허광열 변호사는 54건의 구속사건을 수임했고 어느 전관예우 변호사는 1년에 80여건을 수임하였고 어떤 전관예우 변호사는 로폼에서 월 2억원을 받는다며 전관예우를 힐란하게 비판. 독일처럼 한국도 수임료를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 일부 전관 변호사들의 집행유예 비율은 50%가 넘는다며 힐란하게 비판. 그러나 훈시하기에 급급하였고 계속 들락날락 하며 국정감사 전체 시간의 약 60%는 나가있을 정도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주었음. 준비 미흡.


이용희 국회부의장(열린우리당): 70세 이상 수형자가 15명인데 죽음을 준비하는 고령자에게 이렇게 대우해서 되겠느냐고 질문. 준비도 부족하고 질문의 양과 질이 수준 이하.


----------------- 5분간 보충 질의(16:40) --------------------

노회찬 의원: 3년간 국정감사 하면서 피감 법관으로 부터 전관예우를 인정하는 답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전관예우 사례 849건을 내가 직접 분석해 보았는데 전관예우 변호사의 수임료가 일반 변호사보다 3배나 높았다. 전관예우가 심할수록 석방율이 높다.
어떤 의정부 지원에 있던 판사는 '의정부에서 1년 고생한 사람을 찾는다' 는 광고까지 했다. 이래도 되는가?
특정형사사건 예규 6조에는 법원이 전관예우 변호사를 관리하게 되어있다고 되어 있는데 서울중앙법원에 물으니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 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임종인 의원: 법원과 검찰청 건물을 분리시켜야 한다. 일본과 미국은 오래전에 분리했다. 건물이 바로 옆에 있어서 판사와 검사가 서로 얼굴을 알기때문에 봐 줄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등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 노력 돋보임.


이주영 의원: 법원이 너무크다.청사가 부족하다고 했는데 주택가에 법원을 증설하면 국민들과 친숙한 법원이 될 것이다. 개선하기 바란다. 파산신청하는데 서류가 25종류나 제출해야 하니 너무 많지 않은가? 이 엄청난 신청서를 법무사나 변호사의 조력 없이 작성할수 있다고 보는가?


문병호 의원(열린우리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법을 안지키는 것이 형사소송이다. 법원 스스로가 법을 안지키는데 어떻게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하겠는가? 법원장들이 법원 실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행정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영장신청을 당한 피의자가 심문신청을 하면 받아주는게 20~25% 밖에 안된다. 대법원 자료에 나와있다. 이래도 되나? 그리고 서울 중앙지방법원의 소송 구조율이 2%밖에 안된다.


조순형 의원: 두산 일가족 판결을 본 국민들이 서민법 따로 있고 재벌법 따로 있다고 개탄한다. 두산일가는 10년에 걸쳐 300여억원을 횡령했는데 불구속 수사까지 했는데, 미국에서는 저명한 여자 재벌이 회계 잘못했다가 1년 복역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집행유예죠 라며 비꼬았다.


최병국 의원: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 때, 동상을 수호하자는 쪽을 만 중점적으로 처벌했다. 부당하지 않은가?


이상경 의원 :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되면 500만원 하는 수임료가 2,500만원으로 인상된다. 이런데 공판중심주의를 찬성할 수 있나?


박세환 의원: 구속된 형사 피고인들이 항소를 하면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고등법원 까지 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고 지방 여러 곳에 고등법원을 증설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판을 오전시간에 배정하기 때문에 그 전날 서울에 와서 1박 하여야 한다. 오후 시간에 배정하여야 한다. 국민에게 서비스 한다면서 이 게 뭔가? 빨리 고등법원을 시골에도 설치하라!!

춘천은 항소율이 매우 저조하다. 항소를 하나마나 이니까. 영월이나 속초에서 재판 받는 사람들은 1심에 목을 맨다. 2심에 가 봤댔자 소용이 없으니까.


이상민 의원: 변호사는 공익을 위하여 일해야 하는데 사익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소비자인 국민이 감동하지 않으면 불신 당한다.
법관들도 고객에 충실해야 한다. 젊은 판사들이 법원 내부를 비판한 것을 꾸짖는 사례가 많은데 잘못이다. 변호사에 돈 주면 이혼경력을 지워주겠다는 광고가 나가는데 그래도 되는가?

가정법원장 대답: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광고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경원 의원: 국선변호인 청구서에 의하면 피고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실제적으로는 변호사의 이름과 주소만 보고 선택하니까 누가 좋은지 판단할 수 없다. 변호인의 신상에 관한 내용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동철 의원: 론스타 사건은 3년 만에 4조 5천억의 차익을 노린 사건이다. 이에 대한 여러 혐의가 있어 검찰이 여러 번 영장을 신청 했는데도 계속 기각했다. 이래도 되나?

서울중앙지점장 담: 신중한 판결이라고 본다.

'영장전담 판사제도'에 관하여- 전담판사 몇 명만 로비를 하면 해결된다는 말이 파다하다. 수원에서는 술대접, 춘천지법은 성접대 파문이 일었는데... 이래도 되나?


----------------- 후 기 ---------------------

이 날 고등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충격적이었다.
법원이 총체적으로 부패했다는 사실
전관예우는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
판사 옷을 벗어버리고 전관예우 변호사가 되면 돈 찍어내는 기계처범 변한다는 사실.
법관이 비리를 저지르면 끼리끼리 감싸주고 숨겨준다는 사실,
판사와 검사가 불필요한 경쟁을 벌여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
공무원 죄인에게는 후하고 일반 죄인에게는 박하다는 사실 등
기상천외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날 국정감사를 종합하면,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과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돋보였다. 구체적으로 파고들었고 질문의 종류도 특이하고 다양했다. 노력한 흔적이 역역.

법관들을 가장 호되게 혼낸 사람은 조순형 의원과 박세환 의원이다. 조의원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호되게 꾸짖었지만 사전 준비와 연구는 미흡했다. 국정감사는 글자 그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것이지 자기주장과 훈계를 하라고 마련된 장은 아니다.

국정감사 때마다 발생되는 일인데 이 날도 몇몇 의원들이 분위기를 흐려놓았다. 들락날락 하지 않고 차라리 불철석 했더라면 분위기는 흐리지 않았을 텐데... 이름을 걸치려고 나왔나? 그런 의원이 두 명 있었다. 나경원 의원과 이종걸 의원. 낙제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 날 국정감사의 특징은 꾸짖기만 했지 시원한 해답을 들은 게 없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간 법사위 국정감사를 하지만 변한 게 없다는 조순형 의원의 지적처럼 내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인가?

질책을 당하면 거의 전임 법관에 미루거나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재판은 멋드러지게 하는데 재판을 받는 태도는 빵점이었다.

국정감사를 하는 의원들도 문제였다. 자기 피알에 급급하거나 훈계조로 언성을 높이기에 급급했다. 국정감사 전에 법원과 자료를 주고 받으며 구체적으로 파고든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런 자료 요청을 했더니 이런 답을 했는데 사실과 다르더라던지 하는 질문이 한 건도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더 공부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자료와 싸워야 한다. 피감자들을 쭈욱 앉혀놓고 쿡쿡 찌르며 자기 피알이나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날 국정감사로 법관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법관들은 돈의 노예였다. 황금이 법원의 안팍을 휩싸고 있었다. 죄악의 돈! 죄악에 휩싸인 자들이 어떻게 재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년에는 나아질까?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부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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