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고객돈 3억 날린 간큰 증권사 직원

▲ 거래내역이 없던 11월 2일 이후에도 김모 대리는 조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은 조금 벌었어요" 등의 거짓통보를 했다.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는 조옥민(45)씨. 조씨는 최근 들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민원센터를 방문하는 날이 많아졌다. 20여 년간 통신회사에 근무하며 받은 퇴직금을 증권사에 맡겼다가 하루아침에 날릴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조씨는 서울증권 학동지점 한 직원의 사기매매로 퇴직금 3억4000만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김모·한모씨도 조씨와 같은 처지.

그러나 회사는 조씨에게 문제를 야기한 해당 직원과의 합의만을 강요한 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관련 사실을 <오마이뉴스>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조씨 등이 하루아침에 퇴직금을 잃게 된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얼마나 임의로 관리하고 있으며 회사가 최소한의 고객 보호 장치조차 갖추지 못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3일 오후 조씨를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채권투자 한더더니 위험 큰 옵션거래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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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 돈 3억 날린 간 큰 증권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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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올해 초 지인을 통해 서울증권 학동지점의 김모 대리를 소개받았다. 당시 김 대리는 조씨에게 "채권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주식과 선물 투자를 병행할 계획"이라며 "한달 중에 3~4번 정도만 손실이 발생해, 월간 기준으로 5~9%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대리가 조씨에게 제시한 운용계획서를 살펴보면 '보수적 운용전략으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국공채·회사채·CB(전환사채) 등에 투자합니다, 이를 통해 월평균 최소 5~9%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조씨는 예전 직장에서 함께 퇴직한 김모·한모 씨와 함께 올해 2월 김 대리를 통해 2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 몇 달은 김 대리가 당초 약속한 대로 수익이 발생해 관련 이익금이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왔다. 김 대리는 이를 근거로 이들에게 재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조씨 등은 1억2000만원을 더 끌어모아 김 대리에게 맡겼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김 대리가 조작한 것이었다. 김 대리는 당초 계약과는 달리 조씨가 맡긴 돈으로 채권 대신 선물옵션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 엄연히 증권거래법상 규정을 어긴 셈이다.

취재 결과 김씨가 매월 보내준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옵션이 없었지만 실제 거래내역을 확인해보니 선물보다 위험성이 큰 옵션을 중점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옵션은 '특정 대상을 지정 가격으로 지정 날짜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으로 현물이 아니라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이나 선물 가격보다 변동폭이 크다. 그 만큼 거래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김 대리는 결국 선물옵션 투자로 조씨가 맡긴 돈을 모두 잃고 나서야 이 사실을 조씨에게 털어놨다.

거래 없는 달도 "겨우 수익을 냈다" 허위 보고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매일 거래현황을 투자자에게 일일 보고하고 월간 단위로 거래 내역서를 발송해야 한다. 이 때 고객은 증권사가 보내준 거래실적을 본 뒤 이후에도 계속 투자를 이어갈지 결정하게 된다.

김 대리는 이마저 위조 문서를 만들어 김씨에게 발송했다. 심지어는 거래내역이 전혀 없는 11월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장이 너무 힘들어 겨우 수익을 냈다"며 허위 사실을 알렸다.

조씨는 "나중에 지점을 직접 찾아가 실제 거래 내역을 확인해보니 첫 달부터 손실이 발생한 점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3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이득이 발생한 것처럼 속여 거래내역을 꾸미고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조씨 등이 맡긴 3억4000만원은 9월만에 '깡통'이 됐다.

조씨 등은 자신들이 김 대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회사 측에 알렸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를 김 대리 개인 차원의 문제로 돌린 채 회사 차원의 보상을 거부했다.

▲ 실제 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김모 대리는 당초 고객과의 약속과 달리 선물옵션 거래를 주로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씨 등은 김 대리에 대한 관리 책임이 회사에 있는 만큼 회사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일일 거래에 대해 손실이 발생하면 지점 및 본사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김 대리가 계속 허위 내역을 보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만큼 이에 대해서는 회사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이후 최근까지 김 대리는 거래 내역을 조작하는 등 지속적으로 고객을 속여 왔는데도 회사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김 대리가 근무하고 있는 해당 지점은 물론이고, 회사 감사팀에서도 김 대리가 고객 돈을 모두 날리고 나서야 이같은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회사는 직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고객 보호 장치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금감원 "회사 책임 면하기 어려울 것"

이 경우 회사 측의 책임은 없는 걸까.

금감원의 최근 판례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증권사 직원이 당초 고객과의 계약과 달리 임의로 투자를 해 손실을 입었을 경우, 이 경우 회사 측에서 손실액의 상당부분을 고객에게 부담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1일 관련 민원을 접수해 현재 서울증권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만일 고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회사에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회사 감사팀 관계자는 "관련 사실이 금감원에 접수되고 난 뒤 김 대리의 비위 사실을 파악했다"며 "김 대리에 대한 처리방향, 고객에 대한 손해배상 등 관련사항 일체를 이달 안에 금감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우선 당사자와 원만한 합의를 바라고 있다"며 "다만 금감원에 관련 민원이 접수된 만큼 금감원의 조사발표가 있기 전까지 회사 차원에서 배상 여부를 논의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7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