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정작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시한폭탄(時限爆彈)과 같은 북한 핵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자료출처: <38노스>

북한의 영변 5㎿급 원자로가 최근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수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원자로는 가동한 지 30년이 가까워져 노후한 데다 북한의 관리 능력 부족으로 시스템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사능 누출 등의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美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韓美연구소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북한 영변원자로 2차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올해 초부터 5㎿급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최소한의 전력을 사용한 가동으로 전환하고 수리 등 추가 조치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38노스>의 북한 전문가인 닉 한센(Nick Hansen) “지난해 7월 이 지역에 집중 강우와 홍수가 있었다”며 “이로 인해 냉각수 유입 수로가 바뀌고 물탱크가 모래에 뒤덮이면서 강바닥에 매설된 파이프들이 부서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 지난 2월까지 새로 만든 수로와 댐도 모래로 돼 있어 다시 홍수가 나면 쓸려나갈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 원자로의 흑연 노심에 화재가 발생해 사소한 사고로도 방사능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북한이 시험 가동을 준비하는 실험용경수로(ELWR)의 경우 냉각수 부족이심각한 안전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의 군사분석기관 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영변 원자로가 낙후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1986년 체르노빌 사고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변 원자로는 1950년대 영국에서 설계된 흑연감속로로 화재 발생과 폭발의 위험이 크다. 57년 사고를 낸 영국의 ‘윈즈케일’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도 모두 흑연감속로이다.

軍장교출신 核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수년 전 언론(뉴스한국) 기고문에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는 플루토늄 생산을 목적으로 했다”면서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영변 5MW원자로는 언제 대형 방사능 누출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오래된 구식이라 그런 것만이 아니고, 흑연감속가스냉각로는 처음부터 특별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원자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거대한 흑연(graphite) 블록 속에 천연우라늄 핵연료봉을 일정한 간격으로 꽂아 둔 형태이다. 원자로 내에서 핵반응이 일어나고 이 때 발생한 열을 냉각재로 쓰이는 탄산가스가 원자로 로심(reactor core)을 통과하면서 흡수하여 2차 계통인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와 3차 계통인 응축복수기(water condenser)로 배출한다. 이 때 흑연블록 로심의 열이 모두 배출되지 못하고 흑연의 결정구조 내에 조금씩 쌓여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위그너 효과(Wigner effect)라고 한다.

위그너 효과란 물질에 대한 중성자 조사(照射) 효과의 일종으로서, 조사에 의해 결정격자(結晶格子) 내의 원자가 변위하여 고체물질의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변하는 현상이다. 원자 변위의 생성은 결정격자에 변형을 주어 그 변형의 에너지로서 격자에 축적된다. 이것을 축적에너지 또는 위그너 에너지라고 한다. 층상구조를 하고 있는 흑연은 층 사이에 많은 격자간 원자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특히 방사선에 의한 흑연의 성질 변화를 총칭하여 위그너 효과라고 한다. 위그너 효과의 결과는 흑연블록 내에 계속해서 쌓여지는 열로 인하여 특별히 위그너 에너지 배출작업을 해주지 못하면 대형 화재로 발전된다. 원자로의 노심이 불덩어리가 되면, 핵연료봉과 원자로의 격납용기(reactor containment)가 녹아내리게 된다. 일반 화재처럼 물로써 화재를 소화시킬 수도 없다. 방사능이 그대로 외부로 무방비로 흘러나온다. 1957년 영국의 원즈케일(Windscale) 원자력발전소와1986년 4월 26일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Chernobyl) 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대화재가 이 같은 참변을 증명하고 있다.

영국에 있는 윈즈케일 1호기는 공기냉각방식의 플루토늄 생산, 발전 양용의 흑연감속(가스냉각)형 원자로이다. 영변 5MW원자로와 아주 흡사한 로형이다. 1957년 10월 27일에 정상운전을 정지하고 중성자 감속재인 흑연 속에 축적되어 있는 위그너 에너지를 가열조작을 제어하면서 방출하고 있는 사이 가열조작 및 제어봉 조작의 잘못으로 발생한 열 때문에 연료봉이 손상되고 대규모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영변 5MW원자로 내부의 상단 핵연료봉 출입구(1992년 당시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 일행이 촬영) ⓒ뉴스한국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외부전원 상실에 의하여 터빈에의 증기공급이 정지되었을 경우 관성에 의해 돌고 있는 터빈발전기로부터의 전력에 의해 비상노심냉각계통 설비의 펌프 등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험 도중에 원자로출력이 급격히 증대하여, 그것을 억제할 수가 없어 연료채널 및 원자로 상부의 구조물이 파괴되어 핵연료 및 흑연의 일부가 비산하고, 원자로건물도 파괴되어 대량의 방사능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방출됐다. 원자로는 그 사이에 정지하고 노심 아래쪽에 있는 콘크리트 부분까지 녹아내렸다.

당시의 영국과 소련은 지금도 그렇지만 원자력 대국이다. 기술부족으로 그런 대형 방사능 누출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천연우라늄 사용 흑연감속 이산화탄소 냉각 원자로는 처음부터 위그너 효과 때문에 안전상 문제(inherent safety problem)가 있는 원자로형이다. 1986년 이후 세계의 원자력발전 국가들은 모두 이 같은 흑연감속로는 폐쇄하였다. 그러나 유독 북한만은 원자력발전이 아니고 비교적 낮은 출력의 플루토늄 생산(natural uranium burn-up to produce plutonium)이라는 관점에서 화재는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비밀스레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윈즈케일과 체르노빌의 원자로가 운영된 지 불과 10년 이내에 모두 그런 끔직한 방사능 사고를 일으켰다. 북한의 영변 5MW원자로가 아무리 저출력 운전이라고는 해도 특별한 관리없이 벌써 22년째를 맞고 있다.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 지 모른다. 대형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이미 제한 수위를 넘은 지 오래됐다. 북한의 핵과학자들도 이런 상태를 모를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