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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업과 김현철등등이 술쳐먹으며 2차가던 룸쌀롱입니다.
서초동 김덕룡의원의 사무실에서 100미터 전방에 위치하였다.

김홍업·김현철 두 전·현직 대통령 아들이 즐겨 찾은 고급 룸살롱 ‘지안’
전직마담이 공개한 ‘ 황태자의 술버릇’

“현철씨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홍업씨는 묵묵히 술만 마시는 스타일”
지난 6월21일 기업인들의 청탁을 해결해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 5년전 같은 혐의로 구속되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당시 즐겨찾았던 최고급 룸살롱을 홍업씨 역시 애용했던 것으로 밝혀져 두 사람의 기이한 인연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룸살롱 ‘지안’에서 홍업씨를 ‘모셨던’ 마담이 털어놓은 두 황태자의 술자리 풍경.

운명의 장난일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말로가 너무나 닮았다. YS정권 말기였던 97년과 그로부터 5년 뒤인 지금, 언론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을 비교해보면 지금이 97년인지 2002년인지 헷갈릴 정도다. 대통령 아들이 기업인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국가기관을 통해 이를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마침내 구속됐다는 기사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 대통령 ‘김영삼’이 ‘김대중’으로, 차남 ‘현철’이 ‘홍업’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홍업씨는 검찰 공소장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서초동의 최고급 룸살롱 ‘지안’에서 청탁인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술을 함께 마셨다. 그런데 이 룸살롱 ‘지안’은 지난 97년에도 언론에 떠들썩하게 거론됐던 곳이다. 당시 검찰은 현철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권청탁의 아지트로 이곳을 지목했다. 현철씨는 이곳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과 술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 사거리 부근의 조그만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면 고급 빌라인 듯한 유럽풍의 최고급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흰색 벽과 진갈색 기와, 그리고 건물 주변에 우아하게 서 있는 나무들…. 건물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그러면서도 주거용이라고 하기에는 뭔지 모르게 ‘은밀하다’는 느낌을 준다.

건물 앞 나무 사이에 신문 반절 크기의 녹색 간판이 하나 있다. ‘한정식 지안’. 이곳이 바로 황태자들이 드나들었던 그 유명한 ‘지안’이다. 한정식을 하는 일반음식점 같지만 사실 값비싼 고급 양주와 미모의 여성도 함께 나오는 룸살롱을 겸하는 고급 사교클럽이다.

이곳은 층마다 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1층은 대리석으로 장식한 로비와 잠시 쉴 수 있는 카페, 2층과 3층은 한식당, 4층은 고급 룸살롱 구조다. 대리석으로 돼 있는 출입문을 들어서면 넒은 홀과 한눈에 고급임을 알 수 있는 가죽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탁 트인 창 너머로 작지만 깔끔한 정원이 손님의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개의 방들이 문을 꼭 닫은 채 ‘특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방마다 내부 인테리어는 다르지만 병풍이 쳐져있고 방 한가운데에 진수성찬을 차릴 수 있는 테이블과 다리 없는 등받이 의자가 놓여 있다. 물론 어떤 방은 최고급 사무용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은밀한 비즈니스를 원하는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룸살롱 구조로 돼 있는 4층은 속세의 모든 것을 접은 ‘수도자’도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넓은 방 가운데에는 편하게 놀 수 있도록 준비된 최고급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방 천장에는 나이트 클럽과 같은 현란한 불빛을 낼 수도 있고 침실처럼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고급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다. 특별손님은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유흥을 즐긴다. 물론 미모의 종업원이 동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안유지가 잘돼 권력실세들이 선호”

그렇다면 이곳의 밥값과 술값은 얼마나 될까?

“주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죠. 기본으로 계산하면 식대는 1인당 5만원선이에요. 술값은 다른 룸살롱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요. 국산 양주는 10만원대 선이고, 고급 수입양주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고요. 아가씨 팁은 기본이 20만원인데, 손님만 잘 만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용돈으로 받기도 하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아가씨와 같이 놀면 1인당 1백만원 정도 든다는 게 이곳에서 일했던 마담 최진선씨(가명)의 귀띔이다.

강남 일대에서 최고급 룸살롱으로 통하는 ‘지안’. 이 술집의 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최마담에 따르면 이곳 사장 정씨는 일흔이 넘은 할머니로, 최고급 룸살롱을 운영한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고 한다. ‘지안’만 해도 전두환 정권 때인 지난 85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자연스럽게 단골 손님들도 대부분 VIP들이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던 거물급 인사라면 정씨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한때 이곳을 줄기차게 드나들었던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사장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 할머니 돈 많이 벌었죠. 정권마다 최고 실세만 드나들었고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오갔으니 대충 짐작이 갈 겁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돈만 탐내는 분은 아닙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 분은 지난해 경북의 어느 한 곳에 사찰을 지어 헌납했고 시주도 많이 하는 등 불심이 아주 깊은 사람입니다.”

그러면 정권의 부침과 함께 이곳을 찾았던 인사는 어떻게 바뀌어갔을까. ‘지안’이 정관계, 재계 인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이라고 한다. 최마담은 “5공 실세였던 허모씨, 이모씨 등이 이곳을 찾으면서 고위층 인사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6공 때는 김종필 당시 민자당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아프리카의 한 국왕과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아들 현철씨를 비롯해 당시 실세였던 민주계 인사 일부가 이곳에 드나들었어요.”

DJ정권 때도 권력실세의 방문은 계속 됐다. 권력실세 K씨와 P씨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중진급 의원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재계 인사들도 이곳을 방문하긴 마찬가지였죠. 재계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 회장단이 중요 회의를 하고 난 뒤에는 이곳에서 뒤풀이를 하곤 했으니까요.”

최마담은 벤처기업가들도 이곳을 이용했다고 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된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언론에 잘 알려진 벤처기업가 A씨도 그들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돈 있고 ‘빽’ 있는 특별인사들이 유독 이곳을 찾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곳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보안성 때문이다. 술자리에 자주 호출되는 20대 중반의 미모의 아가씨 김희원씨(가명)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장님부터 마담, 아가씨 모두 신분 노출을 꺼려하는 VIP의 성향을 잘 알고 있죠. 영업의 비밀은 바로 보안유지에 있어요. 아가씨들도 손님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아요. 심지어 아가씨들끼리도 서로 알려고 하지 않을 정도니까요.”

보안유지에는 건물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각 층과 각 방의 내부구조는 옆방에 누가 왔는지 알 수 없도록 미로 형식으로 돼 있다. 이 건물은 또 누가 이곳에 들어오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도록 차가 건물 안쪽까지 들어오기도 한다는 게 자주 드나들었던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다.

“비밀문이 따로 있습니다. 정말 귀한 분들은 이 문을 이용하죠. 저도 이용해 봤는데, 차에서 내리니까 바로 건물 안이었어요. 맘껏 즐기고 나면 가끔 2차를 위해 이 문을 통해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기도 했고, 먼저 나가 약속된 장소에서 아가씨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홍업씨도 이곳을 적지 않게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홍업씨는 이곳에 누구와 함께 왔고 술자리의 규모는 어떠했을까. 홍업씨를 직접 모시기도 했었다는 최마담은 조심스럽게 기억의 한편을 꺼내들었다. 최마담은 홍업씨에 대해 ‘김회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아태재단 부이사장인 홍업씨를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김회장님은 핵심측근인 김성환씨(전 서울음악방송 사장)와 유진걸씨를 포함해 보통 5∼7명과 같이 오곤 했어요. 일행에는 H그룹·A그룹의 재벌 2세, S건설 J회장, R호텔 L사장 등도 자주 포함됐었죠. S 전 검찰총장, K 전 합참의장 등 TV에서나 나오는 군, 검찰 고위인사와 청와대 직함을 사용한 ‘높으신 분’들도 있었고, 김 회장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고향 후배 같은 분들도 있었어요.”

“홍업씨가 이곳 술자리를 편하게 생각지는 않았던 것 같아”

보통 홍업씨 일행이 마신 술값은 일행 중 스폰서 역할을 하는 인사가 해결했다고 한다. 지불방식은 현금 위주였으나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97년 이전에는 진걸씨가, 98년 이후부터는 성환씨가 술값을 주로 처리했다는 게 최마담의 이야기다. 특히 성환씨는 외상 술도 마셔 이곳 직원이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는 아태재단으로 술값을 받기 위해 찾아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홍업씨 일행은 자주 들를 때는 이곳을 일주일에 두번 정도 찾았고 몇달 동안 뜸한 때도 있었다고 최마담은 떠올렸다.

검찰이 수사의 중요 포인트로 다룬 홍업씨 일행의 술자리 규모에 대해 최마담은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일행이 마신 술값은 때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지만 보통 5백만∼6백만원이 기본이었고, 많이 나오면 1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렇게 술값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일행 분들이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식사도 하고 종업원 팁도 듬뿍 줘 기타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죠.”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홍업씨는 그다지 비싼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장님은 가끔 ‘윈저 17년산’을 찾았으나 영국산 로비듀를 가장 좋아했어요. 술집에서 2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로비듀는 비교적 저렴한 양주죠. 다만 국내 수입량은 많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비싼 술은 아니예요.”

일반 룸살롱처럼 홍업씨의 술자리에도 미모의 ‘아가씨’들이 동석했다. 그러나 대개 20대인 이들 아가씨는 전업 술집여성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통령 아들에게 특별히 초대된 이들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탤런트, 모델, 대학생들도 일부 있었어요. 그런 아가씨들은 이곳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VIP들이 올 경우 따로 연락을 취해 출근하도록 했죠. 특별인사들을 접대해야 하는 만큼 아가씨들은 얼굴도 얼굴이지만 회장님 일행 분들과 대화가 통할 수 있는 학식과 교양도 갖춰야 했어요.”

비록 술자리라는 ‘특별한 곳’이긴 했지만 일반인이라면 한번 볼까말까 하는 대통령 아들을 옆에서 자주 ‘모셨던’ 최마담. 그녀의 눈에는 홍업씨가 어떻게 비쳐졌을까.

“회장님은 대통령 아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권력과는 멀어 보였고 어린애처럼 순진하기까지 했어요. 아가씨들에게는 항상 높임말을 해 가끔 ‘이 사람이 정말 대통령 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노래는 중년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좋아했어요. 한마디로 양반이었습니다.”

YS 아들 현철씨와 DJ 아들 홍업씨의 술버릇을 비교한 최마담의 평가는 이색적이었다.

“그분(현철)은 술자리에서도 여지없는 황태자였다고 들었어요. 최고급 양주를 좋아했고 술자리도 자신이 직접 주도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해요. 매우 당당했고 남자답게 화통했다는 게 그분을 모셨던 마담의 이야기였어요. 반면 김회장님은 말없이 묵묵히 술만 마시는 분이었어요. 오히려 측근인 성환씨가 술자리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죠.”

과정이야 어찌됐던 홍업씨는 결국 술자리에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다. 청탁을 받은 것도 그렇고 향응을 받은 것도 그렇다. 검찰이 술집 관계자들을 은밀히 불러 홍업씨가 누구와 같이 왔고 술값은 누가 냈는지를 조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술자리가 바로 은밀한 거래의 불법현장이었음을 검찰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마담의 마지막 말이 의미있게 들려왔다.

“김회장님은 술을 좋아했지만 술자리를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보였어요. 그 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수심에 가득 찬 그의 표정을 머릿속에 지울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홍업씨는 누군가에 의해 준비된 술자리에 어쩔 수 없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결국 자신이 구속되리라는 사실을 그는 일찌감치 직감했을까 하는 것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홍업씨가 이런 술자리를 가지면 가질수록 어둠의 그림자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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