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특임검사’. 16일 밤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일선 경찰 토론회에서 한 여성 경찰관이 경찰의 검사 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 개입을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경위급 이하 경찰관 100여명이 월차휴가 등을 내고 참석했다. /연합뉴스
16일
세종시 전동면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전국 현장 경찰관 현안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경찰들은 한목소리로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선 경찰 직장협의회 성격을 가진 내부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티앙'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전국 곳곳에서 경위급 이하 일선 경찰 100여명이 휴가를 내고 모였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김광준 검사 비리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과 수사권 독립 문제 등 현안을 집중 논의하면서 밤 8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토론했다.
경찰대 출신도 3~4명 참석했다. 음식점 곳곳에는 '검찰의 썩은 부분은 왜 경찰이 도려내지 못하나' '비리 검사도, 특임검사도 의사가 아니라 모두 장의사다. 왜? 죽은 권력만 상대하니까', '심판도 보고, 선수도 뛰는 검찰은 반성하라'는 등 검찰을 비난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식당 한쪽에는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비난하는 내용의 자막을 삽입한 채 상영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나흘 전 '폴네티앙'에 공고됐는데 경찰 지휘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일선 경찰관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으기 위해 모인 것을 지휘부에서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장도 "간부들이 막을 사안도 아니고 이런 움직임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간부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자발적 집단 토론회를 열고 검찰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11월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면서 전국의 일선 경찰관 1000여명이 항의 표시로
충북 청원에서 토론회를 열고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토론회 이후 수사 경과(警科·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직종) 반납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현직 경찰관 1만5000여명이 동참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이번에는 경찰 내부 게시판에 토론회 개최를 공지하는 글의 조회 수가 1700여건에 달린 댓글은 65건이었다. 토론회가 열린 이날 검찰이 경찰의 김 검사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김 검사 사건을 지휘한 황운하 수사기획관의 전보 소식이 전해진 뒤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늦게라도 토론회에 참석할 걸 그랬다'는 댓글이 10여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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