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들겨도 더 오르는 박정희 인기, 지지율 86%  
2006/03/20 

지난 2월 말 청와대는 양극화 기획시리즈 두 번째 글로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은 압축성장을 가능케 하여 '한강의 기적'을 낳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 심화의 역사적 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양극화가 박정희 시대 불균형 성장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잘한 점이 더 많다'는 긍정 평가가 무려 86%에 달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현 정부 들어서 박 대통령를 평가하는 조사를 네 번째 실시했는데,
갈수록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친일 행위와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회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 구성을 제안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친일문제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던 그해 11월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78%였습니다.

이후 한일협정문서 공개, 영화 '그때 그 사람들' 개봉 등으로
'박정희 때리기'가 가속화 되던 2005년 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82%로 상승했습니다.

국정원 과거사 진상위원회가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이던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강제헌납 됐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해 8월 조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82%로 변함이 없었고,
최근 청와대의 '양극화' 뿌리 논쟁 이후 긍정 평가는 86%로 더 상승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한 시각을 질문한 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정과 자기비하적인 역사관이 더 문제다'(50%)가
'반공독재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무비판적인 역사관이 더 문제다'(33%)보다 많았습니다.

그 동안 역사 논쟁은 진보적 시각이 학계를 압도해왔고 노무현 대통령도 해방 후
한국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했지만,
최근 이에 대한 '자기 비하적 역사관'이란 반격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기여도가 더 큰 세력으로는
'산업화 세력'(65%)을 '민주화 세력'(27%)보다 국민들은 더 많이 꼽았습니다.
이 결과는 다음 대선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이 70년대 경제성장을 이끈 산업화 세력과
80년대 민주화를 이끈 민주화 세력의 마지막 승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동안 국민은 산업화세력의 부도덕과 부패에 넌더리를 냈지만,
현재로선 민주화세력의 무능에 더욱 지쳐 있다는 조사 결과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아무리 두들겨도
오히려 인기가 더 올라가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지난 2월 한겨레 신문의 선진대안포럼에 착석한 진보 성향의 학자들도
이 점에는 동의합니다.

학자들은 "박정희 신드롬의 바탕에는 민주화 세력의 정책적 실패와 무능력이 있다",
 "무능한 민주세력이 박정희 부활의 정치적·지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정부 나아가 진보세력 전체가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을 전향적으로 극복할 '실력'이 없다면,
박정희 신화는 계속될 것" 등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무언가 강한 목표와
삶의 비전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지만,
그 욕구를 채워주기 이전에 '박정희 두들기기'에만 열중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기는 지금보다도 더 올라갈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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