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은 8월 23일 닭그네를 겨냥해 “박근혜 대세론, 그것은 목욕탕의 수증기하고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정몽준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들의 인기라는 게 그렇다”면서 “국민들이 좋게 생각하다가 또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저도 한때는 여론조사 1등 여러 번 해봤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정몽준이 닭그네에게 빈정대는 조롱으로 보고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 식으로 넘겼다.

그러다가 9월 2일 닭그네가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기고문과 관련, “대학교수가 써줬다는데…”라며 대필 의혹을 제기해 정몽준은 닭그네에 대한 날선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종박분자 대변인격인 이정현이 정몽준의 ‘대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글을 써줬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면 사과해야 한다”고 따지고 들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너무 쪼잔하게 닭그네를 물고 늘어지다가 된통 맞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닭그네가 구술한 것을 한글로 받아 쓴 다음 다시 정리하여 영역한 것이지 닭그네가 영문본을 스스로 써서 기고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긴 하더라도 기껏 잔트집이나 물고 늘어지다가 끝나려하는가 하며 정몽준의 방식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사실 예전에 필자는 정몽준이 닭그네를 향하여 싸움을 거는 것을 보고 매우 칭찬하긴 했지만, 싸움을 걸더라도 대담 같은 정면대결이어야지 재 뿌리기나 김 빼기 하는 것 같은 별로 좋지 않게 보았다.

그래서 이렇게 최근 닭그네에 대한 정몽준의 쪼잔한 대응방식을 비난하는 글을 반타작 쯤 써두고는 뒤처리를 하려고 하는데, 엉뚱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정몽준이 9월 4일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통해 닭그네와 얼굴 붉혔던 ‘비화’를 소개했던 기사다.

그 중 한나라당내 흐름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2002년 9월에 개최된 남북한 축구경기에 대하여 보면 이렇다.

『닭그네는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 김정일을 만나 남한에서의 남북한 축구경기 개최를 합의했고,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던 정몽준에게 ‘경기 개최’를 요구했다고 한다.

무리한 일정변경에 따른 곤란함을 설명하는 등 정몽준의 갖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닭그네의 밑도 끝도 없는 호들갑 때문에 갖은 우여곡절을 딛고 2002년 9월 남북한 축구경기를 겨우 개최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먼저 경기장에 와서 정몽준을 향하여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 “대회구호로 붉은 악마가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대한민국’을 외치느냐”고 화를 냈다고 했다.』

이건 닭그네에 대하여 완전히 쨉-쨉-스트레이트! 날리기 식의 공격이다.

그리고 닭그네의 궁극적인 약점이 이념문제(색깔론)에 있음을 과감히 정의내린 것이다.

왠만한 우익성향 여당 의원들도 닭그네의 눈 밖에 벗어날까 두려워 표현하기 꺼려하는 가장 강렬한 선언이다.

즉, 빙빙 둘러 간접적으로 애매한 일상잡사나 인생교훈으로 비난하던 방식에서 직접적으로 국가정체성에 관한 이념문제를 부각시킨 용단이라고 본다.

괜히 확인되지도 않고, 설령 확인해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으로 비칠 사안을 캐는 비겁한 방식이 아니라 국가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닭그네의 정서를 직접 표현한 데서 그의 용단이 한층 빛이 난다.

색깔론이면 복지논쟁도 이길 수 있다.

구멍가게 차리고 약장수(바이러스 백신) 떠드는 무이념 기회주의자 안철수보다 훨씬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또한 안철수에 대하여 반북의 잣대로 언급하는 가장 용기 있고 직선적인 이념문제 지적에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론 좀 더 장쾌하고 드라마틱한 일을 벌여서 센세이션을 일으켜 메인스트리임을 장악하길 권장한다.

방문객이 가장 많은 기업, 세계최대의 조선소 현대중공업 놔두고 무슨 묘안이 안 떠오르는가.

복지기부가 아닌 항공모함이나 독도 같은 발상처럼 말이다<끝>

.<부 추 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