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당직자들 “지금 춤출 상황이냐”
원혜영총장 부채춤에 이미경 의원 가세

북한 핵실험 사태의 와중에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 일부 여당 지도부가 개성공단에서 춤을 추는 일이 벌어졌다.

김 의장 일행은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낮 12시40분쯤부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공단 내 식당 ‘봉동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한정식 요리와 함께 들쭉술, 맥주, 령정주(북한 약술)가 반주로 올라왔고, 식당 소속 여종업원들은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춤과 노래 공연을 선보였다.

오후 1시 15분쯤 원혜영 사무총장이 북측 종업원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갔고, 원 총장은 부채를 들고 3~4분여간 춤을 춘 뒤 내려왔다. 원 총장은 함께 춤을 춘 종업원과 포옹하려고도 했다. 이어 북측 종업원들이 계속 김 의장에게 춤을 권했고, 몇 차례 사양하던 김 의장은 이미경 의원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김 의장과 이 의원은 1분여 동안 종업원들과 손을 잡고 춤을 췄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같이 간 일행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한 당직자가 무대에 올라가 김 의장을 만류했고, 김 의장은 자리로 돌아왔다. 오찬 자리에 있던 당직자들은 “지금이 춤출 상황이냐”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는 등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장측은 “그쪽에서 계속 춤을 권해 분위기를 깰 수 없어 몇 차례 사양하다 응했다. 북쪽에서는 원래 손님이 오면 노래와 춤을 시키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고 해명했다. 춤을 춘 이미경 의원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마음에 걸렸지만 딸 같은 아이들이 권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 분위기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개성=임민혁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