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글을 쓰다보면 어쩌다 한번씩 이런 망상을 할 때가 있다.

“혹시 내 글이 의도하는 바를 좌익들은 읽어 악용하는데, 좌익들로 둘러싸인 이명박 정부는 전혀 모르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호소하는 글이 오히려 좌익들에게 역이용 당하는 것 아닐까?”

이런 허무맹랑한 교만으로 스스로를 달래며 딴에는 가치 있는 무엇을 추구한다는 착각에도 좀 젖어본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방송포털을 접수하라는 호소는 여태껏 이명박 정부에 씨알도 안 먹히는 대신, 좌익들은 그들이 장악한 MBC와 포털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보면, 그만한 착각도 생길 만하다고 본다.

아마 다른 우익 논객 분들도 다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답답하다 못해 아마도 다들 속으론 이명박에 대하여 부글부글 끓는 무엇이 응어리져 있으리라.

왜 이런 접근을 하였는고 하니,

좌익들은 좌파적 기준으로만 현 정부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익적 관점에서 우러난 증오의 논리도 같이 편승하여 부추기더란 것이다.

특히 이번 연평 포격 도발이 “천안함 폭침”처럼 증거타령으로 발목잡기 곤란하니까 더욱 뚜렷해지더란 것이다.

가령 홍준표 “안보 장관·참모 병역면제자 정리해야”라고 발언하니까

프래시안이 똑 같이 “정부 내 군미필자 솎아내라”는 소리를 한다.

뭔가 이상하다. 똑 같은 논리로 무엇을 노릴까?

바로 홍준표의 절규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장꿰놈이 챙기는 것 말이다.

‘군미필 우익’ 솎아내고 ‘병역필 좌익’을 심으려는 기회로 역이용하려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또 있다.

정두언이 “안보라인은 3류”라고 떠드니까, 손학규가 “안보라인을 갈아라.”고 떠들었다.

그리고 또 프래시안에서 “원세훈 제2의 김태영”이라고 떠들었다.

평소에 반전평화를 빙자하여 대북퍼주기 논리를 견지하던 야당이

어찌된 일인지 김관진의 ‘항공기 폭격’ 발언에는

지금까지 견지하던 논리와 180도 다른 기준으로 ‘든든하다’며 찬사를 보내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김태영의 낙마」와 「김관진의 등용」이 이미 저들의 의도 속에 패키지화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며,

이를 실현하는 수단이 바로 정부여당 내의 ‘자성적 비판’ 기준을 ‘공격적 비판’으로 역이용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줄여서 “자기 목적에 맞게 남의 논리를 역이용” 해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익은 말조심해야 한다.

저들에게 역이용 당할 빌미를 안 주려면 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