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젊은이들처럼 필자도 젊었을 때는 정치ㆍ선거에 대하여는 철저히 남의 일 마냥 초월한 것처럼 굴었다.

더러운 정치에 관심을 가져선 안 되는 것인양 투표장에 안 가는 것은 기본이요, ‘왜 화합하지 않고 싸우는가. 싸우는 것은 나쁘다’식으로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빈정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은 여ㆍ야 가릴 것 없이 정치가 더럽다고 떠들면서도 정작 몰래 투표장에 가서 야당을 찍고 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내색할 정도로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 같은 인간들이 “양비론”에 젖어서 정치를 방치할 동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좌파집권 기간을 가져오게 되었고, 적화통일의 공포 속에 훌쩍 중년에 들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 “민주당이니 민노당 같은 것은 나쁘다”, “야당과 싸우지 않는 정치인은 기회주의자다”식으로 양비론을 철저히 배척하며, “국회가 더러운 게 아니라 야당이 더럽다”는 식으로 선악을 구분 짓게 된 것이다.

이번에 감사원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정동기가 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에게 “월 1억씩 번 죄”와 “1억9천만 원 출처불명 죄”를 문초할까 무서워 오늘 (1/12)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앞에서 수치심 느껴 고개 숙이는 몰골”이다.

그리고 정동기 이 인간을 보면, 정말이지 한심한 얌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청문회를 ‘혹시나’ 무사히 통과하지나 지금껏 않을까 엿보다가, 이제서야 ‘역시나’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인지 오늘에야 사퇴 선언을 한 것 같은데, 가장 전형적인 웰빙족의 얌체기질로 국정을 망칠 한심한 인간이다.

애시당초 포기했으면 하다못해 “양보”로 비춰 보여 오히려 점수 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보면, 기회도 잡을 줄 모르면서 기회주의자로 처신하는 바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 이 교활한 인간아! 안 하려면 진작 안 한다고 했어야 다른 후보 물색할 시간이라도 벌어줄 것 아닌가.

당신 때문에 다음 후보자 물색할 시간만 소모해버렸고, 결국 다음 후보자 추천이 더욱 부실해질 위험만 초래한 것 아닌가!

그리고 이 얍삽한 인간아! 왜 청문회에서 이겨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나?

할똥말똥 눈치 보며, 저절로 감이 떨어지길 바랬나! 남이 차려준 밥상에 초빙되어 앉길 기대했나?

왜 자신이 밥상을 차릴 생각은 못하나!

그러고 보니 당신이 이명박을 위해서 대선전에 뛰었다는 것도 결국 자리 챙겨먹으려고 끼어든 것이고, 인수위 멤버였던 것도 이기고 난 싸움에서 빨리 공치사 하려고 쇼한 것 아니었나?

좌익과 싸울 생각은 전혀 없고, 남이 싸워서 이겨주면 VIP석이나 차지하려는 당신 같은 얌체인간들 때문에 저 지저분한 좌빨의원들이 발호하여 국정을 망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이회창이 대선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것도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사람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안 드나?

오세훈이 좌익들의 “부자무상급식”을 타파하고자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용감히 매진하는 것과 너무 대조될 정도로 당신이 비굴해보이지 않나?

여하튼 오늘은 정동기라는 얌체성 찌질이 때문에 기분 완전히 망쳤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