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저는 강제추행 피고입니다.

2009. 10. 27 14:30 북부지법 102호법정

항 소 이 유 서

① 사건번호 : 2009노909

② 사 건 명 : 강제추행

③ 피 고 인 : 이 계 덕

항 소 요 지

본 피고인은 2009. 6. 18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하여 다음과 같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바입니다.

1. 유죄 선고 이유 없는 판결문

원심을 담당했던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정작 판결문에는 유죄 선고의 이유는 단 한줄도 적혀 있지 아니하고, 단지 피고인이 육군 전환 신청을 제기하는 시점에 추행이 발생한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고소가 이루어진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내용 뿐입니다.

법관이 유죄를 선고할 때 판결이유를 적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근 국민의 사법불신 해소를 이유로 일반적으로 대개 증거가 명백하고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판결이유가 없는 판결문을 적시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의아스러우며, 특히 이 사건이 단순한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라 피고인의 2008. 1. 3 문화일보 등 언론매체를 통한 현역전경 동성애자 커밍아웃과 고소된 시점이 실제 추행 발생일이 아닌 10개월 이상의 공백기간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피고인은 2008. 6. 12 현역전경 육군전환 요구 행정심판 신청 등의 이유로 언론과 사회, 그리고 부대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고, 5개월전에 근무태만 했다는 사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등 피고인에 대한 불이익이 이루어지고 있을 당시 고소장이 동시에 제출 되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이 있는 사건으로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결 이유가 없는 원심의 판결문은 심리미진으로 인해 나온 결과가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절대로 허위로 작성이 되어서는 안되며 만약 허위로 작성이 되어 있다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공문서로써 부대원의 경력현황 및 지휘요원의 근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는 부대 당직 근무일지 기록을 바탕으로 추행을 하였다는 시점에 피고인이 행정반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4기동대 경력배부표 등을 비교해 보아도 피고인이 행정반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이 추행을 했을 시점에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입증하지 못하였고, 이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정작 판결문에도 유죄 선고 이유는 단 한줄도 명시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항소하게 되었습니다.

2.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을 져버린 원심판결

형사소송에는 'in dubio pro l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라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원심 판결은 이러한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져버렸고, 유죄의 판결이 확정이 될 때까지는 무죄의 추정을 가지도록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증거재판 주의 마지막으로 유죄의 입증은 검찰이 해야한다는 검찰의 유죄입증 책임마저도 모두 무시한 판결입니다.

검찰은 2007. 8. 19과 동년 동월 20, 21일 야간에 서울 용산구 원효로 1가 용산경찰서 내 606전투경찰대 본부내무반에서 벌어졌다는 추행사건에 대해서 피고인이 현장에 있었는지, 그리고 실제 추행을 하였는지 입증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피고인이 추행을 했다는 시점에 부대 당직근무일지에서 행정반에서 근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다 4대 경력배부표와 비교해도 높은 일치도를 보여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07. 8. 19과 동년 동월 20, 21일 야간에 피고인의 행적에 대해서 행정반에 근무한 것으로 기록되어 당직근무일지는 피고인이 추행을 하지 않았거나 하기에 어렵다고 볼만한 증거이기도 하지만 당시 피고인의 행적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이자 알리바이이기도 합니다.

검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거증책임에 따라 피고인이 본부 내무실에 있었거나 추행을 했다는 물적, 인적증거가 필요한데 검찰은 어떠한 물적 증거도 원심에서 제출하지 못하였고, 해당 시점에 추행을 목격했거나 피고인의 행적을 목격한 인적증거 또한 없는 상황이었기에 당시에 피고인의 행적에 대해서는 10개월여의 기간이 지난 뒤에 동시에 고소장을 제출한 나진영, 구현우 등의 진술이외에는 없으며, 이들의 진술 또한 동일, 동시간 대 추행이 벌어졌다고 주장함에도 서로의 추행사실에 대한 목격을 하지 못하였고, 제 3자의 목격사실 또한 없으므로 추행 시점에 피고인의 행적, 그리고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배척할만한 검찰의 입증이 없는 이상 이러한 의심은 배제할 수 없고, 따라서 원심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무너 뜨리고 검찰의 주장만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는 명백히 법리를 오인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참조판례 : 대법원 제1부 2007도5389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자동차급발진 사고에 있어서도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당직근무일지는 부대 장비현황, 경력운용현황, 행정반 및 지휘요원 근무 등을 기록한 근무일지로 전투경찰대 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무일지이며 동시에 공문서입니다. 근무일지를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고 상시적으로 재량에 따라 교체해왔다면 이는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합니다. 원심에서 부대 지휘관인 조준택 경위가 근무일지를 전날에 미리 적어놓고 재량에 따라 근무하였으며 실제 근무자는 달랐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습니다만 이 내용대로라면 해당 경찰관 및 부대 책임자는 형사소송법에 의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불법행위입니다. 그러나 해당 행위로 인해 조준택 경위를 비롯한 지휘관들이 처벌을 받았거나 징계가 이루어졌다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검찰이 제출한 4기동대 경력배부표와 당직근무일지와의 비교하여 일치도에 따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당직근무일지 현황에 맞추어서 사실대로 근무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준택 경위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만한 증거 또한 없으며, 조준택 경위는 피고인의 징계 과정에 한 차례만 참여했다고 진술하였으나 실제 두 차례의 징계과정에 보통징계위원장과 간사자격으로 참여한 사실이 있어 법정에서 허위증언을 한데다 피고인과 경찰 특히 606전투경찰대 지휘요원과의 관계가 결코 원만하지 못하고 갈등관계에 있었으며, 이는 당시에도 마찮가지 였다는 점에 비추어 이 진술이 신뢰성이 있다고 담보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따라서 공문서인 근무일지의 진실여부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한 피고인의 이익으로 해야하는 것이고, 설사 근무일지가 배척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추행을 했다는 시점에 내무반에 있었는지 여부는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인데 검찰과 원심법원 ‘수많은 혐의중에 하나는 사실일수도 있으니 유죄’ 라거나, ‘행정반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무실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불을 덮었다면 피고인이 추행을 했다는 것을 목격하지 못했을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진실’ 과 ‘추측과 추정’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대한민국 형사소송에 또 다른 원칙인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백히 무시한 위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피고인이 해당 시간에 내무실에서 추행을 했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물적 또는 인적증거 추가적인 입증이 없는 이상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법리를 오인하고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할것입니다.

(참조판례 : 대법원 제2부 99도2240는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의 직무위배의 위법상태는 그 근무일지를 허위로 작성할 당시부터 그 속에 포함되어 허위공문서작성, 동행사죄만이 성립하고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

3. “성적 동기 없이 수치심 느껴도 ‘성추행’” 판결과 동성애 혐오증

얼마전 대법원에서 “가해자에게 성적 동기가 없어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추행”이라는 판결을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성추행 가해 의도가 없었지만,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 이라는 것인데 일반적인 형사 사건이 ‘가해자의 범법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반하여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범법행위를 저지르거나 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피해자의 감정에 따라 범법행위’가 되어버려 유죄가 인정되어 형사처벌 된 특이한 사건입니다.

또 일반적인 성범죄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타인이 거부하는데도 가해를 하는 파렴치범인데 반해 가해자에게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위 가해자가 과연 다른 성추행범과 동일하게 파렴치범에 해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성추행의 보호법익이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점에서 성추행이 가해자의 성적의도와 관계 없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는 사회적 환경 조성과 동시에 이러한 판결이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잘못된 성 인식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게 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되지만 ‘성적 동기가 없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성추행 사범, 파렴치범들과는 다른 이 가해자가 다른 파렴치범들과 같은 죄명으로 같은 형벌을 받게 된다는 것은 다소 우려가 됩니다.

다행히 판결문에 ‘성적의도가 없었다’라는 내용이 들어감으로 인해 가해자의 성추행 혐의는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일반적인 성범죄와는 달리 ‘본의아니게, 또는 성추행에 대한 개념을 몰라서 한 실수’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양형기준에 ‘가해자의 성적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성범죄자들과 동일한 죄로 동일한 처벌을 받는 다는 점에서 과연 옳은 것일지는 의문이 듭니다. 솔직히 이번 판결로 인해 현재 강제추행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우려가 됩니다.

그 과정이 어찌 되었던 간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우일 수경(당시 중대 왕고)이 법원에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을 했고, 팔짱을 끼는 등의 행위는 부대 내에서 친한 선후임간에 일상적으로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팔짱을 끼는 것이 추행이 될 수 있는지 또 후임병이 중대 최 고참이기도 한 기율수경에게 성적의도를 가지고 추행을 한다는 것이 군대에서 가능한 일인지는 둘째 치고라도 법정에서 성적인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는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 사건은 여성의 가슴이라는 은밀한 부위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의거하여 성적관념에 반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고, 교사가 어린 학생에게 가해했다는 점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이루어진 사건인데 반해 피고인의 사건은 팔짱을 낀다거나 하는 일반적으로 성적으로 은밀한 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이루어진 것인데다 이미 법정에서 이우일 수경도 진술한바와 같이 김경식, 손병현 등 피고인과 동기인 다른 대원들도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지만 추행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피고인 역시 마찮가지 였지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한 이후부터는 추행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한 것에 비추어 성적수치심 보다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현재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추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 의도와는 관계없이 피해자의 수치심’을 두고 판단하라는 것이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모두 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명확한 차이를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인식하고 계셔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난 2008년 1월 우리 사회에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에 대해 깊은 고려를 하지 않고 순전히 즉흥적으로 군대 내에서 커밍아웃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만약 커밍아웃하지 않고 부대 내에서 끝까지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않고 숨겼더라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육군전환요구 등의 사건으로 인하여 다른 방식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확신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강제추행 혐의는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던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의 군대 내 동성애자 커밍아웃은 같이 생활하던 부대원들로 하여금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이기적인 선택이었고 그 선택으로 인하여 평소 잘 지내오던 부대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다른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 스스로 동료들에게 어떠한 성적의도도 가지지 아니했지만 동료들은 저를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았고 저의 행동 하나하나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대에 자신과는 다른 동성애자가 있다는 것에 대하여 혹시 저 친구가 나를 사랑의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감을 가질수도 있었고, 저의 커밍아웃은 평화로운 부대의 동료 대원들에게 하나의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이해시키고 싶었습니다. 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에 동성애자가 있다. 동성애자는 TV나 영화속에 코메디 소재로 등장하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에, 그리고 주변에 있고, 결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똑같이 생활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군대 내에 실제로 많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을 숨긴체 복무하고 있고,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군 복무를 하고 마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는데 일소하고자 하는 포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편견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고, 저는 그 편견을 깨버리기는 커녕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 공포심으로 인해 동료 대원들에게 상처만 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 이러한 결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기적이었던 저의 행동이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받은 것 만큼이나 저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커밍아웃으로 인해 많은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했고, 심지어 추행이라는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물론 제가 선택한 길이었기는 그 결과는 너무도 가혹하고 괴로웠으며 현재도 감당하기 어려운건 마찮가지입니다.

저는 커밍아웃한 것을 후회하지만, 커밍아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쁘지는 않은 것이니까요. 다만 사회적인 편견,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였다면 저의 커밍아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따라서 저의 이기적인 커밍아웃으로 인해 동료들이 받은 상처, 물론 커밍아웃이 원인이 되고 그것은 저 때문이지만 만약 숨기다가 타인에 의해서 아우팅을 당했다면 그때는 과연 저를 피해자로 받아들여줬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에도 동료들은 상처를 받고 저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생각할 겁니다. 결국에는 커밍아웃이 아니라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이 잘못이라는 데까지 가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재판을 포기할 수가 없고 항소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4. 유죄를 선고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진실만 밝혀주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스스로 무죄라고 생각하고 무죄를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지만 저의 이기심에 대한 심판, 법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유죄를 선고해야만 한다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이 법정에서 최대한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검찰의 공소사실중에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또 거짓인지 명확히 판결이유로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고인이 일경 1개월이었던 2007. 8경의 추행사건은 일어날수도 없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며, 무죄를 입증하는 명백한 알리바이와 증거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는 많은 의혹과 숨겨진 진실들이 많다는 것을 판사님께서도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유죄를 선고해도 좋습니다. 다만 총체적 진실만을 밝혀주어서 제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 가는 길에 명예와 도덕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그리고 워낙 괴로운 일들을 많이 당했기에 저는 더 이상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이나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으로 생긴 트러블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나도 지쳤습니다. 비록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으나 20살부터 재판을 받았고 지금의 사건까지 무려 4년간 법원에 불려다녔습니다. 그 기간중에 할머니와 아버지를 잃기도 했고, 영창을 두 번이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2007년 2월 5일에 입대해서 원래대로라면 올해 1월 15일에 전역을 했어야 하지만 재판으로 인해 전역을 한달 보름을 앞둔 2008년 12월 1일에 직위해제되어 아직까지도 전역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투경찰대 설치법상 형사사건으로 인해 직위해제가 된 경우 그 형사사건이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직위해제 기간이 복무기간에 산입되어 전역을 하게 되지만,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부대에 돌아가 남은 한달 보름에 복무기간을 채워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도 계속해서 경찰이라는 거대조직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저로써는 감당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이 모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재판장님께서 도와주셨으면,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09. 10. 15 목

피고인 이계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