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때마다 들은 정말 지긋지긋하도록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단다.

예의주시? 그것 오래하면 눈이 피곤해 헛것 보이고, 몸이 피곤해 정신이 멍해지고 졸린다.

철책이든 해안이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예의주시 해봐라.

근무일지에 몇 달간 “이상 없음”을 써봐라. 저절로 타성이 생긴다.

실제사태가 발생해도 “잘못 본 것”으로 처리하고픈 타성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그 일례가 수십 년간 경비가 삼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 백악관에서 손에 든 가방 속에 들고 간 폭약을 놓치더라는 사실에서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비정상적인 임진왜란 때 보여준 모습이 과연 그 당시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다.

200년간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 때문에 군사제도와 전시대비 마인드가 스스로 붕괴된 것이다.

천안함 사태 때를 기억하는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말 “북한의 소행이라고 예단하지 말라”던 말.

예단해도 틀리지 않을 것을 가지고 증거찾기 놀음하다가 날 다 새고 나서, 국면이 다른 모드로 바뀌었을 때 “북괴의 소행이 맞다”고 떠들어봐야 증오의 열기도 식은 데다 관심사에서 순위가 밀려 결국 흐지부지되었던 일 말이다.

딴에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북괴가 다시 한번 더 도발한다면 도발원점을 끝까지 추적하여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던데, “도발원점”? 도발원점 또한 증거찾기 식으로 대응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 아니었나?

도발원점 못 찾으면 그냥 놔두겠다는 뜻 아닌가.

그러한 말의 실체가 연평도 포격사태를 당하고는 포탄 몇 방 때린 것으로 또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데서 나타났다.

그 당시 에어쇼에서 휘황찬란한 몸놀림으로 박수 받던 그 좋은 전투기들이 출격하고선 그냥 돌아왔다.

그래, 우리나라 특전부대는 국군의 날 차력시범용이고, 첨단전투기는 에어쇼용인가?

이번 사이버테러 이전에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도발에 대하여 대단한 결심이라도 선 양 떠들었다.

“도발원점 뿐만 아니라 지휘중심부를 타격하겠다”고. 말은 멋지다.

그런데, 그게 헛구호였음이 이번 사이버테러에서 드러났다.

그나마 천안함 때 “북한의 소행으로 예단 말라”는 데서 이번엔 “북한에 강한 의심”, “북한의 소행에 무게”식으로 조금 달라졌을 뿐, 증거찾기 소동으로 보복대응을 안 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면서 언론계 먹물들도 딴에는 말은 거든다. “철저히 대비 했어야 한다”고.

철저히 대비? 그게 가능한 소린가? 말이 되는 소린가!

뒤통수 때릴까 대비해 뒤통수에 철판 두르고, 귀 때릴까 대비하여 철판 귀마개 하고, 엉덩이 때릴까 대비하여 드럼통 같은 옷 입고....그렇게 하면 평상시엔 어떻게 움직이나? 일상사가 가능한가?

차라리 뒤통수 때리면 돌아서서 사타구니를 걷어 차버리는 식으로 때린 손이 아닌 때린 자의 다른 부위를 더 세게 가격해버리면 다음부턴 때리지 않는다. 때린 인간도 어디를 맞을지 모르기 때문에.

만일 “도발원점 타격”식으로 때린 손을 찾다가는 아무런 보복가격도 못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빈틈을 노린 인위적 도발 앞에서는 대비나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다른 수단으로 더 강한 보복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지, 대비한다고 일상사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우파논객들은 “가장 효율적인 MD는 핵무장”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아무리 미사일 방어망 해봐야 평시유지비만 많이 들고, 그러한 평시가 길어지면 알게 모르게 타성에 젖어들다가 어느새 뒤통수 맞는데, 차라리 평시에 긴장을 풀고 조금이라도 당하면 강력히 보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는 뜻이리라.

북괴의 이번 사이버테러는 이란의 스턱스넷 사태를 많이 본 받은 듯하다.

아직은 세계문명수준으로 보아, 사이버테러 가지고는 확실하게 적의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더라는 것 말이다.

이란 측도 스턱스넷 바이러스가 분명히 미국 아니면 이스라엘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평시에도 맨날 반미주의 분노를 강요한 마당에 국민의 일상과 관계도 없는 부분에서 발생한 스턱스넷 가지고 보복을 위한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에 북괴로부터 사이버테러라는 국가적 망신을 당하고도 별스런 대북분노를 일으키지 못하고, “왜 북한에서 헤킹소동 벌이며 자작극 떠들 때 대남 사이버테러를 위한 구실 만들기였는데, 그걸 몰랐냐”는 식으로 자책으로 날밤새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란과 우리는 달라야 한다.

언제까지 북괴보다 더 나은 핵기술과 IT기술을 가지고도 전략에 있어서는 멍군만 두는 열세를 연출하는가.

세계적 원전을 가지고 핵 위협 당하고, 세계적 IT강국이 사이버테러 당하고도 맨날 자책만 해대는가.

맨날 사이버테러가 무서워 컴퓨터 한번 부팅하는데 온갖 가지 백신 실행 다 하고 사용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바로 전술했듯이 그에 상응한 강력한 보복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고 그 집 앞을 맨날 살살 눈치 보며 지날 것인가.

아예 한방 차 버리면 영영 짖지 않을 것 아닌가.

이는 인내보다는 배짱이, 대처보다는 보복이, 훨씬 더 효율적인 대처수단이요 예방수단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북괴의 해킹 자작극으로 남한에 대한 가짜 분노를 만들어 저지른 일이 이번 사이버테러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한이 해킹공격 해도 북괴의 내부적 표현에선 자작극과 차이를 둘 수 없을 것이니 북괴 내에서 별스런 일로 전체적인 분노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바로 이점이 저지르기에 습관 들린 북괴를 수습하는데 애먹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왕이면 성동격서 식으로 사이버테러가 아닌 다른 군사적 행동으로 북괴를 수습의 늪에 빠뜨리면 더 좋다.

가령, 공기부양정 부대에다 어뢰로 쑥대밭 만들어놓고 빠져나오면 북괴는 어차피 조선중앙방송을 통하여 “남조선 괴뢰도당”어쩌고 할 것인데, 우리가 저지르지 않아도 맨날 이런 소리 들은 북한사람들은 실제사태이니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어려운 반면, 북괴는 자작극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수습을 실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이렇게 발상을 전환할 수 없는가.

이렇게 하면 어차피 당장 제거 못할 사이버테러 위험보다는 북괴의 공기부양정 침투 카드 하나라도 제거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언제까지 그 좋은 전투기를 에어쇼에만 쓸 것이며, 언제까지 그 뛰어난 특전부대를 국군의 날 차력시범용으로만 쓰고 말 것인가.

게다가 아직까지는 기업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에선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대응조치 한다고 떠들어놓고 안 하면 그런 것도 거짓말이니 국제적 신용도 문제가 생길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가.

행동으로 좀 보여달란 말이다. 으이그!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