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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협상 비준안 통과되던 날] ‘국익당’이‘농촌당’이겼다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협상 비준안' 통과를 막기 위한 실력 저지는 싱겁게 끝났다. 민노당과 일부 농촌 지역구 의원이 격렬히 반발했지만 결국 '농심 챙기기' 주장은 '국익론'에 밀리고 말았다.

민노당은 이날 오후 1시35분 노회찬.단병호.이영순 의원 등 세 명을 미리 본회의장에 들여보내 국회의장석을 점거했다. 그러자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에선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를 필두로 의원 40여 명이 단상 주변을 에워싸고 민노당 의원들의 추가 진입을 막았다.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정진석.류근찬 의원 등은 '처리 연기'라고 쓰인 녹색 포스터를 들고 연단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몸싸움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경위들에게 밀려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오후 2시34분 김원기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입장했다. 의장석에 있던 민노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려고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중과부적으로 2분 만에 밀려났다. 속전속결의 정공법을 택한 김 의장은 개회 선언과 함께 곧장 의안 1번으로 잡혀 있던 '쌀협상 비준안'을 상정했다.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심사보고는 민노당 단병호 의원이 발언대를 점거하는 바람에 약식으로 끝냈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런 대책 내놓고 쌀 비준이 웬 말이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방어벽은 견고했다. 28일간 단식농성을 했던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의장석으로 돌진하다 열린우리당이 전담 마크맨으로 투입한 윤원호.김영주 두 여성 의원에게 붙잡혀 주저앉았다.


	통과 후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뒤 국회의장석 앞 발언대에서 물러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김 의장은 반대토론을 신청했던 의원 6명에게 토론 기회를 줬으나 발언대 주변이 어지러워 해당 의원들이 전부 발언을 포기했다.

오후 3시8분 김 의장이 '쌀협상 비준안' 표결을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론 찬성, 한나라당은 자유투표 방침이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지금껏 날치기해서 망하지 않은 정권 못 봤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개표 결과 비준안 통과가 확정됐지만 민노당 의원들은 바로 물러나지 않지 않았다. 천영세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절규하고 분노하는 농민들의 몸부림이 보이지 않느냐"며 10여 분간 연설했다.

김 의장이 비준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이 처리를 막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농촌 지역 의원들이 처리 연기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여야 합의를 무효화하란 말은 저보고 물러나란 얘기"라며 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박근혜 대표도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더욱 큰 요인은 "농촌 표만 따지다가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의원들이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하.전진배.이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김형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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