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과 서지문 -- 누가 옳았나?
전직 고려대 교수가 현직 고려대 교수한테 매를 맞아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매 맞은 교수는 도울 김용옥이고 매를 때린 교수는 고려대 영문과 서지문 교수다. 그러자 양측 지지자들이 자기편이 옳다며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김용옥 교수는 언제 맞아도 맞을 매였다. 인기가 풍선처럼 부풀러 올라 주체 못할 지경이 돼버렸기 때문에..... 동아일보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서지문 교수를 끌어들여 풍선에 화살을 당겼다. 예상대로 화살이 풍선을 명중하여 기우뚱거리고 있다.
맞은 교수의 전공은 철학이고 때린 교수의 전공은 영문학이다. 서로 끼여들 처지가 못되는 극과 극의 전공이다. 운동 선수와 비유하자면 마라톤 선수가 열심히 뛰고 있는데 농구 선수가 느닷없이 뒷다리를 잡은 격이다. 구경꾼들이 많으니까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 점을 노린 게 아닐까?
대학 교수 사회에는 움직일 수 없는 불문율이 있다. 타인의 전공에 끼어 들지 않는 불문율이다. 끼어 들더라도 전공 교수가 끼어 드는 게 원칙이요 예의다. 서 교수는 그 예의와 원칙을 깨므로 서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파장을 위해서는 대성공이다.
서지문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김용옥 교수가 공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여 참을 수 없어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것인데 그런 이유로 끼여들다니... 잘못된 판단이다. 교수는 상대가 성인군자라도 비판할 수 있다. 우러러볼 수도 있고 내려볼 수도 있다. 이론은 영원할 수 없고 성인군자라고 영원한 성인군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용옥 교수가 공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건방질지는 몰라도 잘못은 아니다. 교수가 건방진 발언을 했으면 그 발언이 왜 건방진 지 이론적으로 맞서야 한다. 말 자체를 시비하면 시비를 위한 시비가 된다.
서지문 교수는 과연 김용옥 교수를 비판할 자격이 있나? 전공으로도 자격이 없고 행적으로는 네티즌들이 판단하기 바란다. 기록에 의하면 독재 정권이 시퍼런 악정을 휘두르며 언론을 시녀처럼 주무를 때 서지문 교수는 이 신문, 저 신문에 등장하여 태평성대의 시국을 읊조리는 간판 스타 역할을 했다. 김용옥 교수는 교수직을 내동댕이칠 정도의 용기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김용옥 교수도 이러쿵저러쿵 하는 구설수에 올라있다. 강의를 상품화한다는 비판, 부패한 정부의 시녀 언론의 간판 스타라는 비판, 스튜디오에서 80세 노인을 냉대했다는 비판, 그리고 서 교수의 비판...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하여 김용옥 교수는 대중매체에서 하차하는 게 어떨까? 대중매체는 교수의 직분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겠지만 두고두고 씁쓸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번 사건은 교수가 지나치게 대중 매체에 편승한 활동이 대중 매체에 의하여 직격탄을 맞는 아이러니컬한 사건으로서 대중매체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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