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연일 언론을 장식하며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재벌답지 못한 처신과 경찰답지 못한 행태에 실망과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철없는 아이들도, 조폭도 아닌, 33개 계열사, 2만 5000여 직원을 거느리고 작년 매출 20조 5530억 원을 올린 재계 9위 대기업 그룹의 총수가 자신의 돈과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후, 은폐하려 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이 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돈과 권력과 지위 외에 종교적 배경이라는 또 다른 면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승연 회장을 보면 선친의 추도식을 정동 성공회 성당에서 거행했고, 성공회대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성공회대에 김 회장의 이름으로 지어진 도서관이 있을 정도니, 이로써 그의 종교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사건으로 사임을 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은 한국경찰기독선교연합회 회장이라는 그의 직함이 말해 주듯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역시 기독교 신자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경찰에 전 방위 로비를 하면서 사실상 이 사건 경찰 비리의 핵심에 있었던 최기문 전 경찰총장과, 최 전 총장의 고등학교 후배로서 총장 시절 최측근이라 불렸던 장희곤 남대문 경찰서장은 모두 가톨릭 신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부정(父情)은 기특하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가톨릭 신자다. 이 사건에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돈과 권력과 지위 외에 종교의 역할은 없었을까?
같은 신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의하여 벌인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 보면서
'신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수없이 자행됐던 학살의 역사, 십자군 전쟁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인맥으로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연, 학연과 더불어 같은 종교적 배경이 만들어 낸 친밀감이 법과 도덕과 상식을 깨뜨리는 사건에 작용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믿고 있는 ‘신의 뜻’은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보도 기사를 보면서 엄숙하고 거룩한 얼굴로 미사를, 혹은 예배를 보고 있을 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72584
작성자 : 
