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보험료는 비싸고 보상은 안 되고" 화재보험 분쟁 속출

"보험료는 비싸고 보상은 안 되고" 화재보험 분쟁 속출

1억 2000만원짜리 보험 가입했는데 보상은 3000만원
초과보험 부작용 고스란히 소비자 손해로 이어져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보험료는 바가지 책정, 판매는 초과보험으로, 보상은 소송을 통해 받아라?’

화재보험 판매에서 나타나는 초과보험이 고스란히 소비자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 액수가 상대적으로 소액인데다 보험사의 보상 규정이 복잡해서 신중한 검토없이 가입하기 쉬운 화재보험은 보험금액이 보험가액보다 높은 초과보험이 되기 쉽다. 보험소비자연맹은 “화재보험사들이 보험금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초과보험을 팔아 높은 이율을 챙기면서, 정작 화재가 나면 초과보험이 무효라는 점을 이용, 약속된 보상을 하지 않아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는 1억 2000만원 보상으로, 보상은 3000만원에 불과

사례=지난 7월 운영 중인 노래방이 화재로 모두 타버린 박모씨. 박씨는 지난 4년 동안 1억 2000만원 짜리 화재보험에 들어왔지만, 정작 화재가 난 후 받은 보상금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박씨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보상금을 받게 된 이유는 이렇다. 박씨는 2001년부터 보험금액 1억 2000만원, 1년 만기의 조건의 H 화재보험을 들어왔다. 문제는 보험사가 박씨의 노래방에 매년 15%씩의 감가율을 적용했지만, 박씨는 그 사실을 모른 채 1억 2000만원에 대한 보험료를 고스란히 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박씨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챙기다가 정작 화재가 나자, 초과보험은 무효라며 실제 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보험사가 책정한 감가율에 따르면, 박씨 노래방의 보험가액은 첫해는 1억 2000만원, 다음 해에는 1억 800만원으로 점차 낮아지게 된다. 올해 7월 박씨의 노래방이 화재로 전소되자 보험사는 애초 1억 2000만원으로 책정했던 노래방의 복구비용을 9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재조달가격 9000만원에 다시 51개월 동안의 감가율 64%를 적용하니 박씨에게 돌아오는 돈은 3000만원 뿐이었다.

보험사의 규정에 따르면 박씨는 올해 보험을 계약할 때 보험가액 3000만원에 대한 보험금 4만 9300원만 내면 됐다. 그러나 보험사는 1억 2000만원에 대한 보험료 19만 7200원을 요구해 박씨는 14만 7900원의 보험액을 더 낸 셈이 됐다.

뿐만 아니라 믿었던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심리적인 충격과 경제적인 타격은 더욱 컸다. 박씨는 “화재가 난 뒤에도 보상금만 믿고 있었는데 ‘그 동안 들었던 보험은 초과보험으로 무효’라는 보험사 측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가 화재보험 가입시 건물가액보다 높은 보험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초과보험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짜리 건물에 1억원짜리 보험을 들 경우, 가입자가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금을 노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에서는 초과보험 가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우려해 초과보험 발생을 막아야 할 보험사가 오히려 초과보험을 이용해 많은 이득을 본다는 데 있다. 초과보험을 할 경우 보상금액에 따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비싸진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들은 초과보험을 인정하지 않고, 손실보상만 한다는 구실로 약속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복잡한 보상규정을 살피지 않은 채 화재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만 높은 보험료와 낮은 보상이라는 이중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손해보험협회 측은 “회원사들은 초과보험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간혹 업무상의 착오나 오류로 초과보험이 발생될 수 있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민원 사례로 화재보험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허술한 평가심사와 고객에 대한 감가율 고지 의무를 소홀히한 보험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초과보험 발생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초과보험에 따른 보험사들의 책임이나 손해가 없기 때문에 초과보험이 보험료를 높이면서 보상은 나몰라라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며 “초과보험 관행으로 인한 보험사의 부당 이득 취득과 계약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인수한 보험가입금액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또 "보험소비자도 보험금액이 보험가액에 초과돼 책정되지 않도록 초과보험과 약관상의 면책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가지 보험료 왜 안 돌려주나?

서울 도봉구의 H 아파트는 매년 S 화재에 58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지난 8월 보험료가 3배 가량이 뛰었다. 한달 후 손보사는 바가지 인상이라는 여론에 떠밀려 보험료를 슬그머니 인하했다. 이 아파트는 당시 가입한 보험료의 환급과 정산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는 거절했다.

결국 아파트는 연간 단위로 이뤄지는 화재계약을 철회하고 낮아진 보험가격에 다기 가입을 했다. 아파트 측은 중도 해약으로 인해 사업비부담, 장기할인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고 단기 요율 적용 등 부당한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5월 손해율 상승의 이유로 보험사들의 참조 위험율을 16.8%로 올렸다. 그런데 손보업계는 이를 빌미로 보험료를 2배에서 3배 가량 올려 폭리를 취했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10월, 손보업계는 보험료를 슬그머니 인하했지만 그 동안 인상된 금액으로 가입한 가입자들에게는 환급을 해주지 않았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화재보험 시장은 월 1000억원에 달해, 보험사들이 취한 이득만 해도 수백억”이라며 “그러나 개별 가입자들의 손해액은 많아야 수 백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변호사를 고용한 소송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금감원이 인상분 환급에 대한 권고와 지도에 나서야 하지만 팔장만 끼고 있다는 것이 보소연의 지적이다.

71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