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소송에 변호사선임료 300만원…"법률서비스 비용 더 저렴해져야"
수원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조모(44·자영업)씨는 지난 2005년 난생 처음 법정에 섰다. 임대차계약만료일을 1년이나 앞두고 있던 세입자가 "창문에 커튼을 해주지 않고 방에 하자가 있다"며 갑자기 계약해지와 보증금 1천800만원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조씨는 몇차례의 준비서면이 오고가는 동안 변호사를 구해볼까도 생각했지만 300만원이 넘는 수임료가 만만치 않자 직접 재판을 준비했다.
조씨는 "1천800만원 소송에 300만원을 주고 변호사를 구하자니 돈이 아까워 직접 재판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장사를 하면서 재판준비까지 하려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아는 사람에게 1천만원을 빌려줬다 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던 김모(44)씨도 조씨와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다. 채무자가 돈 갚을 능력이 있는 데도 상환을 미루자 법무사에게 20만원을 주고 소장을 만들어 소송을 내기는 했지만 부족한 법률지식으로 직접 재판을 준비하려니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었다.
김씨는 "1천만원 받아 내자고 200만~300만원 주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며 "서민들을 위해 법률서비스 비용이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서민들간의 채권채무 관련 소송인 2천만원이하의 소액재판에서 정작 서민들이 고가의 비용 때문에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싼데다 법무사의 경우 소장 작성외에는 법적으로 재판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법무사회와 부산 등 일부 지방법무사회는 '소액재판의 경우 법무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한' 관련법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것과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수원지방 법무사회 선경섭 회장은 "소액사건의 소장 작성업무는 현재 수원지법 관내에서 85%정도를 법무사들이 해주고 있지만 재판참여는 할수 없다"며 "서민들이 저렴하게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 법무사들이 소액사건소송 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변협 등 변호사들은 "법률 전문가들이 아닌 이들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수원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소액소송사건이라도 법률적으로 복잡한 사건이 있을 수 있으며 단순히 비용이 싸다고 해서 법무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은 재판당사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변호사들도 최근에는 소액사건 소송비용을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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