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청춘남녀 들이 앞 다퉈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을 위해 분주하다. 당사자 뿐 아니라 양가 부모님들은 자녀의 혼사문제 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신방 꾸밀 준비 문제등으로 고민이 많다. 당사자들은 몇 개월 전부터 청첩장과 혼수물품 구입에 고민하고 장차 기거할 신혼집 구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또한 가족 중 누군가가 돌아가셔서 큰일을 치러야 할 때는 그 과정도 문제지만 비용문제가 만만치가 않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이 베풀었던 분들에게서 갹출되어지는 가족친지의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경조금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경조사에 참석하여 경조사비를 부담하는 분들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4%가 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친지나 회사 조직이나 꼭 참석해야 할 자리라지만 빠듯한 살림에 한 달에 한 두 사람씩만 참석해도 자신의 생계비보다 많은 금액이 지출될 때도 있다.

그리고 경조사비도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물가처럼 상승하여 소득 중 꾀 큰 비용이 지출되어 서민가계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경조사의 상승요인이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용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경조사를 이행하는 예식장과 장례식장의 문제다.

한번은 결혼예식장에 참석해 보고 묘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려는 데 탁자위에 방울토마토와 음료수와 떡 한 조각이 놓여있길 레 먹고 나니 조금 후 식사라며 빵 한 조각과 스프, 우유 1잔이 나왔다. 그게 끝이란다.

“허걱!“ 이게 웬일?

한끼 식사의 가격이 궁금하여 혼주에게 살짝 물어보니 1인분에 7만원이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5만원을 내고 우리 부부가 방금 먹은 점심값 14만원이 순간 떠올라 큰 죄라도 지은 양 미안해진 것이다.

다녀오는 열차간에서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흘러 나왔다.

결혼당사자의 부모님이야 능력이 있어 그런 좋은 예식장에서 결혼을 시킨다지만 그 예식장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터무니없는 식사 가격을 정해 고객을 우롱하는 것인지 말이다.

떡 한 조각, 과일 한 조각, 음료수 그리고 빵 한 조각과 우유 그리고 스프를 먹고 다 먹었으니 빠이빠이라니?

우리가 언제부터 서양의 식단으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식사량이 많은 우리민족의 습성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빵 한 조각으로 식사 끝이라니?

도대체 그 호텔예식장은 어떤 방법으로 원가를 계산했기에 그런 가격이 나온 건지 내 돈 준 건 아니지만 뒤통수 맞은 듯 참담한 생각!

그런데 문제는 호텔예식장도 문제지만 그런 곳에서 일생에 한번 뿐이라고 자녀를 위해 돈을 펑펑 낭비하는 부모도 참으로 가격상승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

다시 말해서 비용 중 본인의 돈도 있겠지만 경조사비를 받아 예식비로 지불되어 자신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의 돈이니 별로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낭비한다는 사실과 그런 행사주체의 기쁜 날 기분 잡쳐가며 따지지 않을 거라는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식비원가를 줄이려는 얉팎한 예식장의 상술에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예식장 측은 그런 혼주들의 심리를 꾀 뚫고 있다고 보인다.

예식장은 혼주 측 손님이 주는 부조금은 공짜(물론 따지면 예전에 경조사비로 지불한 돈이라 공짜가 아니지만)처럼 생각하여 아깝지 않게 지불할 것이란 꼼수와 이런 기쁜 날 설마 “따지겠느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핑계대어 비용을 올리고, 손님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언제 또 볼 거냐?”는 식으로, 한 순간만 눈 질근 감고 지나버리면 그뿐이란 생각이고, 혼주는 기분 좋은 날에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며 사돈에게 얉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좀 비싸더라도 과감하게 쓰자!“라는 생각인 것이리라.

또 한번의 경험은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겪은 장례식장의 경험이었다.

정말 우리나라의 장례문화가 “갈 때까지 갔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입만 뻥긋하면 모든 게 돈이었기 때문에 가난하면 마음대로 죽지도 못할 것 같은 서글픔이 밀려 왔다.

우선 영안실을 빌리는데 돈,장의사 의전비,한번입고 버리는 상복이 한벌 구만원, 영정을 모시는 단상 위에 꽃도 종류에 따라 값이 매겨지고, 매일 아침 영전에 바치는 밥 한 그릇의 값도 별도이고, 문상객이 닥치자 카운터에서 나오는 식단의 일인분 가격이 또 정해지고 추가로 떡이나 국 삼겹살 등 추가로 입하되면 또 값이 추가되고, 가관인 것은 화환이 몇 번씩 꽃이 바뀐 건지 시들은 꽃도 종종 있는 체로 바꿔 들여오고, 장례식이 끝나면 경쟁이라도 하듯 그 화환을 쏜살같이 사라져 재생(?)되는 듯하고, 더욱 가관인 것은 염을 할 때 평소 곱게 장만해 놓은 수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안 갖춰진 게 있다면 추가로 구입하게 하여 몇 십만원을 추가로 받아가는 데, 아마도 자기들이 주는 수의 전체가격인 듯하고, 염할 때 노자돈이라며 온 가족의 호주머니를 모두 털어가고( 그래도 사자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따지지도 못하고) 출상 시 그냥 버스에 싣고 가도 되는 시신을 리무진에 실어야 한다며 잠간 화장장까지 다녀오는 데 50만원, 그리고 화장터에서 영혼제를 지내야한다며 임시 상차림에 돈 달라. 또 화장비에다 산소에 도착하니 산소 정리하는 인부들이 돈 달라...먹이사슬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치밀하게 조직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예식장 뿐 아니라 장례식장의 행사장 측의 심리적 꼼수 때문에 경조사비용이 점점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위신을 지키려거나 고인에 대한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주체 측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식장 측의 바가지요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어, 결국 주체 측 부담금 외에 경조사비가 더욱더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다음번 친지의 경조사비 몫으로 돌아와 경쟁이라도 하듯 경조사비가 세월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됨으로써 서로의 부담이 경쟁하듯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서로가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모르겠으나 모두가 공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끓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즐거운 결혼식이라 하더라도 허세를 부리려는 자세를 버려야 하고 가족의 사망시에도 망자에 대한 사죄의 자세보다는 살아생전에 열과 성의를 다해 잘 모시고 돌아가시면 돈이 아닌 지극한 정성의 마음이 소중함을 인식하고 간소한 가운데 치러져야 할 것이다.

경조사란 결국 금전적인 것에 의해 즐거움이나 슬픔이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게 아니라 풍족한 마음의 의해 더욱 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