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건강하고 올바른 정신을 가진 대한의 남아라고 자부하고 살아왔기에 입영 통지서 받고 주저없이 군에 입대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파월 장병이셨고 직업군인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월남에서 있었던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종종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군에 대한 거부감이나 주위의 친구들이 군복무를 어떻게 해서라도 피해보려는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고 오히려 막연하지만 군에 대한 동경도 있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네요. 입대하던 시절에 좋아하는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3년이란 시간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군에 다녀오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거라 기대하고 군 생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는 80년대라 굉장히 어수선한 시기였지요. 군사정권 시기라 데모도 많았고... 때문에 제가 근무하던 최전방 초소에서는 비상도 많았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27개월 넘게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다 지독한 비염으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지요. 제대후 수술도 해봤지만 재발해서 요즘도 매일같이 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보다 힘들게 군생활 하신분들이 아마 더 많으리라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휴전선에는 돈없고 빽없는 우리 젊은이들이 고생하고 있겠지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군생활 힘들게 했다고 보상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군생활하다 병을 얻었으니 치료비 달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국립사범대학에 입학해서 군에 안간 여자동기들이나 방위받은 남자동기들, 몸이 부실해서 군에 못간 친구들은 지금 모두 15년 넘는 경력의 중견 교사가 되어있습니다. 능력있는 친구들은 장학사가 되어 있더군요. 군에 갔다온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직업을 박탈당하는 사유가 됩니까? 웃기는 나라지요. 필요할 때는 데려다가 요긴하게 써먹고 그 뒤는 나 몰라라. 그것이 이나라의 헌법인가요.
이라크 파병! 정말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지요. 지금은 태극기 달고 국위선양에 애국(?)하러 간다지만 저희들 처지를 생각해보면 나중에 어떤 불이익이 그들에 올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겠네요.
국방부는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주세요. 최소한 군복무로 직업을 박탈당하는 그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군미추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 주실것을 당부드립니다.
<임용명부등재 군미추 경기지부 회원 윤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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