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16일 인천지법 고등법원에서는 2000년 5월에 발생한 경인여대 학원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기소된 이상권 교수 등 7명의 교직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교직원 측에서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인 징역 2년~8개월, 집행유예 3년~2년을 그대로 선고하였다. 이는 학생들의 시위와 관련하여 다른 학교의 경우 내려지는 선고와는 비교가 안 되는 중 형량으로 경인여대 전 구성원은 물론 경인여대의 발전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기대에 또 다시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2000년 5월 분규 이전의 경인여대는 구재단 핵심인사인 백창기(전 이사장)와 그의 부인인 김길자(전 학장) 그리고 아들인 백충현(전 기획실장) 등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온 전형적인 족벌체제로 이들의 인권 및 교권 침해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대표기구인 총학생회의 구성을 할 수 없었으며 1992년 개교 이래 8년간 300여명의 직원과 80여명의 교수들이 학교를 떠났다. 특히 분규발발 직전인 1999년 8월에서 2000년 2월 사이에는 총 60여명의 교수 중 22명이 학교를 떠났으며, 직원들의 경우도 분규 당시 52명의 직원 중 44명이 1년 미만의 계약직이었고, 이들 중 35명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다.
경인여대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은 이미 여러 면에서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우선 분규의 원인을 제공한 구재단이 이미 사립학교법 위반 판결과 공금횡령 등으로 기소되어 있는 것에서 명백히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미 타분규대학의 수많은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재단에 맞서서 대학의 비리를 밝혀내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학내분규가 불가피하며 경인여대의 경우에도 학내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좌절되면서 최종적으로 집단적인 행동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인천지법의 판결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흔히 있는 시위와 집회에 적용하는 기준보다 훨씬 더 혹독한 기준을 적용시켰다. 재단의 비리를 밝혀내고자 학생들과 교수 등의 시위, 집회를 했던 타 대학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한 교수들 모두에게 조직폭력배에게 적용시키는 폭력처벌법을 적용시킨 예는 없었다. 인천지검이 다른 경우와는 달리 1심부터 교수들에게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였는지를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사학 분규에 선례로 잘못 적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경인여대 집회는 처음부터 학내에서 이루어 졌으며 분규 대학 중에서 경인여대만큼 평화적으로 시위를 한 학교는 없었다. 따라서 법에서 정한 폭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 해석하여 경인여대에 적용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둘째, ‘교수를 규합하여 학내분규를 주도하여 학사업무를 방해한 혐의’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지적이다. 처절한 인권과 교권침해,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학습권 침해에 의해 땅에 떨어진 학사 업무를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과감히 거대한 비리집단에 작은 힘들이 뭉쳐 힘들게 저항한 것이 학사업무 방해라는 것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마지막으로 인천 지방법원이 사학재단의 권력과 비리는 옹호하면서 억압받고 고통에 떠는 대학의 주체세력들을 대신하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용감하고 모범적인 교수들을 ‘폭력집단의 괴수’로 처벌한다면, 앞으로 이 땅의 수많은 비리사학에 대한 항거와 민주화 운동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재단 측의 비리와 인권 및 교권 유린 등의 엄청난 폭력에 비폭력으로 저항한 교수들에게 ‘조직폭력’ 등의 죄목은 우리 전체 교수사회를 모독하는 일입니다. 이 사회 마지막 보루로서의 지성인인 교수에 대한 명예 회복의 차원에서 이 일은 바로잡아져야 할 것이다.
비리에 저항하고 압력에 대항했던 학원 민주화 운동이 사법부에 의해 무시된다면 장차 이 나라 비리사학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학내 문제를 이성적 판단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 할 수 없는 현재의 사학비리와 그 거대한 집단적 폭력에 대해 이제 어떤 방법으로 대항하여 투쟁할 수 있겠는가? 이번 경인여대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 잡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민주화에 앞장 선 교직원이 무죄를 받을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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