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부터 8월 17일 까지 백두산에 다녀왔습니다.

인천항에서 16시간 뱃길을 따라 단동의 동항에 도착하자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석탄 더미였습니다. 천정이 높은 단동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가자 선풍기가 빙빙 돌아가 더위를 씻어주었습니다.

  동항에서 단동으로 향하면서 77년 전 할아버님(윤봉길 의사)의 행적이 눈에 선하였습니다. 어느 날 부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훌쩍 떠나 열차에 몸을 싣고 압록강을 지나 청도로 가셨습니다. 단동에 도착하여 유람선을 타고 할아버님의 족적이 아로새겨진 그 압록강 철교 앞에 다다르니 6.25 동란으로 끊긴 단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아버님이 저 다리를 건너시며 몸을 조국에 바치겠다고 거듭 다짐하셨으리라 생각하니 저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잠시 몽롱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 중국의 극단적인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미루나무가 길게 늘어선 초록색 들판이 넘실거리고, 녹슨 배 위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쳐대는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과 달리 압록강 건너 중국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중국은 하늘을 향해 치솟는 건물로 압록강변을 장식하였습니다. 이런 극과 극의 장면을 보고 지도자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나눠 먹을 떡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나눠먹기만 하다가 나라살림을 위태롭게 만들고 북한에 맹목적으로 퍼주면서 10년을 허송세월 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중국은 저렇게 뛰는데 우리는 10년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이러다가 중국과 한국의 경제수준이 북한과 한국처럼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둘째 날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백두산은 짐작했던 거와는 달리 아주 완만한 산이었습니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백두산의 서파였는데 버스로 거의 정상까지 가서 1,200여개의 계단을 올라 천지를 볼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 천지에 오르니 짙은 안개가 커튼처럼 젖혀지더니 깊고 푸른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감격도 잠시.. 충격적인 장면이 시야를 가로 막았습니다. 우리 땅 백두산을 중국에 떼어 준 국경선 표시인 ‘5호 경계비’ 가 눈 앞에 드리웠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기를 품은 백두산을 중국에 떼어주다니...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떼며 하산하였습니다. 

  셋째날은 광개토대왕비와 장군총(일명 장수왕릉)을 관광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그 넓은 만주 벌판을 달려 영토를 확장하고 고구려의 기상을 드높인 광개토대왕의 비를 보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희열도 잠시 뿐 내가 밟은 고구려 땅이 지금은 중국 땅이 돼버린 현실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구려의 기개와 꿈이 아로새겨진 광개토대왕비를 만져보고 싶었지만 허사였습니다. 관리 부실 때문인지 허물어질 염려가 있다며 먼발치에서 보라고 하였습니다. 장군총 역시 똑같은 이유로 먼 곳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동에서 집안과 통화를 거쳐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차창 밖 풍경은 우리 한반도의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였습니다. 특히 강원도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산과 들과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빼곡히 자란 옥수수를 보며 땅이 매우 비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하여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 은근히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동북삼성-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의 이탈을 막고 이곳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이이라고 합니다.

   이런 중국의 의도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이에 맞서기 위하여

  첫째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에 대한 연구와 올바른 역사 교육이 강화되어야할 것입니다. 

  둘째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로부터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청소년들에게 불어넣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할 수 없을지라도 동북삼성에 사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로, 중국을 좋은 파트너로 만들어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이룩하여 풍요로운 삶을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두서없이 백두산을 다녀온 소감을 적어봤습니다. 잊혀진 역사를 되살리고 우리의 위대한 문화 유산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빼앗긴 백두산과 빼앗긴 고구려를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잃어버린 강토를 되찾을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해 보는 값진 여행이었습니다.

2007. 8. 27
윤주경
부추연 공동대표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