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으로 정치권과 술자리의 악연이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맥주병 투척 사건과 같은 당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논란 등 17대 국회 들어서만 다섯번째다. 이제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달라진 정치 문화에 걸맞은 ‘술자리 문화’의 개선과 함께 유명무실한 국회 윤리특위 역할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윤리특위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전통적으로 정치권과 술자리는 불가분의 관계였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7일 “과거엔 여야가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난마처럼 얽힌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순기능도 있었다”면서 “그 시절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의원들이 자꾸 ‘사고’를 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최 전 총장 사건의 본질은 술자리 파문이 아닌 여성에 대한 성추행에 있다”며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잇단 추행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관대한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태의원’을 견제·징계해야 할 국회 윤리특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윤리특위는 이날 대구 국감 술자리 파문 관련의원 7명에 대한 윤리심사안 9건에 대해 모두 ‘시한 만료로 폐기’를 선언해 또다시 ‘식물 특위’의 모습을 보여줬다. 1991년 출범 이후 16대 때까지 지난 13년간 윤리특위에 제소된 안건은 약 60건이지만 이 중 본회의에서 윤리특위 결정이 받아들여져 해당 의원의 징계가 가결된 것은 단 한건도 없다. 17대에는 10건의 의원 징계안이 본회의로 넘겨졌으나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들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연이은 술자리 파문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국회의원들에 대해 국회 차원의 제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식물상태로 방치돼 있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윤리 위반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구로 재정립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차윤경·양원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