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을 호소합니다.
저는 이번 43회사법시험에서 평균 1.3점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고시생입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보니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불합리함과 불공정함과 부조리함에 분노와 함께 원통함이 생겨서 이렇게 호소해 봅니다.
이 나라의 공의와 정의를 세워나갈 법조인을 선발하는 시험이 다른 어떤 시험보다도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방식에 의해서 이루어져 온 것을 만천하에 고발하는 바입니다.
시험은 그야말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것 같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치뤄지는데, 그 방식이 누가 봐도 공정하지가 않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 아무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경기(시험)의 권위는 절대로 인정 되지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지금 기분은 주체측의 농간으로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과 투혼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메달에 그친 선수의 기분과도 같은, 한마디로 처참하고 통탄스럽고 지옥불을 경험하는 듯한 고통을 느낍니다.
사법시험의 구조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1차시험은 객관식으로, 필수과목 3과목과 선택과목 3과목을 치루게 되는데, 경쟁률은 약 10대 1이 됩니다. 올해 43회의 경우에는 전국에서 2만 7천여명이 응시하여 2천 4백명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2만 4천여명이 통탄의 쓴 잔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시험은 1교시와 2교시로 나누어 보게 된는데, 1교시에는 필수과목인 헌법,민법,형법을 보고, 2교시에는 형사정책,법철학,경제법,노동법,국제법,어학중 3과목을 선택해서 보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량이나 고시생들이 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필수과목인 헌법,민법,형법이고, 선택과목은 요령있게 짬짬히 공부한다던가, 시험이 임박해서 짧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여해 공부하게 됩니다.(분량과 시간의 투여 비율로 보면 10대1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실력차이는 1교시 필수과목에서 나타나게 되며,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므로 공정하다고 말할 수가 있고, 따라서 1교시가 진정한 실력평가라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2만7천명중에서 합격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상위 30%(8천명정도)의 수험생들인데, 상위30%까지 실력을 쌓은 사람들은 헌법,민법,형법에서 많이 차이나봤자 10개 미만의 차이이고 보통은 5-6개의 차이밖에 형성하지 못합니다.필수과목에서 1문제차이는 4-5백명을 제낄 수 있는 엄청난 차이인 것입니다.
그런데,결과적으로는 서로 다른 조건에서의 경쟁인 선택과목에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선택과목은 원래 수험생들이 그렇게 깊게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과목을 선택한 경우에는 1년을 공부한 사람이나 3년을 공부한 사람이나 그렇게 성적차이가 크지가 않습니다. 단지 어느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그 해의 문제의 난이도의 차이에 의하여 엄청난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작년같은 경우는 똑같이 1년을 공부한 사람의 성적을 비교해 보았을 때,형사정책의 경우 10개에서 15개정도 틀렸고, 같은 제1선택과목인 법철학은 만점에서 2-3개정도밖에 안틀렸습니다. 올해에는 정 반대의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문제난이도가 춤을 추는 것이 현실이고,수험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 지 난감해 합니다.결국 도박을 하듯이 선택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같이 공부하던 친구는 요번에 평균 88점으로 합격하였는데, 그 친구와 저의 점수를 비교해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평소 같이 공부하면서도-그 친구도 인정하는 바지만,- 객관적으로 내가 더 열심히 했었고, 평소 모의고사에서도 점수가 더 잘 나왔었습니다.
실전시험에서도 저는 1교시 평균성적이 90점(헌법95점, 민법87.5점, 형법87.5점)을 맞았고, 그 친구는 평균 82.5점(헌법75점, 민법85점, 형법87.5점)을 맞았습니다.틀린 갯수로 보면,저는 12개(2개,5개,5개),그 친구는 21개(10개,6개,5개)를 틀렸습니다. 1교시만을 두고 보았을때, 제 점수는 500등안에 들 수 있는 점수이고, 그 친구점수는 아마도 5천등 내지 6천등 정도 밖에 안되는 점수입니다. 엄청난 점수차이이고,실력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아마 행자부에 통계를 확인해 보면 제 말이 그렇게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2교시에서 희비가 엇갈렸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80점 만점에 법철학70점, 국제법68점, 불어60점을, 그 친구는 형사정책74점, 경제법76점, 독어78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틀린 갯수로 보면 저는 21개(5개,6개,10개), 그 친구는 6개(3개,2개,1개)였습니다.그리고 그 친구만이 아니라 형사정책을 택한 어느정도의 실력자들 대부분이 만점 아니면 1-2개밖에 안틀렸고, 경제법이나 노동법도 마찬가지였고, 독일어도 1개부터 3개-4개정도 밖에 안틀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스페인어는 만점 아니면 1개나 2개,영어는 4개-6개 수준으로 쉽게 출제되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수험생들이 2교시에서 10개 미만으로 틀린 것을 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10개내지 15개정도를 더 틀리게 된 것이지요.(제가 아는 불어를 택한 친구들은 대부분 10개 넘어 틀렸으며, 법철학도 5-7개, 국제법도 6-9개정도 틀린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을 내보니 저는 86.66점이 나왔고, 그 친구는 88.05점이 나왔습니다.커트라인이 87.96이라는 엄청난 점수로 형성이 되었기에 저는 쓴 잔을 마셔야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2중의 피해를 보았는데요,소수과목의 피해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선택비율을 보면,제1선택에서 형사정책은 85%이상, 법철학은 7%정도이고, 제2선택에서는 경제법이 60%정도,노동법이 30%정도,국제법이 7%정도이고,제3선택에서는 독어가 40%남짓정도, 영어가 40%남짓,불어가 10%남짓 되고,스페인어가 3%정도됩니다. 결국 이번에 엄청나게 쉽게 출제된 형사정책,경제법,독어,영어,스페인어를 합하면 거의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되는데, 그 덕분에 커트라인이 급등해서 가히 경악할 만한 점수인 87.96이라는 점수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이것을 과연 실력차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마치 100미터 경주에서 어떤 레인에는 10개의 허들을 놓고 어떤 레인에는 3개,어떤 레인에는 허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하고 나서 그 패배를 인정하라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진정한 실력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레인에 서게 되었는지의 복궐복의 운에 의해서 그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에 누가 그 패배를 인정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불어를 택한 사람들 중에서 몇명이나 합격했는지, 그리고 법철학과 국제법을 택한 사람들은 몇명이나 합격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2천 4백명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소수일 것입니다. 지금 그들은 국가기관(행자부)에 의해서 무참하게 짖밟힌 '푸른 꿈'과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구조속에서 피해를 본, 억울함과 분통함에 좌절과 절망의 고통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제 주위에서 합격한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실력평가라 할 수 있는 1교시 시험을 저보다 잘 본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었으며, 1교시에서 90점 맞고도 떨어진 사람은 더욱 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들도 나를 볼 때, 면목없고 미안한 눈길로 봅니다.속으로는 엄청나게 운이 없는 녀석이구나!하면서도 자신들은 뜻밖의 행운에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좋아라 합니다.
선택과목의 형평성에 대해서 예전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는 주먹구구식으로 출제위원들의 자의에 맏겼고, 해마다 저처럼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했는데도 무시하며 계속 유지해 왔던 것입니다.
결국 그동안의 사법시험은 수험생들의 노력에 달려있던 것이 아니라 출제위원들의 기분(혹은 음모?)에 따라 좌지우지해왔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가장 권위있어야 할 사법시험이, 마치 야바위꾼 놀음처럼,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면, 이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코흘리게 애들 과자뽑기 놀이같은 이러한 사법고시 구조안에서 피해를 본 이들을 구제해 주어야 할 것이며, 행자부는 공개사과와 피해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해왔던 행자부와 그 공범들(출제위원들)을 국민들에게 고발하고 심판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들에 대한 구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출제오류로 인한 피해자들은 구제해 주면서 그것보다 더 큰 피해자인 불공정과 비형평성에 의한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선택과목의 점수를 T점수로 환산하여 다시 계산하여 평균을 다시 정하고,서열을 다시매겨,2400명안에 들 수 있었던 사람들을 구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43회 시험의 경우는, 어학에서 특히 편차가 심했는데요, 독일어에서 3개틀린 사람과 불어에서 10개틀린 사람의 실력은 같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과목별 응시자들의 평균과 퍼센티지를 계산해 보면 대충 과목별로 난이도가 나올 것이며, 이러한 난이도를 상대점수로 환산해서(토플처럼),그 상대점수를 평균에 반영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지만, 진정한 실력자들이 당당히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며,누가 봐도 합리적이라 볼 것이고, 피해자들의 원한도 풀리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이 정해진다면, 지옥에 가서도 한이 맺혀 부르짖을 것이며, 두고 두고 피의 울부짖음으로 메아리 칠 것입니다.
그리고,이러한 현실을 만들어낸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칼로 찔러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라, 이러한 억울함과 분통한 일을 당하게 하여 절망과 좌절에 빠져 실패자로 낙오되게 하는 것은 살인보다 더 큰 잔인한 살해행위라 생각되어집니다.
합격과 불합격은 천당과 지옥같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그 정신적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며, 시험에 쏟았던 푸른 청춘과 생명의 진액이 물거품이 되어서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쓰라린 아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당하게 실패자들을 양산해 내는 악한 구조인 사법시험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것이며,인원수를 제한 하더라도 미국의 로스쿨과 같은, '과정이 의미가 있는'제도로 바꿔야 할 것이며, 사법시험도 1년에 2번씩 봐서 수험생들의 수험기간을 단축시켜주어야 할 것입니다.
현장으로 나가기도 전에 수많은 인재들을 실패자들로 만들지 말고(쟁쟁한 학력과 학벌을 가진 이들이 한해에 30명중에서 1명만이 성공하고 29명은 계속 적체되어 실패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필드에서 각자의 능력에따라 경쟁하도록,그리하여 노력한 만큼 댓가를 받고, 노력한 자만이 정당하게 성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의 공의와 정의는 반드시 세워져야 하겠기에 피맺힌 울부짖음으로 외쳐봅니다.-- 이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다시는 이러한 억울한 경우들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과 신중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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