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63)씨가 자신의 집 1층에 사는 변모(49·여)씨의 딸 조모(당시 6세)양과 지하에 사는 김모(당시 7세)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것은 지난 1999년 9월. 신씨는 김양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4월 변씨가 자신의 딸 조양이 또다시 신씨에게 200여차례나 성폭행 당했다는 고소장을 제출하면서부터. 변씨는 이와 함께 자신의 억울함을 유인물로 서울 양천구 주민들에게 호소했고, 이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이 유인물에는 신씨의 이름은 물론 신씨 아들의 이름과 주소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저는 양천구 ○동 ×××-△△에서 7세의 딸과 단란하게 살아가던 중 집주인 신○○(61세)가 저의 만6세된 어린 딸과 제 딸 친구 김○○(6세)를 횟수를 헤아리기 어려울만큼(약200여회)의 성폭행과 성추행을 해왔다는 사실을 접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성폭행범 신○○는 육군 대위출신이며, 그의 큰아들은 현역공군소령(신○○), 청와대와 고등검찰청에 대단한 빽이 있어 동네 사람들의 진정서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재물과 권력으로 마구 짓밟고 있습니다"
변씨의 호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한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지에서 진단서까지 발급받았습니다만 진단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처녀막이 손상된 부분에 대해서 병원측이 진단서를 발급해주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변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배포한 이 유인물은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됐고, 양천경찰서 자유게시판은 피의자 신씨와 경찰을 비난하는 글로 온통 도배가 됐다. '개만도 못한 ×××' '더러운 ××, 범인과 한통속' 등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과 비난이 난무했다. 실체적 진실이나 사건의 진상보다는 감정과 원색적인 비방이 우선이었다.
특히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상임대표 윤용)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외압에 의한 경찰의 편파수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편파수사 의혹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난무하자 이번에는 경찰이 양천경찰서 홈페이지에 '사건 담당형사의 고민'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사건의 진화에 나섰다.
특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양천경찰서 강력계 박모(33·여) 경위는 "지난 해 4월 조양이 성폭행 당했을 때 입고 있었다던 팬티 2장과 휴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지만 팬티를 싸고 있던 휴지에서만 정액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휴지에서 검출된 정액도 신씨의 정액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고위 정부기관의 외압에 의한 편파수사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외압을 받았다면 경찰이 신씨에 대해 기소의견을 올렸겠느냐"며 "이 때문에 신씨가 변씨를 무고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무산돼 신씨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청와대측도 "신씨의 아들은 지방부대에 근무하는 현역 영관장교로, 청와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공식입장까지 밝혔다.
경찰과 청와대측의 이런 답변에도 불구하고 양천경찰서와 경찰청, 청와대 신문고 사이트 게시판은 이 사건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쏟아내는 네티즌들 때문에 다른 민원은 접수할 엄두도 못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논란이 계속 되면서 최근에는 경찰입장을 옹호하는 글도 많이 올라와 피해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뿐만 아니라 경찰의 입장에 동조하는 네티즌들도 가세해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추측성 발언만 쏟아내는 가운데, 피해아동의 사진까지 공개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마저 우려되고 있다.
각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피의자나 경찰을 사칭하고 게시물을 올리는 네티즌도 커다란 골칫거리다. 특히 이들은 '그것을 알려주마(신○○)'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경찰)'와 같이 사건의 진상을 송두리째 왜곡하는 게시물들을 통해 양측의 감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도 각 사이트에는 수많은 가짜 신씨와 경찰이 돌아다니며 인터넷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여아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되는 상황에서 나중에 그 아이가 받게 될 충격을 생각한다면, 이 사건이 여론재판 형식이 돼선 안됩니다"라는 한 경찰관계자의 충고를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까?
윤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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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열게 된 동기는.
▲피해자 변씨는 딸이 성폭행 당하는 고통을 당한 것은 물론 피의자 신씨로부터 무고죄로 고소까지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진상에 대해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답변하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 부추연에서 공개적으로 기자들을 불러놓고 피해자와 기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경찰 수사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나.
▲의혹이 있다. 피의자 아들이 상당히 영향력 있는 기관에 근무했다는 것도 상당히 신빙성 있고, 경찰이 피해자가 진단서를 발급받으러 다닐 때 따라다니면서 방해했다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런 의혹에 대한 증거는.
▲외압이라는 것 자체가 물증을 찾기 어렵고, 조사권이 없는 시민단체로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그러나 피해자가 서민이고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기에 그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상에서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네티즌들의 의사표명은 디지털 시대의 필연적인 여론조성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가 뒤섞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유보하겠다.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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