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바다이야기' 파문에 제발 저린 국회

바다이야기 파문이 여의도 1번지의 '괴물'로 등장했다. 모든 걸 삼킬 기세다.

국회도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에 이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임채정 국회 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국회도 자성할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법안의 결과와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대책을 검토할 입법 역량 선진화를 위해 국회에 입법조사처를 신설하자고 했다.

기존의 입법 과정을 보좌하는 보좌진과 연구관 들로는 체계적인 지원 활동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입법조사처같은 기구가 없어서 필요한 법안들이 제때 마련되지 못하고,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회의 문제는 입법역량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의 본질은 국민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으며 어떤 고통 속에 어떻게 살아가는지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사행성 게임 문제도 알고 보면 국회가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골자로한 법률안을 결국 게임 산업 진흥이라는 논리에 밀려 사문화시킨데서 촉발한 면이 크다.

지난해 4월 경품용 상품권을 금지하자는 열린우리당 강혜숙의원 법률개정안은 1년을 끌다 폐기처분 됐다. 지금 이 법안이 지금 제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같이 국회가 뒷북을 치며 민생과 괴리된 모습을 보여왔던 사례는 비일 비재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2년간 먼지속에 쌓여 있었던 급식관련법이 통과됐다. 수백명의 학생들이 식중독을 겪은 뒤였다.

법관 징계법도 그렇고, 성폭력 특별법도 사회를 시끄럽게한 '법조비리'나 '연쇄 성폭력범' 사건이 붉어진 뒤에 빛보게된 법들이다. 이마저도 사학법 개정 문제 등으로 이번 정기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의 금품 수수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야는 이런 의혹을 불식 시키기 위해서 게임업체의 후원을 받아 미국을 다녀온 의원들에 대한 자체 조사와 감찰을 실시하고, 비리가 드러나면 검찰 고발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경우 오늘 지도부 회의에서 김재홍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지만, 여행 경비를 지원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비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윤리위원회 제소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야당도 박형준 의원의 요구로 자체 감찰에 들어 갔다고 하지만, 해명성 조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여야 모두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당은 우선 정책 실패에 대한 보완에 실질적인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실패를 가져올 만한 법안들이 먼지에 덮여 있지는 않은지 챙겨야 한다.

야당도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집단적인 정책 보이콧만은 삼가야한다. 국민들이 제발저린 국회의 모습에 다시 분노하지 않도록 말이다.

기자의 창/CBS정치부 박재석 기자 [email protected] 72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