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3년 4월 3일 해병 제 2사단에서 사고로 사망한 하사 박영대의 아버지입니다. 며칠 전 너무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군측에서 영현을 인수해가라는 고소장을 받았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랑하는 자식을 군에 보냈으면 무사히 제대할 때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군의 도리이며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29개월 간 아무 탈 없이 잘 근무한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살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땐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4월 3일 난 사고를 4월 4일날 언론에 자살로 내보낸 군관계자가 한다는 소리가 가관이더군요 '우리 군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니 우리가 먼저 언론에 보도를 했다고...'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살'이라는 결론부터 내려놓고, 그 결론에 맞춰서 이유를 만들어내니 도대체 어느 누가 그것을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2003년 6월 9일 수사 발표를 들으러 해병 2사단 청룡회관에 유가족 측은 1시간 전에 도착해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군계자는 유가족 중 박영대 하사의 외삼촌을 한 쪽으로 불러서 '일은 이미 이렇게 됐으니 조용히 합의보고 해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하고 적당히 무마하려고 하는 태도로 고인의 명예에 다시 한 번 먹칠을 했습니다. 그것도 수사 발표 30분전에 말입니다. 자식의 죽음 그 자체만으로도 고통이고 두 달 남짓 잠 한 숨 자지 못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사인이라도 알자고 이제나 저제나 수사 발표만을 기다려 왔는데 합의라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도 발표를 하지 않고 지연시키며 무작정 유가족을 기다리게 했으며, 발표를 담당한 사람은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발표담당자가 나타나지 않자, 다른 사람이 발표를 시작했는데 한 참 후에 군 책임자 및 발표담당자 도착했습니다. '왜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느냐'고 묻자, 고위층 인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기 때문에 늦었다고 했습니다. 이를 받아 발표담당자는 '이 분은 장관급이니 예우를 갖추라'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고위층 인사를 만나고 와야하기 때문에 군에서 자식을 잃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가족은 무시해도 좋은 사람들 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런 상태로는 발표를 진행할 수 없다고 철수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진정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수사기록이라도 복사해달라고 요구했더니, 전부 해주겠다고 약속은 해 놓고선, 수사기록은 전혀 없고 뻔한 수사결과만 복사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자식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정식으로 수사 발표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현을 인도해가라는 고소장은 너무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젊은 영혼들이 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구 이렇게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군에서 죽어나가는 수가 일년에 300-400명에 달합니다. 또한 수사당국은 대부분 수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자살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고사나 타살일 경우엔 상급자들이 관리 소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군대란 명령에 죽고 사는 곳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 정도가 심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얼마든지 진실을 왜곡하는 명령이 내려지고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자식의 죽음, 슬픈 일입니다만, 못지 않게 앞으로 일어날 많은 젊은 영혼들의 죽음 역시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몇 자 올립니다. 주어진 의무를 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시민에게 그에 합당한 권리가 인정되는 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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