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사학법에 발목잡힌 민생법안 여야 ‘국민도 없다’

정치권의 ‘민생 합창’에도 불구,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민생 현안이 다시 표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27일 회담을 갖고 민생·개혁법안과 사학법 재개정 방안을 놓고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우리당은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회기를 연장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여권의 ‘민생’ 총력전=오는 30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민생법안 처리의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역력하다.

한명숙 국무총리와 우리당 김근태 당의장 등 여권 수뇌부는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민생·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모았다. 한총리는 “인권보호나 사법개혁 법안, 식품안전 관련 민생법안, 행정개혁 법안은 국회 회기를 연장하더라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급한 민생법안과 사법·국방개혁 법안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정치 이슈에 가려져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김의장도 “국민이 걱정하는 학교급식법 등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쌓여 있다”며 “특히 학교용지특례법은 당장 통과시키지 않으면 수천억원의 국고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법안 처리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여권의 ‘민생 올인’ 기조는 5·31 지방선거 참패 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해온 흐름과 이어져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등 돌린 민심을 추스르고 한나라당의 ‘민생 외면’을 극과 극으로 부각시키려는 속뜻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원내대표회담 결렬 후 “한나라당이 참으로 힘있는 거대 야당”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이 제안한 법을 한나라당이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느냐”며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거론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냈는데 처리를 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의 속사정=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 추천 주체 확대를 골자로 한 사학법 재개정의 이유로 “좌파 세력의 이사 취임에 따른 국가 정체성 및 사학의 자율성 훼손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개정 사학법이 사립학교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를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로 제한했는데 “학운위에 전교조 출신이 ‘침투’, 학생들에게 좌파 이념 교육을 시킴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사학의 건학정신을 허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민생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재개정을 주장하는 데는 다른 사정도 있다. 우선 당 차원에선 ‘우군’인 사학재단들의 재개정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자칫 대선때 지원세력이 떨어져나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그 부담은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시작한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 박전대표는 퇴임을 앞두고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사학법을 재개정 못해 굉장히 아쉽다”며 재개정을 당부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은 이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재개정을 못할 경우 7월초 공식 출마 선언을 할 당대표 선거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있다. 박전대표의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원내대표 입장에선 재개정 실패로 박전대표의 ‘눈밖에 날 경우’ 당대표 선거에서 좋을 리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원내대표가 이날 재개정 문제를 의원총회로 넘긴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발’을 빼기 위한 정치적 수순이라는 풀이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과 다른 법안 연계 원칙은 의총에서 합의된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원칙의 변경 여부를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최재영·이용욱기자〉 7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