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4일 성명 발표…"부당한 요구 수용은 방송사 사장의 직무유기"
최근 CBS의 한 프로그램에서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해 방송한 것을 두고 해당 교회가 반발하며 사과와 담당 PD의 징계, 재방송 등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PD연합회(회장 김환균)가 4일 성명을 내고 해당 교회에 "방송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PD연합회는 '종교권력의 방송탄압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이날 성명에서 "(해당 교회의 목사가)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훼손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던 이들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방송의 편성과 편집에 대한 권한은 명백히 방송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회가) 억지스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D연합회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권이 수구·보수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방송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해당 교회는 CBS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철회하고 방송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CBS 사장이 해당 교회에 문서로 공식 사과하고 담당 PD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교회가 자체 편집한 설교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제작진이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방송사 사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직무유기를 범했다"고 꼬집으며 CBS 사장을 상대로 "당장 수용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PD연합회는 이어 "교권으로부터 자유로운 CBS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PD연합회가 4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종교권력의 방송탄압을 규탄한다>
- CBS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접하고 -
무엇보다도 독립성이 유지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방송은 참으로 여러 곳에서 간섭을 받는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이어 이번엔 종교권력이다.
지난 6월 17일 CBS의 <영락의 강단>이라는 주일설교에서 6.10 민주항쟁에 관해 언급하며 "운동권 사람들이 반미 친북사회주의를 목표로 설정하고 민주화를 부르짖는데, 민주화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들은 또 386세대라는 이름으로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 각 부문에서 활동하면서 반미 친북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CBS의 담당 PD는 방송시간 초과와 방송에 부적합한 내용이라고 판단, 이를 편집한 후 방송에 내보냈다. 그러자 영락교회는 CBS에 설교내용의 편집에 대한 항의 공문을 보냈고, CBS 사장의 사과와 담당 PD에 대한 징계, 그리고 설교에 대한 재방송을 요구했다.
방송의 편성과 편집에 대한 권한은 명백히 방송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훼손하고, 민주화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며 싸워왔던 이들을 폄하하고 왜곡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설교라고는 하지만, 위 내용이 방송 전파를 탔다면 CBS는 국민 모두의 지탄을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수구 정치집단과 수구 언론에 이어 이번에 수구 종교권력이란 말인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교권이 수구·보수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방송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행사하는 것은 더욱 용납될 수 없다. 영락교회는 CBS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철회하고, 방송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CBS 이정식 사장이다. 이 사장은 부당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해당 교회에 문서로 공식 사과를 하고 담당 PD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과 교회가 방송설교시간에 맞추어 설교를 편집해서 보내주면 그대로 재방송을 약속했다고 한다.
과연 이 사장이 CBS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방송사 사장이라면, 방송 제작진들이 그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몸소 나서 보호하고 차단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은 부당한 그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직무유기를 범했다. 당장 그들의 요구에 대한 수용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군사독재에 맞서 싸워왔던 CBS의 정신을 훼손하지 말기를 당부하며, 교권으로부터 자유로운 CBS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2007년 7월 4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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