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오늘의부정부패 > 부산에어는 위험해. 무서워 못타겠다.

▲ 1월 2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인천으로 오려던 이스타항공 비행기에 결함이 발견돼 운항이 29시간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김포공항에서 이륙대기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조선일보DB

올해 1월 2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이스타항공 비행기의 전자기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교체할 부품과 정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29시간 정도 비행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의 특별안전 점검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의 뒷바퀴 타이어 4개가 터지는 사고가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뻔한 순간이었다.

세월호 침몰과 지하철 2호선 추돌 등 해상과 육지에서 잇따라 안전 사고가 발생하자 항공기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형 항공사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비 조건을 갖추고 있는 저가항공사(LCC)들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걱정이 많다. 이들은 주로 해외에서 중정비를 받고 있어 부품 수급이나 불시정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의 항공기. / 조선일보DB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가항공사(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중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국내에서 기체·엔진 중정비를 받고 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계열이기 때문에 모회사를 통해 중정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체 중정비 시설이 없는 회사다. 이들은 기체·엔진 중정비를 주로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기체 중정비는 보잉 상하이와 홍콩 CASL에서 받고 있고, 엔진 중정비는 GE 셀마(Celma) LTDA와 싱가포르의 ST에어로스페이스엔진, 네덜란드의 KLM에서 받는다. 티웨이항공은 대만 에어아시아와 중국 AMECO, ST에어로스페이스엔진에서, 이스타항공은 중국 산동 TAECO와 ST에어로스페이스엔진에서 기체·엔진 중정비를 받고 있다.

물론 외부 손상, 부품 손실, 랜딩 기어 점검 등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국내에 200여명 규모의 정비 조직을 갖추고 있고, 이스타항공은 100여명 정도의 별도 정비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90여명 정도의 정비 본부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체·엔진 관련 부품이나 중대한 결함 등을 국내에서 손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기의 경우 정해진 날짜에 점검을 받는 계획정비와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비를 해야 하는 불시정비가 있는데, 불시정비의 경우 예비 부품이 조달 안 되거나 정비 인프라가 없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저가항공사의 정비 현황. /자료: 각 회사

실제로 한국공항공사가 지난해 국내운항 항공사의 지연·결항률(정비사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0.71%, 티웨이항공 0.59%, 제주항공 0.31%, 진에어 0.26%, 에어부산이 0.06%로 나타났다. 에어부산과 진에어 정도를 제외하면 대한항공(0.12%), 아시아나항공(0.20%)에 비해 많게는 3배 넘게 저가항공사의 지연·결항률이 높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들도 저가 항공사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원이 지난 2012~2013년 접수된 항공 관련 피해 중 항공사명 확인이 가능한 81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저비용 항공사 관련 피해가 415건으로 전체 피해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운송 불이행·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132건(63.1%)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안전 관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대형 항공사와 비교해도 안전 관리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운항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350억원을 들여 LCC 최초로 자체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항공기 2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 역시 전 항공기의 객실 내 비상장비를 점검하고, 항공기 정비 프로그램을 연간, 분기, 월간으로 계획해 진행 중이다.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의 경우 안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항공기 정비와 안전 운항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정비할 수 없는 사항을 외국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정비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에서 하는 것이 비용·시간면에서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