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를 상실한 '민주당'에게 보내는 苦言
헌정사상 초유의 '집권당의 국회의장 감금'과 정치권의 '상살(相殺)의 정치 복원'이라는 후유증을 남기고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이 강제 폐기 되었다.
당대표가 코피까지 쏟으며 탄핵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민주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건 수습에 골몰하고 있고, 졸지에 기습을 당한 한나라당은 '예산안' 과 '국회일정 전면거부'란 비장의 무기로 '복수극'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민주당의 '민주주의 실현'에 심대한 의구심에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소수파 집권당의 아픔과 탄핵 사유 조차 되지 않는 '발목잡기식 정치공세'라는 민주당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는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검찰 바로 세우기'가 아닌 '검찰 압박용 카드'로 탄핵안을 발의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의 강제 폐기를 합리화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의 원칙이다. 초등학교 반장을 뽑는 것도 구성원의 한 표를 통해 결정하거늘 하물며 '민주주주의 요람'이라는 국회에서 민주주의 기본원칙 조차 무시하며 뒷골목 주먹세계에서나 통하는 '힘'과 '술수'를 통해 주장을 관철하는 작태는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의회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대한 철저한 자기 부정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한나라당의 주장이 '발목잡기식 정치공세'라면 정정당당히 표결에 임해 그 부당성을 증명했어야 했다. 설령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이 가결 되었어도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뜻임을 알고 겸허이 반성하고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민의에 화답하는 것이 순리였다. 사기꾼들이나 쓸 법한 '꼼수'를 써가며 일단 막고 보자는 주먹세계식 발상은 한나라당의 주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꼬붕인 '검찰'을 보호하려는 '오야붕'의 눈물겨운 부하사랑을 온 국민에게 선전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원칙이 무너지면 그 파장은 걷 잡을 수가 없다.
법과 제도가 아닌 탈법과 술수가 판치면 그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제 무슨 명분으로 재벌과 기득권에게 개혁을 요구할 것이며, 부도와 실업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그 무엇으로 고통분담을 호소 할 것인가?
'국민의 정부'는 권력의 핵심인 검찰을 보호하는데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공개적인 약속이다.
약속이 상황과 위치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때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붕괴한다.
'국민의 정부'의 법과 제도에 대한 편의적인 적용은 '옷로비' 비롯해 '한빛은행 대출 비리' '금감원 게이트' '현대건설 선별처리'를 통해 이미 그 위험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민의 정부'도 '김영삼 정권'처럼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고 나서야 허겁지겁 물을 뿌리는 과오를 되풀이 할 것인가?
이제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 법과 제도라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 결과에 정권에 심대한 타격을 주더라도 그것을 국민의 뜻으로 받아 들일 줄 알아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진정한 국민의 정부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봉한다면 금번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사태에서 비롯된 '정치공황'의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야당을 대결과 투쟁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성숙된 정치의식을 발휘하여 국민들에게 만연한 총체적인 정치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의 상실된 믿음을 회복하는 길이며 진정한 국민의 정부로 거듭나는 길임을 '국민의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00. 11. 20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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